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남매의 맏아들과 결혼한 엄마의 명절은 항상 힘들었다.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우리 엄마만 힘들게 하냐는, 고모들을 향한 철없는 딸의 투정은 엄마를 두고두고 웃음 짓게 만드는 위안이 되었단다. 나이든 딸은 이제 고된 명절을 지낸 엄마에게 다른 위안을 건넨다. 엄마가 어린 시절 살던 집, 그 집을 닮은 한옥에서 하루를 보냈다. 엄마가 아이의 눈빛으로 웃는 모습을 보는 일이 더없이 좋았다.
여행자의 방
'여행자의 방'에서는 한국관광 품질인증제 인증 업소 가운데 엄선한 숙소를 소개합니다.
서울 종로구
남현당. 운현군 남쪽 옛 모습 그대로의 기운 찬 가옥
문게스트하우스. 단체나 가족, 친목 모임에 알맞은 한옥 게스트하우스
서촌게스트하우스. 내 집 같은 편안함, 사장님의 어여쁜 마음에 중독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은재한옥호텔. 도심 속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한옥. 문턱을 넘는 순간 다른 세계로 들어선 느낌이다.
①숨어서 빛나는, 시은재한옥호텔
등잔 밑이 어둡다 했다. 매번 다니던 낙원상가 대로 옆 골목에 자리한 시은재는 이름 그대로 도심 속에 숨었다. 올해 9월로 151년 5개월이 된 이 집을 지키는 이는 이 집에서 태어난 김종철 씨다. 휴전 후 피난길에서 돌아와 어머니와 놀던 순간 툇마루로 들던 햇살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그의 주름진 얼굴에 살포시 웃음이 깃든다. 그날의 따뜻한 햇살이 집을 닦고 쓸고 윤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시은재한옥호텔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 마련한 목재 창고가 불이 나는 바람에 궁궐 짓는 목수가 할 일이 없어져 이 집을 지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집안 구석구석 나무를 둥글린 마름새, 한 치 흐트러짐이 없는 나무 기둥의 선들을 보고 있으면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벽과 지붕이 두터워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보다 3~4도가 낮은 집에 햇살이 내려앉는 순간은 꿈처럼 아름답다. 정갈한 온기가 집 안 곳곳을 가만히 살피는 듯하다.
[왼쪽/오른쪽]시은재한옥호텔 객실 / 부엌
안채와 별채로 구분되는데 별채 큰 방, 안채 안방 모두 넓은 편이다. 한옥이지만 현대의 시설들이 완벽히 갖춰진 덕에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조식은 계란, 빵, 잼, 우유, 주스 등을 갖춘 콘티넨털식으로 부엌에서 셀프로 차려 먹는다.
외국인 손님들이 묶는 경우는 그 나라의 국기를 게양하는 센스도 빛난다. 김종철 씨는 투숙객에게는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체크아웃 때 인화한 사진을 살포시 건넨다. 아름다운 툇마루에 앉아 찍은 사진 뒤로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서화가였던 석촌 윤용구, 시남 민병석이 이 집을 다녀가고 쓴 현판이 빛난다.
✔ 귓속말 Tip
바둑판, 찬장, 자개장, 의자 등 오래된 아름다운 물건들이 가득하다. 엄마는 물건들을 보며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집에 놀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고 좋아하신다.
시은재한옥호텔 내부 모습
②홈 스윗 홈, 서촌게스트하우스
열린 대문 틈으로 소담한 마당이 보인다. 댓돌 위에 정갈하게 놓인 신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백일홍, 햇살 아래 곱게 널어둔 이불을 보면 이 집에 살고 싶다. 미닫이문을 열고 처음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하마터면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할 뻔했다. 여느 집의 것과 흡사한 거실 풍경. 반찬 냄새, 일상의 소리들이 한데 뒤섞여 낯선 곳에 발들인 여행자의 마음은 순식간에 무장 해제된다.
