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鬱陵島)
여행일정 : 9.11~13(2박3일) 여 행 지 : 울릉도 해안산책로 및 명소 투어, 독도, 죽도
같이한 산악회 : 갤러리산악회
특징 :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인 울릉도(鬱陵島)는 64.43km의 해안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은 신생대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탓에 해안은 대부분이 절벽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내륙도 역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숫하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이다. 울릉도 여행의 공식이랄 수 있는 육로관광은 이러한 경관들을 둘러보게끔 짜여있다.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과 독도를 구경한 뒤,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다. 이 ’육로관광‘은 보통 ‘A’와 ‘B’, 2개 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도동에서 시작해 사동과 통구미를 거쳐 남양, 사자바위, 투구봉, 곰바위, 태하성하신당, 현포령, 현포고분, 송곳봉, 천부, 나리분지를 둘러보게 되는데 대략 한나절(3~4시간)이 소요된다. 반면에 반나절(2시간 내외)이 걸리는 ‘B코스’는 도동에서 출발해 저동 촛대바위와 내수전망대, 봉래폭포를 둘러보는 코스이다. 투어는 미니버스를 타고 돌게 된다. 가이드는 따로 두지 않고 버스의 운전사가 이를 겸한다. 참고로 울릉도의 대중교통 수단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와 관광용 미니버스, 그리고 택시가 전부이다. 그런데 육지에서의 생김새와는 영 딴판이다. 버스는 하나같이 작고, 택시는 모두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이다. 섬 내에 편평하고 넓은 도로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구절양장이 울고 갈 섬 길은 SUV나 미니버스가 아니고는 운행을 엄두도 내지 못한단다.
▼ 오늘은 육로관광의 ’A코스‘이다. 미니버스를 타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안가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송곳바위, 코끼리 바위, 거북바위, 매바위, 곰바위 등 가이드를 겸하고 있는 버스기사가 늘어놓는 이름들은 끝도 없이 계속된다.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이름도 다양한 바위들과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바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말로만 듣던 남태평양의 ’산호초 섬‘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버스가 첫 번째로 멈춘 곳은 울릉도 유일의 자연포구를 갖춘 통구미(通九味)이다. 일주도로를 따라 남양방면으로 향하다보면 만날 수 있다. 마을 양쪽으로 높은 산이 솟아있어 그 골짜기가 깊고 좁은 것이 흡사 긴 홈통과 같다고 해서 ’통‘과 ’구미(구멍)‘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 통구미(桶邱尾), 마을 앞 포구에 있는 거북 모양의 암석이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듯한 모습에서 따온 이름은 통구미(桶龜味)이다. 현재의 이름인 통구미(通九味)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붙여놓은 이름이란다. ▼ 포구의 물양장(物揚場)으로 들어서니 청동으로 세 마리의 물개(강치)를 만들어 놓았다. 옛날에는 이곳을 ‘가제바위’라고 불렀다고 하던데 이를 알리기 위한 조형물이 아닐까 싶다. ‘가제’는 울릉도의 방언으로 ‘바다사자 과(科)’의 해양포유류 동물인 강치(물개)를 말한다. 이곳에서 많이 서식했었으나 1970년대를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그 강치가 다시 돌아오길 빌면서 이 조형물을 세웠다는 것이다. ▼ ‘통구미’ 포구 근처의 우뚝 솟아있는 ‘거북바위’는 저동항의 방파제에 기대고 있는 촛대바위와 함께 울릉도를 대표하는 ‘시 스택(sea stack)’이다. 파도나 바람이 절벽이나 바위를 공격하면 약한 부분이 부서지고 강한 부분만 남게 된다. 그 모양이 아치(arch)를 닮은 것은 '시 아치', 지붕도 없는 굴뚝 모양을 닮은 것은 '시 스택'이라고 부른다. ▼ 거북바위는 한 마리의 거북이가 육지를 향해 들어오는 모양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바위를 오르는 대여섯 마리의 거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이드는 물가로 내려가고 있는 새끼 한 마리에 더 주목하란다. 가장 잘생겼으나 말썽 또한 가장 많이 피우는 놈이란다. ▼ 거북바위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바위들에 비해 비교적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물때가 맞으면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 마침 물이 빠져있기에 한 바퀴 돌아보다가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들을 만났다. 이 부근이 손맛이 괜찮은 낚시터였던 모양이다. 하긴 바닷가에 물개의 조형물까지 만들어놓았을 정도이니 이를 말이겠는가. 