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은 밑 빠진 독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운영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밑 빠진 독이라야 콩나물이 자랍니다.
코로나19로 무지무지 힘들었던 세월도 지나갔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주변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요즘은 찔레꽃과 장미가 피고 있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상추쌈을 좋아합니다. 한 손님은 두 번째 접시에는 밥 없이 고기만 싸서 양껏 먹었습니다. 참 좋습니다. 손님들이 정말 잘 먹었다고 합니다.
4월초에 노숙 초보인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나이는 59년생이니 64세입니다. 열흘 전에 여동생 집에서 나왔습니다. 기막힌 사연을 들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인숙 방을 하나 얻었습니다. 다음 날 주민등록 이전을 했고, 긴급복지지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습니다. 밥은 하루에 두 번은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먹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생필품과 용돈 그리고 컵라면 등을 나눠드렸습니다. 보름 쯤 지나서 긴급복지 지원금이 나왔습니다. 여인숙 방세도 낼 수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식사하고, 화도진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빌려다 봅니다. 밤에 잠도 잘 잡니다. 한 달 정도 더 지나면 기초생활수급이 확정됩니다.
이♡우 씨. 62세 여인숙 쪽방에서 삽니다. 부산에서 살다 사업이 망하고, 이혼을 하고, 이십여 년 전에 인천으로 와서 막노동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일거리가 없어 돈이 떨어지면 국수집에 오던 손님입니다. 4월 초 어느 날 저녁에 지하도 계단에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새벽에 깨어났습니다. 팔 하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병원에 갔는데 주민등록이 없으니 건강보험도 없습니다. 가진 돈이라고는 7만원뿐입니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으려면 12만원은 있어야 한답니다. 그냥 나왔습니다. 진통제만 먹고 그냥 지냈습니다. 너무 배고파서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밥을 먹었습니다. 어느 날 도와달라고 합니다. 팔이 시퍼렇게 변했습니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먼저 주민등록을 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말소된 것을 살리려면 과태료 12만원을 내야 하는 데 자기는 돈이 없답니다.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내일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고 긴급지원 그리고 긴급의료지원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들어가는 비용은 민들레국수집에서 대기로 했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갚기로 했습니다. 여인숙 방세도 두 달이나 밀렸고 이번 달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선 여인숙 방세 한 달 치를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치료받기로 했습니다.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컵라면을 챙겨주었습니다. 무사히 인하대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급한 불은 껐습니다. 고마운 분들 덕분입니다.
이반 일리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빵 한 조각이 들어가게 될 굶주린 입 하나하나로 생각하는 대신 톤이라는 단위로 말하기 시작한다. 빵 한 조각을 다른 사람과 나눠 먹을 의향과 능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논의가 호의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사회속에서 오가고 있다.”
빵 한 조각을 다른 사람과 나눠 먹을 의향과 능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