서촌게스트하우스
1932년 지어진 이 집은 7년 전부터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이병은 씨의 소유가 됐다. 엄마, 이모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그녀의 집은 게스트하우스 2층. 1층 본채와 별채에 마련된 ‘재’ ‘미’ ‘난’ ‘안’ 방이 손님방이다. 한옥과 양옥이 연결된 구조가 독특하고 예뻐 집을 기웃기웃 엿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숙박비에 포함된 조식은 이병은 씨의 식구가 먹는 한식 밥상. 나물, 김치, 집에서 먹는 밑반찬에 요리 한두 가지가 포함된 알찬 한 상이다. 밥상 덕분에 재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데, 다섯 번 이상 온 미국의 한 손님과는 친구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왼쪽/오른쪽]서촌게스트하우스 내부 / 객실
방은 네 개, 화장실은 세 개다. 화장실을 공동사용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방 세 개가 예약되면 나머지 하나는 예약을 막아둔단다. 그만큼 손님을 위한 배려가 깊고 세심하다. 집은 세상 사람들이 찾아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전해주는 게 참 좋다는 주인장을 그대로 닮았다. 편하고, 따뜻하고, 다시 찾고 싶다.
✔ 귓속말 Tip
2층으로 올라가면 서촌 전경이 펼쳐지는 작은 테라스가 있다.
[왼쪽/가운데,오른쪽]서촌게스트하우스 외관 / 내부 모습
③궁궐터에 자리한 옛집, 문게스트하우스
운현궁터였던 곳에 6·25전쟁 직후 지어진 한옥으로 오일 스테인을 바르지 않아 나무 본연의 색감이 아름다운 집이다. 안주인의 시어머니가 시부모님 모시고 살던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대가 살던 집을 9년 전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집은 본채와 별채로 나뉘었다. 본채에는 운현당, 마당, 부엌 외 두 개의 방이, 별채에는 라일락, 로즈, 코스모스로 이름한 세 개의 방과 독립된 마당이 있다.
문게스트하우스
낮 시간에는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다도, 한복 입기 체험, 탁본 뜨기, 전통악기 체험, 고추장 담그기, 김치 만들기, 서예 체험 등이 수요에 따라 열린다. 한문 선생님으로 재직했던 남편이 서예와 탁본을,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림에 도가 튼 안주인이 한복입기 체험과 김치·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주관한다. 그리기와 악기 체험은 인근 이웃 예술가들을 강사로 초빙한다. 운현당 중간문을 개방하면 대회의실로 사용 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라 단체 관광객이 많은 편.
[왼쪽/오른쪽]문게스트하우스 내부 / 객실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의 안주인은 돈 버는 것보다 숙박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한 사람들이 만족하고 웃으면서 가는 걸 보는 게 제일 좋단다. 담 옆은 운현초등학교 운동장, 그 외 주변은 업무지구라 밤이 되면 고요해진다. 미리 이야기하면 한옥 마당에서 바비큐도 가능하다.
✔ 귓속말 Tip
도심 한가운데, 궁궐터에서 고요한 밤을 보내고 아침에는 새소리에 깬다.
[왼쪽/오른쪽]문게스트하우스 외관 / 객실내부 장식
④한옥의 힘, 남현당
운현궁 남쪽에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남쪽 남(南), 고개 현(峴) 자를 써 이름 지었다.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매실과 난실, 부엌 옆으로 국실과 죽실 총 네 개의 방이 있다. 최근 보기 힘든 콩댐(장판이 오래가고 윤나게 하기 위해 불린 콩을 갈아서 들기름에 섞어 바르는 일)한 바닥에 누울 수 있다는 게 특히 매력적이다.
남현당
1920년 후반에 지어져 2008년까지 ‘구가 한의원’ 자리였는데, 한의원이 꽤 유명했는지 아직까지 지방에서 진료받으러 찾아왔다가 헛걸음하는 이들이 드물게 있다고. 풍수는 잘 모르지만 집은 힘이 넘치는 듯하다. 아마도 마사토를 깔아 둔 마당 덕분인 것 같다. 바람 불면 먼지 날려 뒷일이 많지만, 그럼에도 한옥에는 흙이 깔려야 제맛. 바람 따라 날아든 오동나무 씨앗이 흙마당에 터를 잡고 자라더니, 그 키가 지붕보다 높아졌다.
[왼쪽/오른쪽]남현당 내부 / 객실
근래 도시에서 보기 드문 참새도 여러 마리 날아든다. 주인장이 주는 빵가루나 곡물 등을 먹으면서 흙마당에서 놀다가 오동나무에 올라가 쉰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한옥의 정취에 꼭 알맞다.
✔ 귓속말 Tip
마사토 깔린 마당이 정겹다. 오동나무 그늘 아래 대문으로 만든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아 온종일 있고 싶을 정도.