하지만 나이 지긋한 강태공의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오늘 하루만을 얘기하는지는 몰라도 입질이 별로라는 것이다. ▼ 서쪽으로 돌자 '라바 볼(lava ball)‘이라고 쓰인 팻말이 바위벽에 붙어있다. ’울릉도·독도 지질공원‘에서 내건 것인데, 팻말에는 끈적끈적한 용암과 암석조각들이 눈덩이처럼 뭉쳐지면서 만들어진 공 모양의 덩어리가 ’라바 볼(용암구)‘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 옆에는 점성이 높은 ’아아 용암‘이 흐르는 동안 표면이 식으면서 깨어져 생긴 조각이라는 ’크링거(clinker)’에 대한 안내판도 붙어 있다. 이 거북바위가 지질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마을 뒤 바위벼랑의 푸르게 보이는 부분은 ‘울릉도 향(香)나무’의 자생지(自生地)라고 한다.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시 되는 향나무의 원종(原種)이 자생하고 있는데, 특수한 환경에 적응된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48로)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단다. 이밖에도 통구미의 절벽 밑에는 섬벚나무와 섬국수나무, 말오줌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어 보전가치가 높단다. ▼ 아슬아슬하고 꼬불꼬불한 오르막길 무섭기도 하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울릉도의 아름다움에 취해 무서움도 잠시 뿐이었다. 울릉도는 섬이기에 고만고만하려니 했는데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환상의 섬 신비의 섬 울릉도는 성인봉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산봉우리들,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미니버스를 타고 드라이브 형식으로 여행을 하다보이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 못내 서운할 따름이었다. 참! 비록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가는 길에 사자바위를 볼 수도 있었다. 이곳 울릉도를 정벌했던 이사부장군의 작품이란다. 하슬라주(지금의 강릉)의 군주로 있던 512년에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정벌할 것을 계획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이 어리석고 사나워서 위세로 항복받기가 어려우니 계교를 써서 복속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리하여 나무로 사자를 많이 만들어 전투용 배에 나누어 싣고 그 나라 해안에 가서 거짓말로 말하기를 ‘너희들이 만일 항복하지 않으면 이 맹수를 놓아 밟아 죽이게 하겠다’고 했는데, 그들이 두려워 곧 항복했다고 한다. ▼ 울릉도는 화산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단방향 신호등이다. 터널에 신호등이 있다니 이해가 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선 울릉도에는 터널이 아주 많다. 해안절벽에 도로를 내면서 곳곳에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터널들 가운데 두어 곳은 교행(郊行)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아서 일방통행을 할 수밖에 없다. 그 터널들 앞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호등을 한 번 놓치면 터널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한단다. 하긴 편도인 터널 안에서 차량 두 대가 만났을 경우 어찌 낭패가 아니겠는가. 잠시 후에 만나게 되는 ‘수층교’도 재미있다. 길이 마치 달팽이처럼 나선형(螺旋形)으로 올라간다. ▼ 버스를 타고가다 보면 울릉도의 또 다른 볼거리인 ‘모노레일’이 가끔 눈에 띈다. 보기에도 아찔한 경사진 밭 사이로 사람과 수확물을 싣고 나르는 용도인데, 멀리서 보면 놀이동산의 ‘미니열차’ 같다. 밭머리에는 솥도 놓여있다. 수확한 산나물을 삶기 위해서란다. 재배지와 거주지가 먼 주민들이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생각해낸 불가피한 아이디어(idea)였을 것이다. ▼ '열두구비' 길을 지나면 ‘현포항(玄圃港)’이다. 낮은 분지와 해안선이 맞닿은 곳인데, 낙조가 아름답다고 알려지면서 울릉도의 일몰(日沒) 명소로 자리 잡았다. 버스는 이곳에서 두 번째로 멈춘다. 코끼리를 닮은 ‘공암’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현포(玄圃)’란 지명은 동쪽에 있는 촛대암의 그림자가 바다에 비치면 바닷물이 검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됐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이곳에 촌락기지 7개소와 석물, 석탑 등이 있다고 했다. 또한 성지와 선돌 같은 유물·유적이 많아 학자들은 이곳을 고대 우산국의 도읍지로 추정하고 있단다. 참!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있는 ‘태하마을’은 들러보지를 못했다. 때문에 배를 띄우기 위해 바람 불기를 기다렸다는 대풍감 해안절벽과 울릉도(태하)등대, 동남동녀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성하신당 등을 눈에 담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버스가 들러주지를 않아서이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해외여행처럼 보여줄 곳을 미리 계약해 놓은 것도 아니니 항의해 볼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저 가이드의 처분에 따를 수밖에... ▼ 현포항에서는 ‘코끼리바위’로도 불리는 ‘공암’이 잘 조망된다. 