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暗花明(류암화명)
1.버드나무 우거지고 백화가 만발하다
2.아름다운 봄 경치
3.막혔던 앞길이 열리다
산중수복 의무로(山重水複 疑無路)
산 겹겹 물 겹겹이라 길이 없을까 의심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난관에 부닥칠 때가 있다.
산이 앞을 가로 막고 물줄기는 끊어져
더 갈 길이 없는 산궁수진(山窮水盡)일 경우다.
이럴 때 절망하여 주저앉을 것인가,
막다른 골목에서 이때까지의 일은 포기하고 돌아설 것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믿고 방법을 찾을 것인가.
산이 첩첩이고 물 또한 겹겹이 앞을 가로막으면(山重水複)
당연히 길이 없을 것이라 여겨(疑無路) 주저앉는다.
중국 남송(南宋)시대의 애국시인이었던
육유(陸游)의 유명한 시구에는 그렇지만 절망은 없다.
호를 예법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방옹(放翁)이라 지어
육방옹이라 불렸던 육유는 기울어져 가는
남송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열정으로 분방한 시를 많이 남겼다.
그는 당시 실력자인 간신 진회(秦檜)에 밉보여
말단 벼슬로 지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육유는 애국, 울분,
그러면서도 희망이 담긴 우국시를 많이 남겼는데 시집
검남시고(劍南詩稾)를 비롯, 수량에 있어서는
고금 제일인 모두 1만 4000여 수의 시가 전한다고 한다.
1167년 육유가 고향인 산음(山陰)의 서쪽에 있는
마을을 찾아가 읊은 유산서촌(遊山西村) 시에서
암울한 조국의 어두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성어가 나오는 앞부분을 보자.
莫笑農家臘酒渾 (막소농가랍주혼)
농가의 섣달 술이 탁하다고 비웃지 말게나,
豊年留客足鷄豚 (풍년류객족계돈)
풍년이라 손님 머물면 닭고기 돼지고기 풍성하다네
山重水複疑無路 (산중수복의무로)
산에 또 산이고 물에 또 물이라 길이 없나 했더니
柳暗花明又一村 (류암화명우일촌)
버들 우거지고 꽃 밝게 핀 저쪽에 또 마을이 보이는구려
랍주(臘酒)는 섣달 납제를 위해 담근 술이다.
막다른 곳에서도 또 다른 마을이 있으니 희망이 있다.
끝의 유암화명(柳暗花明)은 버들은 그윽하고 꽃은 피어 밝다는 뜻으로
자연경치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한다.
육유는 작은 이백이라 불리기도 했던 남송을 대표하는
위대한 시인중의 한사람입니다
많은 그의 시중에 7언율시로 된 이
遊山西村은 백미라고 할 수가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이 유산서촌은 잘알려져 있고
특히 이 시중의
山重水複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 구절은
그 철학적인 의미로 인해
이전부터 널리 저자거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遊山西村[유산서촌]= 陸遊[육유]
산의 서쪽 마을을 유람하다.
莫笑農村臘酒渾[막소농촌랍주혼]
: 농사짓는 마을의 섣달 술이 혼탁하다 비웃지 마라
豊年留客足鷄豚[풍년유객족계돈]
: 풍년이라 손님이 머물어도 닭과 돼지가 넉넉하네.
山重水複疑無路[산중수복의무로]
: 산은 많은데 강물이 겹치니 길이 없는가 의심들고
柳暗花明又一村[류암화명우일촌]
: 검푸른 버드나무에 꽃이 밝으니 더욱 시골 같구나.
簫鼓追隨春社近[소고추수춘사근]
: 퉁소와 북소리를 쫓아 따르니 봄 제사 가까워지고
衣冠簡朴古風存[의관간박고풍존]
: 간소하고 소박한 옷과 갓에 옛날의 풍습이 있구나.
從今若許閑乘月[종금약허한승월]
: 지금부터 만약 한가히 달 헤아리는걸 허락한다면
拄杖無時夜叩門[주장무시야고문]
: 지팡이 짚고서 때도 없이 밤마다 문을 두드리리라.
陸遊[육유] : 남송시인, 작은 이백이라 불리기도 함.
臘酒[납주] : 老酒[노주], 섣달에 담가서 해를 묵혀 떠낸 술.
簡朴[간박] : 簡素[간소]하고 素朴[소박]함.
春社[춘사] : 仲春[중춘]에 땅의 신에게 농사의 풍요로움을 비는 제사.
중국 남송 시대의
시인 육유陸游(1125~1210)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당시 남송은 금나라의 침략을 받아서 온 사회가 불안해했습니다.
조정은 화친을 맺자는
주화파와 나가서 싸우자는 주전파로 나뉘었습니다.
육유는 전쟁을 주장하다 한직으로 밀러났고,
결국 벼슬을 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육유는 고향에 돌아와 살다가 어느 날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이곳저곳을 거닐다가 한적한 곳으로 향했습니다.
계속가다 보니 길은 좁아지고 인적도 드물어졌습니다.
그만 돌아갈까 싶었지만 내친 김에 그는 계속 걸었습니다.
그때 눈앞에 뭔가 아른거리더니 마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중수복의무로山重水復疑無路”
“산 넘고 물 건너 길이 끊긴 듯하나”
“류암화명우일촌柳暗花明又一村”
“버드나무 그늘 짙고 꽃 환한 마을이 보이네.”
“소고추수춘사근簫鼓追隧春社近”
“피리 소리 북 소리 잇따르니 봄 제사 가까운 듯”
“의관간박고풍존衣冠簡樸古風存”
“차림새 소박하여 옛 모습이 남아있네.”
육유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길이 끝난 곳에서
만난 마을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에는 길다가 뜻하지 않게 마을을 만났지만
이제는 틈나면 찾아가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금약허한승월從今若許閒乘月”
“이제 한가하면 달빛 따라 나서서”
“주장무시야구문拄杖無時夜扣門”
“지팡이 짚고서 아무 때나 문 두드리리.”
육유의 시를 읽으면 절망 끝에 희망이 느껴집니다.
육유는 세상에 마음을 붙이고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달리 갈 곳이 없습니다.
여기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마을을 이리저리 걷다가 길이 끝난 곳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또 하나의 마을을 만났던 것입니다.
“산중수복의무로”가 절망이라면
“류암화명우일촌”은 희망입니다.
절망의 순간에도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각자 저마다의
“류암화명우일촌”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