[왼쪽/오른쪽]남현당 지붕 위 참새 / 여행 관련 자료들이 마련되어 있다.
주변관광지
호아드
새롭게 떠오르는 카페 겸 갤러리. 한옥 옆에 콘크리트 건물이 나란히 붙은 구조로 한옥은 레스토랑, 건물은 카페와 갤러리로 운영한다. 1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2층 갤러리로 들고 입장할 수 있다. 갤러리가 아름답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갤러리는 국립 현대미술관 뒤편의 종친부 건물 쪽으로 통유리 창문을 냈다. 그 덕에 옥첩당과 경근당을 자세하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옥상 루프톱에서 보이는 소격동, 사간동, 남산, 청와대, 인왕산까지 갤러리를 중심으로 서울 동서남북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서울 종로 율곡로1길 54-3, 02-725-1204, 11시~21시, 매주 월요일 휴무
[왼쪽/오른쪽]호아드 내부 / 옥상 루프톱에서 보이는 풍경
운현궁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사가로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본래 규모는 궁궐만큼 크고 웅장했지만 현재는 많이 축소된 모양새다. 남아 있는 주요 건물은 연회나 잔치 때 사용했던 노락당(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도 이곳에서 열렸다), 대원군이 사랑채로 사용했고 임종한 노안당, 부인과 함께 안채로 쓰던 이로당이 남았다. 도심 속에 이토록 아름다운 궁이 있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진다. 일반 관람객은 들어갈 수 없지만 운현궁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건물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다. 그림에 빼어난 솜씨를 자랑하던 흥선대원군을 기리며 난을 그려볼 수 있는 ‘소문난(蘭) 운현궁’은 노안당 영화루에서, ‘운현궁 전통다도 차실’은 이로당에서 모두 10월까지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과 예약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64, 02-766-9090, 9시~19시(동절기 18시), 매주 월요일 휴관(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
운현궁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건축사무소 ‘공간’의 사무실이었던 이곳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 김수근의 숨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1대 ‘공간’의 소장인 김수근이 1977년 완공한 벽돌 건물, 2대 소장이었던 장세양 건축가가 1997년 완공한 통유리 건물, 3대 소장인 이상림 건축가가 2002년 증개축한 한옥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공간사옥’은 2014년 아라리오그룹의 김창일 회장이 매입하면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벽돌 건물은 김창일 회장이 모은 미술품 컬렉션이 전시된 전시관으로, 유리 건물과 한옥은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모습을 바꿨다. 공간, 공간을 채우는 미술품, 한눈에 드는 창덕궁 뷰, 맛있는 커피와 레스토랑 분위기 등 많은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서울 종로 율곡로 83, 02-736-5700, 10시~19시, 매주 월요일 휴관
박노수미술관
박노수 화백이 40년간 거주하던 집을 종로구에 기증하면서 2013년부터 일반에 공개된 미술관이다. 대담한 터치, 강렬한 색감으로 신 화풍을 구현한 박노수 화백의 작품과, 박노수 화백이 모은 고미술품, 수석, 화백이 쓰던 고가구 등 100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옥인동 34번지, 인왕산 자락 아래 터를 잡은 미술관은 작은 규모지만 도처에 아름다운 풍경들로 가득하다. 미술관 내부는 그림 외에도 다락, 윤나는 나무 바닥, 햇살이 수십 각으로 분산되는 창의 간유리 등 탐나는 오브제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록이 무성한 소담한 정원을 둘러보고, 서촌 절경이 한눈에 보이는 얕은 뒷동산에 오르고, 뒷동산에서 태어난 아기 길고양이들과 놀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간다.
서울 종로구 옥인1길 34, 02-2148-4171, 10시~18시, 매주 월요일 및 명절 당일 휴관
[왼쪽/오른쪽]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 박노수미술관
첫댓글 아까 친구랑 통화하면서
한옥에 살고 싶다고 말했었는뎅
제 2의 인생을 현대식 한옥에서 지내고 싶어요
추석에 시골 가지 마시고
서울 한옥으로 가세요
차례 상 시월드에서 벗어나
어머님 모시고 여행 다녀오세요 ㅎ
추석 명절에 차례 상 줄이고 콧바람 씌러 가야겠어요 ㅎ
ㅎㅎㅎ
요즈음 제사를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내지 않는 가정도 많은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