울릉도가 품고 있는 ‘시 아치(sea arch)’ 가운데 하나인데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담그는 듯한 모양새이다. ‘그 뒤에 있는 꼬맹이 바위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가이드의 물음에 이은 해답은 코끼리의 배설물이란다. 쉽게 말해 ‘상분(象糞)’인 셈이다. 참고로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코끼리바위는 전체가 주상절리로 덮여있다고 한다. 몸통은 부챗살 모양이고 코와 다리는 바둑판 모양이란다. ▼ ‘공암’만이 아니다. 주변 바다에는 기이하게 생긴 다른 바위들도 여럿 보인다. ‘가리비바위’와 ‘멍게바위’가 바로 그것이다. 모처럼 울릉도에 오셨으니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가이드의 우스갯소리와 함께 나타난 바위들이다. 내륙 쪽의 바위들도 만만치가 않다. 송곳산과 노인봉 등 갖가지 기암들이 인사하듯 차례차례 나타난다. ▼ 세 번째로 들른 곳은 성불사이다. 울릉도가 자랑하는 비경 중의 하나인 송곳산(추산 또는 영추산으로도 불린다) 자락에 들어선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다. 포항 옥천사 스님들과 전국 불자들이 신심을 합해 새천년이 시작되던 2000년에 문을 열었다. 이때 만든 ‘석조약사여래대불’이 성불사의 ‘랜드마크(landmark)’라고 한다.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지켜내려는 염원을 담은 호국불사(護國佛事)였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부처님의 시선 끝에 독도가 걸려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성불사의 주불전은 삼성각이다. 작고 단아한 모습의 전각이지만 해발 430m의 수직 암봉(岩峰)인 송곳산과 어우러져 기막힌 풍경이 된다. 울릉도의 기(氣)가 모두 모였다는 ‘송곳산’은 추산 또는 영추산이라고 불리는데, 송곳산이란 이름은 마치 뾰족한 송곳을 세워 놓은 것 같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성인봉의 지맥이 미륵산을 타고 흘러 송곳산까지 이어져 그 절벽이 울릉도의 북쪽 바다에 무릎을 첨벙 담근 형상이란다. 이런 형상의 송곳산은 예로부터 지기(地氣)가 영험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이를 알아챈 왜인들이 송곳산과 이 나라의 기운을 죽이기 위해 정상에 쇠말뚝 세 개를 박아 놓았다고 한다. 해방이 되어 두 개는 제거가 됐지만 나머지 한 개는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송곳산’에 구멍 몇 개가 보인다. 예사로이 넘길 구멍들이 아니라니 가슴속에 담아보자. 울릉도에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저 곳에 있는 구멍 네 개가 말세(末世)가 되면 두 가지로 용도가 나뉘게 된다고 한다. 구멍마다 하늘에서 밧줄을 내려주는데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은 가장 큰 구멍을 통해 옥황상제에게로 올라가지만, 죄를 지은 사람들은 나머지 세 개의 구멍에 걸려 천상으로 못 간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숨은 그림, 아니 숨은 구멍 찾기라도 해봐야지 않을까 싶다. 구멍의 크기가 너무 차이 나서 금방 결론이 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큰 굴로 올라가는 길쯤은 마음속으로라도 그려놓아 두자. ▼ 삼성각과 대불의 사이에는 약수(藥水)가 있다. 돌 거북이의 입을 통해 꽤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나오는데 감로수(甘露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맛이 제법 뛰어나다. ▼ 남녀유별(男女有別)이란 유교 사상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분별이 있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남녀유별을 난 절간에서 만났다. 남자와 여자의 화장실을 별개의 건물로 나누었으니 이게 바로 ‘남녀유별’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런 사상을 절간에서 보았다는 게 다소 의외라 하겠다. ▼ 반대편 산자락에는 교회도 보인다. 하긴 절간이 있는데 교회라고 없겠는가. 아무튼 저곳 어디쯤에 용출수(湧出水)로 전기를 만드는 ‘추산 수력발전소(水力發電所)’가 있다고 했는데 찾아보지는 못했다. 깔대기 모양의 성인봉 분화구에서 모인 지하수가 분지(盆地) 밑의 용출소로 한꺼번에 솟구쳐 나온 것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울릉도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39년, 저동천의 자연수를 이용한 수력발전소인 남면발전소가 민간자본으로 지어졌다. 추산수력발전소는 1966년에 완공되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섬에 수력발전소를 지을 정도로 물이 풍부한 것이 특이하다 하겠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내수전에 있는 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을 합치면 울릉도 전체가 쓰고도 남을 만큼 그 양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 바다 방향에 독특한 외형의 건물이 보인다. 