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타자들을 보고 '공격한다'고 말합니다. 타선의 힘이 센 라인업을 보면 '공격력이 강한 팀'이라고 말하죠. 야구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방망이를 든 사람이 공격수고 글러브를 든 사람이 수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끔 다른 상상을 합니다. 투수가 공격하고 타자가 수비하는 상상입니다. 좀 이상한 얘기죠?
이게 무슨 뜻이냐면, 강력한 구위로 타자들을 찍어 누르는 에이스급 투수의 경기를 볼 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묵직한 속구와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을 밀어 붙이는 투수가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타석에 선 선수들은 얇은 방망이로 스트라이크존을 수비하려고 애씁니다. 강력한 공을 방망이로 이리저리 따라다니며 겨우겨우 커트만 해내다 결국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꽂혀 아웃카운트를 먹습니다. 게다가 야구는 투수와 타자가 10번 싸우면 적어도 6번 많게는 8번까지 투수가 이기는 싸움이기도 하고요.
투수가 타자를 밀어 붙이면서 공격한다는 건 '공격적인 투구'와는 좀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그렇게 타자를 찍어 누르는 투수들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팬들도 '오늘은 이겨야겠다'가 아니라 <오늘은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반대로 상대팀에 그런 투수가 나오면 '오늘은 졌구나' 생각하고요. 이건 한화가 박종훈이나 유희관을 만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느낌입니다. 경기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지배하죠. 우리 그런 경험 과거에 다들 있었잖아요. "선발 XXX구나 그럼 오늘은 이기겠네"하는 경험이요.
그런데 그런 경험이 너무 과거죠. 우리가 그런 투수를 응원팀에서 마지막으로 본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러니까 12류현진이 마지막입니다. 여러분도 다들 보셨죠. 비교적 최근에 한화팬이 되신 분이면 못 보셨을 수도 있겠고요. 2015년 로저스에게서도 잠시 그런 기분을 느꼈는데 안타깝게도 그건 별로 길게 이어지지가 않았네요.
그런 투수가 되려면 기본적인 조건이 2가지 있습니다. 위력적인 속구를 던질 수 있어야 하고, 그 속구를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비교 대상이 너무 높지만) 류현진을 생각해보세요. 컨디션 안 좋은 날은 그 선수도 집중타 얻어맞고 대량실점 하거나 뜬금없이 홈런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치 않는 볼을 던지면서 쉽게 베이스를 내주고 제 풀에 무너지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류현진과 비슷한 시기 우리 팀에 있었고 '대포동 미사일'같은 직구를 던진다던 김혁민이 안정적으로 롱런하지 못 한 이유는 그 직구가 원치 않는 곳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혁민이 아니어도 괜찮은 공을 던졌는데 존으로 집어넣지 못하고 혼자서 주자를 쌓다 인터벌만 길어지고 결국 쉽게 점수 내주는 투수들이 우리 마운드에는 너무 많았죠. 심지어 지금도 종종 있고요.
최근의 주현상을 보세요. 그 선수가 150을 던집니까? 아니면 폭포수 같은 커브를 던집니까? 그것도 아니면 류현진같은 월드클래스급 체인지업을 가졌습니까. 주현상 속구가 라이징-패스트볼인가요? 아니잖아요. 주현상 속구보다 김혁민 속구가 훨씬 더 위력적이죠. 하지만 최근의 주현상이 불펜에서 왜 그럭저럭 밥값을 했을까요. 존으로 집어 넣잖아요. 투수가 존으로 공을 던지면 70% 가까이 이깁니다. 타자가 그걸 이겨내도 등 뒤의 수비수 7명이 타구를 건져줄 수도 있고요.
야구를 잘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투수는 원치 않는 볼을 적게 던지면 되고 타자는 원하지 않는 볼에 방망이를 내지 않으면 됩니다. 투수든 타자든 바로 저 '볼'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야구를 잘하죠.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우면 세상 야구선수들이 전부 류현진 김태균처럼 하겠지만 말입니다.
