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부산 해운대구.
뒤에 '나무'를 붙여야 되는지 안 붙여야 되는지 맨난 헷갈리는 녀석인데 다행히 국어사전과 국생정과 자원관 모두 '팔손이'로 통일되어 있네요.(근데 앞으로도 계속 헷갈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인데 뾰족한 방법 없나? ㅠㅠ)
11월 중순부터 팔손이에 꽃이 피어서, 배고픈 꽃등에나 파리 종류들이 떼로 찾아들어 바글바글합니다. 먼저 핀 송이는 '수꽃 시기'에 화려하게 장식했던 꽃잎과 꽃술이 다 떨어지고, 암술만 남은 '암꽃 시기'를 거쳐 열매로 익어가는 중이고, 이제 갓 핀 송이는 수술의 꽃밥이 터진 것도 있고 아직 안 터지고 맨들맨들한 녀석도 있네요.
희끄무레한 색깔의 꽃은 이제 갓 핀 수꽃 시기의 꽃이며, 초록빛을 띤 녀석은 암꽃 시기를 지나 씨방이 익어가는 중입니다.
바로 위 사진은 갓 피어난 수꽃 시기입니다. 살구색 씨방(자방) 한가운데 짧게 뭉쳐 있는 암술은 아직 덜 성숙했기에 수술의 꽃가루가 떨어지더라도 수정이 되지 못합니다.
팔손이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 이가화(二家花)가 아니고, 암술과 수술이 하나의 꽃에 같이 있는 양성화(兩性花)지만, 암술과 수술의 성숙 시기에 차이를 두는 방법으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을 막는 기제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도 병행할 겁니다. 거기에 대한 단상은 이전 게시물을 참고해 주세요.
바로 위 사진은 수꽃 시기의 절정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수술의 꽃밥이 터지기 시작하는 초기엔 꽃꿀이 별로 안 보이다가 이 시기가 되면 위 사진처럼 맨눈으로 봐도 눈에 띌 정도로 꽃꿀이 풍성해집니다. 당연히 파리와 꽃등에 등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지요. 위 사진의 왼쪽 아래엔 수술과 꽃잎이 다 떨어지고 서서히 암술이 길어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절정기 수꽃 시기의 모습을 화살표로 정리하면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2022.12.2. 추가)
시간이 지나면 다섯 개의 꽃잎이 먼저 떨어지고, 그 뒤를 이어 수술들도 떨어지면, 아래 사진처럼 씨방만 남게 됩니다. 즉 암꽃 시기가 오는 것이지요. 아래 사진은 암꽃 시기가 많이 진행된 뒤의 모습인데, 처음에는 씨방의 옆면도 윗면과 같은 색깔이었다가(즉 전체가 희끄무레한 색깔) 위만 남기고 저렇게 초록빛으로 변해 간답니다. 나중엔 전체가 검게 변하며 익어갈 겁니다. 암꽃 시기에는 '수꽃 시기'에 짧았던 암술이 위로 더 많이 길어지면서 5~6갈래로 갈라집니다.
꽃등에와 파리가 주된 손님인데 입을 대는 부위에 차이가 있네요. 꽃등에들은 주로 꽃가루를 먹는지 대개의 사진들은 수술대나 꽃밥을 붙잡고 혀로 핥고 있는 장면으로 확인됩니다. 이에 비해 파리 종류들은 꽃가루를 핥기보다는 씨방 위쪽(암술대 주변의 살구색)에 분비된 꽃꿀에 혀를 대고 핥고 있는 모습이 찍힙니다. 아래 사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푸른등금파리인지 검정뺨금파리인지 검정띠금파리인지 자신이 없지만 모두들 살구색 씨방에 분비된 꽃꿀에 혀를 대고 핥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의 꽃등에들은 꽃술을 붙잡고 꽃가루를 핥고 있는 모습을 주로 보입니다. 물론 가끔 꽃꿀을 핥고 있는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대개는 꽃가루를 즐겨 먹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