왼편은 6개의 날개가 소용돌이치는 모양새이고, 그 오른편의 건물도 지붕이 울룩불룩 한 것이 생동감이 넘친다. 지난 6월 tvN의 예능프로그램인 '프리한 19'에서 소개된바 있는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이다. 당시 방송에서는 '더 소문나기 전에 가야 할 틈새 투어' 중 하나로 ‘코오롱 글로텍’에서 세운 저 리조트를 꼽았었다. 지난해 10월에 오픈했다는데 풀빌라(1일 1팀 숙박) 형식의 A동 ‘코스모스(cosmos, 우주)’와 펜션 형태의 B동 ‘떼레(terre, 지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건물은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건축가 20인에 선정된바 있는 김찬중 건축가(경희대 초빙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이 기획은 물론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울릉도의 자연환경과 천지의 기를 조화시킨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이다. ▼ 성불사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울릉도 바다의 풍경도 일품이다. 아름다운 해안선은 물론이고 파란 바다의 시원한 풍경이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절묘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코끼리바위가 다시 한 번 나타나고 있음은 물론이다. ▼ 송곳산 근처에는 가수 이장희의 ‘울릉천국 아트센터’도 있다. 비정기적으로 이장희의 상설 공연을 비롯해 송창식, 윤형주 등 쎄시봉 멤버들의 공연이 열리는데 지하 1층에 지상 4층으로 지어진 건물에는 분장실과 대기실을 갖춘 150명 규모의 공연장과 카페테리아, 전시홀 등을 갖췄다고 한다. 전시홀은 이장희가 보유하고 있는 쎄시봉 자료 등으로 꾸며졌단다. 가이드의 말로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붉은 건물의 뒤편 산자락에 들어앉았다는데 이곳도 역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울릉도 여행은 ‘엿장수 마음대로’가 아닌 ‘운전사 마음대로’였기 때문이다. ▼ 또 다시 길을 나선다. 섬을 품었다 밀기를 반복하는 해안도로는 바다와 맞닿을 듯 시원스럽다. 어떤 구간은 꼬깃꼬깃 종이를 접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도로가 뱀처럼 구불구불한 현포령도 꽤나 기억에 남을 듯했다. 울릉도에 총 연장 44km의 일주도로가 개통된 것은 지난 2001년이었다고 한다. 연인원 25만 명을 투입하고도 39년이나 걸렸다면 얼마나 험난한 공사였을지 미루어 짐작이 갈 것이다. 일주도로가 뚫리면서 한때 후륜구동차량의 경우 거꾸로 산길을 올라야 했다던 태하령 구간 등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울릉주민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들 입장에서는 진풍경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 달리는 차속, 그것도 햇빛을 등지고 찍다보니 흑백사진이 되어버렸지만 아래 사진은 북면의 '악어터널'이다. 울릉도에서 가장 뛰어난 ‘시 아치(sea arch)’로 알려져 있다. 아치의 생김새가 마치 악어가 입을 벌린 것처럼 생겼다는데 차를 멈추지 않아서 직접 확인은 못해봤다. 아무튼 차는 그 아래를 통과한다. 주민들 사이에는 이곳을 지나가면서 거짓말을 할 경우 악어가 입을 닫아버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닭다리처럼 생겼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니 참조한다. ▼ 잠시 후 버스는 천부항을 지난다. 조선시대 왜인들이 이곳에서 배를 만들고 울릉도의 나무들을 도벌하여 운반 하였던 곳이어서 왜선창이라고 불렸으며, 옛날부터 선창이 있었던 곳이라 예선창이라고도 불렸다. 한때는 울릉도 오징어잡이 배들의 중심 어항이었으나 현재는 많이 쇠락해 있단다. 바닷속 창문을 통해 수중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는 ‘천부해중전망대’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계속해서 해안도로를 따를 경우에는 삼선암과 관음도 등 울릉도의 또 다른 비경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래분지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에라도 들려줄까 기대했지만 가이드는 애초부터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에 대한 얘기 한 토막 꺼내놓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 나리분지로 가는 길에 본천부마을에 있는 ‘섬백리향 제품 판매점’에 들렀다. ‘섬백리향 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52호로 지정된 '섬백리향'이 가미된 화장품과 비누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참고로 백리향(百里香)은 한반도가 원산지로 높은 산꼭대기나 바닷가의 바위틈에 높이 3m~5m 크기로 자라 6월에 분홍색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 향기가 ‘100리 까지 간다.’고 해서 ‘백리향’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예로부터 뱃사람의 길잡이가 됐다고 전해진다. 