카페에서 여러 번 얘기했는데 저는 '투수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투수들의 시대이던 90년대 중반에는 한화이글스 중계가 있어도 잠실에서 이상훈 VS 김상진 매치가 열리면 그거 보러 갔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좋아했던 야구선수는 장종훈이지만 가장 존경했던 선수는 송진우였고 인생 첫 '팬질'은 정민철에게 했죠.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 야구선수는 구대성이고 가장 신뢰했던 선수는 류현진입니다. 다들 자기가 원하는 코스로 좋은 공을 꽂아넣을 줄 알았던 투수들이죠.
좋은 공을 가진 투수는 많습니다. 잘 들어간 공만 보면 아무도 못 칠 것 같은 투수도 많습니다. 하지만 투수는 본인이 던지고 싶은 코스로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필요할 때는 볼도 던지지만 그 볼은 어디까지나 투수가 타자와의 싸움에서 활용하는 미끼로서의 역할을 해야지, 있는 힘껏 던졌는데 황당한 곳으로 날아가서 볼 판정을 받으면 안 되죠. 그걸 줄여야 투수가 공격할 수 있습니다. 리그를 휘어잡는 에이스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해설위원들이 늘 입모아 말하는 '공격적인 투구'라도 할 수 있게 되죠.
괜찮은 속구, 그리고 잘 떨어지는 변화구를 가진 우리 팀 투수들이 앞으로는 원치 않는 볼을 덜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힘 있는 공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다면, 나머지 공이 아래로 떨어지든 옆으로 휘어 나가든 아니면 속도가 느려지든 간에...투피치로도 상대 타자를 잡아낼 수 있으니까요. 속구가 존으로 들어오는 투수의 변화구에 타자들이 속지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투수 공에 누가 휘두르겠습니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 투수들이 앞으로는 그런 공을 던져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는 많습니다
다만 스트존으로 들어가냐마냐... 이건 포수 미트질돚있겠지만 제구가 문제겠죠
오죽하믄 윤대경을 땡겨 쓰겠습니까 불펜을 못믿는거죠
볼만 빠른 범수 투수 전향한 현상씨 볼질러 김재영씨 비운동권 호솔돼...
스트를 못잡으면 답읎죠ㅜㅜ
수감독이 머리 잡고 힘들어 하는게 맞더라도 덤비다 맞아야지 볼질하다 맞으니 괴롭죠
울 한화는 빠따는 그렇다쳐도 마운드는 아직 멀었다봅니다
시대영향도 있는거같아요. 90년대엔 그런 투수들이 많았는데요. 제마음속 ace of ace도 정민철이구요. 요즘 그런 강력한구위에 투수도 잘 없고. 김광현이 90년대 투수들같이 타자를 압박한다는 느낌도 안들더군요. 요즘 타자들이 힘도쌔고 용병타자탄도 있는거같고. 학창시절 봤던 선수들의 우상화(?)하던 느낌도 있구요ㅎ 9회까지 불같은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하던 그런 ace들이 그립습니다.
음 저는 구위로는 대성불패로 생각합니다
민철 단장은 구위도 인정하지만 대성불패 짱이었죠
제구 구위 다 되는 투수는 없었겠지만 대성불패가 정단장님보다는 위라고 생각하네요
압도하는 맛이라는건 대성불패 이후엔 류뚱밖엔 읎죠
대신 다른 팀에는 그럼 외국인들이 있었죠 우리는 없었고
야구 그까이꺼 우승이 중요합니까 선발님..
전 대화감독 와서 가르시아 델꼬 왔을때 젤 왜?
