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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예수님! 오늘도 오시는 거죵? 원문보기 글쓴이: 안 엘리지오
[인터뷰] 정현찬(미카엘) 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현찬(미카엘) 농특위원장. (사진 제공 = 대통령직속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
환경 파괴와 농촌 소멸이라는 위기 앞에서 지속 가능한 농어업을 고민하는 정부 기구가 있다. 농어업 정책을 자문하는 대통령직속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다. 사람과 환경을 살리는 농어업, 안전한 먹거리 생산, 농어민의 적정 소득 보장, 누구나 살기 좋은 농어촌 마을과 같은 정책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농민운동에 헌신해 온 정현찬(미카엘) 전 가톨릭농민회장이 농특위원장에 오르면서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업 정책이라는 국정 과제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추석을 앞두고 광화문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먼저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매우 많지만 최근 천주교 수원교구의 탄소 중립 선언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하느님 창조사업에 함께 한다 생각하면 좋겠어요. 더는 탐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편리함만 좇아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을 믿으면서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그것은 죄 중에 가장 큰 죄라고 봐요. 에너지를 아끼고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고, 조금 번거로워도 작은 것부터 큰 실천까지 신자들이 먼저 동참하길 바라요. 그러려면 농어업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감염병이 그치지 않는 것도 지금 바로 회심하라고 하느님이 주신 하나의 계기라고 봅니다.”
농어업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자연환경에 달린 문제다. 빨라진 개화기, 늘어난 냉해와 태풍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의 최전선에는 농어민이 있다. 이 때문에 자연의 섭리에 따르며 인간과 환경이 상생하는 농어업이 중요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함께 풀어 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쳤다.
“최근 서울 가락시장 집단 감염으로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을 팔지도 못하고 있어요. 학교 급식 중단으로 농산물 소비처가 없어 여전히 어렵고 화훼 농가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농업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달리 농민 대부분이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어요. 농업 특성상 소득액 파악이나 증명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다른 업종에 비하면 농민은 지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요.”
기후위기로 인한 농어업계의 고통이 더해지면서 생태계를 살리는 농업으로의 전환은 시급하다. 그는 “전 인류가 바이러스 하나로 꼼짝 못 하게 된 것은 인간의 탐욕과 무제한적 소유욕의 산물”이라면서 자연과 농어업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전환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인식의 한계다. 자연의 소중함이나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관료 사회의 농어업, 자연생태에 대한 인식의 한계가 무엇보다 아쉽다.
“위정자들이 식량안보와 농업의 소중함을 제대로 모르고 여전히 농업이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식의 단순 논리로 인식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방을 경제 논리로 따지지 않듯 국방보다 더 소중한 식량안보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농업의 소중함과 농정의 전환을 강조해도 그에 맞춰 관료들이 움직이고 예산을 책정하지 않으면 바뀌기 어렵습니다.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농정이 현장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예산이 반드시 따라줘야 하니 관료 사회의 의식 전환은 매우 시급합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농특위 ⓒ김수나 기자
문재인 정부의 농어업 정책 방향은 크게 지속 가능성과 현장 중심으로 압축된다. 농업 정책을 사람과 환경,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살고 싶은 농어촌 건설, 안전한 먹거리 제공, 식량 주권 강화와 농어업인의 제도적 참여 보장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당초 공약과 달리 현장 농어업인들의 숙원이었던 농특위 구성이 많이 미뤄졌고 구체 부분에서 실행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경쟁과 효율이 아닌 사람과 환경을 살리는 농정이 돼야 한다는 기본 방향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농특위 활동의 핵심은 농업 정책의 전환입니다. 농특위 구성에는 지금까지 경쟁과 효율에만 치우쳤던 농정을 건강한 먹거리, 돈이 아닌 인간과 환경을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바꾼다는 큰 의미가 담겨 있어요. 이러한 농정의 전환은 더는 늦춰서는 안 되고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국민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정 위원장은 농정의 전환이라는 큰 틀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가야 한다고 본다. 기후위기와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라는 재앙 앞에서 생태계와 국민의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민들이 먹거리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깨달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입 농산물이 워낙 풍족해서 돈만 있으면 먹거리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사 먹지 못하는 세상이 옵니다. 그때를 대비해 우리가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해요. 차기 정권도 식량안보와 기후위기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사람과 환경 중심이라는 현 정부의 농정 방향을 계속 이어가 더 완전하게 실행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농어업이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근간 산업임에도 농특위의 존재는 정권마다 그 운명을 달리했다. 실제로 농특위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처음 구성돼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12월까지만 운영됐다. 그 뒤 약 10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공약에 따라 2019년 4월 다시 설치됐다. 농특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존속 기간은 5년,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2024년까지 운영된다. 상시적 설치와 운영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한 상태다.
정 위원장은 5년은 턱없이 짧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시작보다 2년이나 늦춰진 상태에서 구성된 데다 5년 안에 정부가 추진하는 농정 틀의 대 전환을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먹거리와 농업정책은 어느 정권이든 국민의 삶이 지속되는 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딸기 생산지를 방문한 정현찬 농특위원장. (사진 제공 = 대통령직속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
농민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길, 모든 생명을 살리는 농업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가. 정 위원장의 멈추지 않는 이 물음은 친구이자 농민운동의 동지였던 백남기(임마누엘) 농민의 물음이기도 했다. 기후위기, 식량 위기, 농촌 소멸의 위기 앞에서 그는 백남기 농민의 삶과 정신을 떠올렸다.
“백남기 농민은 이 땅의 농업, 먹거리를 살리기 위해 평생 혼신의 힘을 썼습니다. 그 정신이 지금의 기후위기나 식량 위기, 농촌 소멸 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농촌과 건강한 먹거리를 살려내는 것이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살리는 것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정신은 무엇보다 생명을 중요시합니다. 그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했고, 끝까지 그 길을 걸었던 의인이었습니다. 그의 생명의 정신이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향이 되어 줄 것입니다.”
그는 정책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진정한 변화는 모두가 함께할 때만이 이뤄진다. 그는 수원교구가 탄소 중립에 앞장서고 있듯 농정 틀을 바꾸는 데에도 가톨릭교회가 나서 국민의 동참을 끌어내 주길 요청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이 소통의 다리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대통령직속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
농특위는 위원장 포함 민간 위원 24명과 당연직 위원인 기획재정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모두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어업, 농어촌의 중장기 정책 방향, 농어촌 지역발전 및 복지 증진, 농어촌 생태환경자원의 보전 및 효율적 이용,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기초한 자율 농정 수립, 안정적 농산물 공급 등 농어업 전반에 대한 정책 방향을 자문한다.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5년 동안 운영된다.
정현찬 위원장 약력
1948년 경남 진주시 출생.
1986-1987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경남)연합회 회장
1990-9194 전국농민회총연맹 진주시 농민회장
2000-2001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2002-2003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2007-2012 (주)진주시민버스 대표
2010-2013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연합회 회장
2014-2017 가톨릭농민회 전국본부 회장
2014-2017 (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2015.3-2016.3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상임대표
2015.11-2016.9 백남기 농민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2017-2018 농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 공동 위원장
2019-2020.6 생명평화일꾼 백남기 농민 기념사업회 이사장
2020. 6-현재 농특위 제2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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