전초(全草 : 꽃·잎·줄기·뿌리 따위를 모두 갖춘 풀의 온전한 포기)는 한방에서 ‘지초(地椒)’로 불리며 강장효과가 높고 우울증과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백리향 가운데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게 ‘섬백리향’인데 백리향의 변종쯤으로 보면 되겠다. 백리향보다 줄기가 더 굵고 잎이 15㎜로 백리향보다 다소 길다. ▼ 이젠 나리분지로 가볼 차례이다. 구절양장(九折羊腸)도 서러워할 만큼 꿈틀대고 있는 길은 반대편에서 차라도 내려올라치면 조금 넓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서로 비켜지나가야만 할 만큼 그 넓이까지도 좁다. ‘롤러코스트(roller coaster)를 타는 기분일 테니 미리 대비해두라는 가이드의 경고가 있었다면 대충 미루어 짐작이 갈 것이다. 그렇게 고갯마루를 넘으면 차창 너머로 ‘나리분지’가 내려다보인다. 성인봉 북쪽에 형성된 동서 길이 1.5㎞에 남북이 2㎞인 삼각형 모양의 칼데라(caldera)가 ‘나리분지’이다. 울릉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평탄한 지역이라고 한다. ‘나리’는 영어로 백합류의 꽃인 ‘릴리’를 대신하는 순 우리말이다. 지천에 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지구상의 다른 칼데라가 그러하듯 나리분지 주변에는 급경사의 언덕배기가 솟아있다. 성인봉 주변의 형제봉·미륵산·나리령 등이 그들이다. ▼ 안으로 들어선 ‘나리분지’는 그야말로 아늑한 고향마을. 바로 그것이다. 넓은 밭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길과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너와집과 초가집, 그리고 교회 등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나래분지는 화산의 분화구(噴火口)이다. 제주도의 한라산 꼭대기에 있는 ’백록담‘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호수는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밭만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평야처럼 평평한 이 나래분지를 조금만 깊이 파면 맑고 상쾌한 물이 솟아오르는데 이 나래분지의 물이 울릉도 곳곳으로 흘러들어가 섬전체가 물이 부족한 곳이 없으니 사람 사는데 이만한 곳도 없지 않을까 싶다. ▼ 마을에는 ‘투막집(국가민속문화재 제256호)’이 보존·관리되고 있다. 하나는 억새로 다른 하나는 너와로 지붕을 덮었다. 울릉도 개척 당시(1883년)에 사용하던 울릉도 재래의 집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집들로 1940년대에 건축한 것이란다. 투막집은 울릉도의 전통가옥으로 바람과 폭설에 대비해 만든 이중벽 구조인 우데기(눈비나 바람을 막기 위해 집 바깥쪽에 둘러친 외벽)가 독특한 집이다. 본래 나리분지에는 고대 우산국 시절부터 사람이 살았으나 왜적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조선왕조가 공도정책(空島政策)을 폄에 따라 수백 년 동안 비워졌다. 그러다가 1882년 고종의 개척령에 따라 나리분지에 93가구 500여 명의 개척민들이 들어와 투막집을 짓고 살았다. ‘나리’라는 지명은 당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고 연명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 낮게 깔린 구름너머에는 성인봉(聖人峰)이 있다. 지도에서 보면 마치 여우머리처럼 생긴 울릉도의 정중앙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 산은 앉은 터나 산세, 해발고도, 덩치 등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또한 울릉도의 산들은 대부분 성인봉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름을 성인(聖人)이라고 붙여 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고 해서 말이다. 참고로 울릉도에는 섬 전체를 포괄하는 산 이름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신라장군 이사부가 점령했다는 우산국의 우산이 성인봉과 다른 산·봉들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산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니 기억해두자. ▼ 나리분지를 둘러봤으면 이젠 왔던 길로 되돌아갈 차례이다. 해안 일주도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목’부터 ‘내수전’ 사이의 4.4km 구간인데 현재 공사가 막바지라고 한다. 가이드의 말로는 내년쯤에는 되돌아가는 번거로움이 없어질 것이라는데 그의 말대로 예정된 날짜에 공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래본다. 아무튼 돌아오는 길에는 호박엿 공장에 들렀다. 코끼리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엿과 제리는 물론이고 조청과 빵, 더덕 진액 등 다양한 제품을 할인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아무튼 맛보기로 먹어본 호박엿은 참 신기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중단하기가 어렵다던 지우(知友)의 얘기가 실감난다. 먹다보면 한자리에서 한 봉지를 다 비워버리는 사람까지 있다던 얘기 말이다. 울릉도 호박엿이 멀미까지 막아준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
출처: 가을하늘네 뜨락 원문보기 글쓴이: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