이랬는데 기억이 맞는질 몰겄는디 역전 쓰리런인가 홈런인가 쳤는데 제 기억 속엔 그게 더 젬나더라구요
저희 99때슨 로마라 데빗이있어죠
그때도 남북부?리그였었나 그거 아니 였음 한화 우승은 택도 읎죠
전 개인적으로 구대성의 배짱과 싸울줄 아는 공격적인 투구는 이글스 역사상 그 누구와 붙여 놓아도 단연코 최고였다 생각 합니다
그가 등판 할때면 오늘 승리를 확정 하는구나 라는 강한 믿음과 확신이 들었거든요
단 한번도 의심을 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구대성이 그리울때가 너무 많습니다
너무 보고 싶네요
말씀하신 측면에서 구대성을 좋아합니다. 구위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마운드에서의 애티튜드가 무언가 공격적이죠 ㅎㅎ 개인적인 느낌으로 우완 선동렬 좌완 구대성이 제일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 향수에 살아야죠 울 빙그레님들ㅋ
젊은 김태균 고졸 정민철의 첫해 구대성의 삼관왕ㅋ 그때한 세번은 했어야..
하.. 내주변 이글스 팬들이 제발 좀 이카페 가입해서 이런글을 읽어야 하는데 하... 선발님은 야구 전문 유튜브라도 하셔야할거같습니다
과거 김혁민은 이승엽이 인정하는 직구를 가진 투수였죠 소히 말해 직구가 긁히는 날에만요ㅎㅎ 그게 1년에 한두번 이었던게 문제죠.. 현재 우리팀에도 어마어마한 직구를 가지고있는 김범수가 있네요
제구가 안되는게 문제지만요... ㅠ
야구가 멘탈의 스포츠로 불리우는 이유기도 하지요^^
수많은 아마유망주들이 프로에서 부상외에 사라지는 이유기도 하고요 ㅜㅜ
갠적으로 가슴아픈게 이런수많은 유망주자원들이 게임을 할수록 멘탈을 잡는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감을 잃고 도망다니다 어거지로 우겨넣다두드려맞고 2군행 그러다 다시1군을 반복하다
2군의 늪에 빠져서 스스로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죠 지금 울팀의 유망주투수들이 그런 전철을 밝지 않기를 바랄뿐인데...
박찬호가 주장하던 이야기와 결이 같네요. 투수가 공격하는거다 라고 박찬호가 이야기하더군요. 어찌보면 그게 맞는것 같네요 공을 쥐고 있는쪽은 투수니까 ㅎㅎ
이게 항상 한화의 문제인데 투수가 싸우려고 하면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투수들의 직구구속이 너무 떨어짐.
일단 직구 구속이 150이상 찍는 투수가 없고, 커맨드가 되면 140을 찍는거도 상대적으로 어려움.
결국 장민재, 정우람같은 경우 제구는 되지만 구속이 안되니깐 변화구도 사실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죠.
결론은 직구 구속 140중반을 찍는 투수가 제구가 되야 치고 받고 싸움이 가능한거지.
주현상도 평균 142~3던지지만 맥스 145이상 찍힐때도 있으니 치고 받고 싸움이 가능.
장민재 주현상보다 제구가 좋아도 직구 맥스 140km 언저리 결국 그 2~3km차이에 타자가 치고 못 치고가 결정되는 거라 생각됩니다.
정우람이 현재 마무리로서 저는 개인적으로 믿음이 안가는 부분이 결국은 잘 나갈때에 비해 직구구속이 떨어짐.
이에 체인지업 및 변화구가 대응이 가능해져버리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우람이 워낙 제구가 좋아 구석 구석 찌르면서 싸운다고는 하지만 사실 마무리라고 하면 직구하나로 윽박을 질러서라도 게임을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장시환이나 김범수가 직구 영점을 잡는다면 마무리로 쓰는게 맞지 않난 생각됩니다
정우람은 이제 마무리보다 중계로 나와서 1이닝 틀어막고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실 마무리투수 등판은 '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되는데 정우람은 '불안하다'가 더 큽니다ㅜ
요즘 전체적인 야구 추세가 제구보다는 빠르기를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공만 빠르면 다른건 나중에 해도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