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들어선 '보문 아이파크(왼쪽)'와 '보문 파크뷰자이' 아파트. /이지은 기자
서울 성북구 보문동은 오래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동네 주거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개발 소식이 없던 곳이다. 1990년대 초에 단독 주택들이 대거 4~5층짜리 빌라로 변신한 뒤 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집값도 ‘서울치곤 저렴한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지역 아파트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신혼 부부가 많이 찾고, 원룸촌에는 인근의 고대·성신여대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교통 입지면에선 보문동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북 도심에서 보문동이 접근성이 나쁘지는 않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타면 서울시청까지 20분, 여의도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2017년 보문역에 우이신설선 환승역이 추가돼 교통 여건이 좀 더 개선됐다. 최근에는 보문3구역을 재개발한 ‘보문파크뷰자이’가 들어서는 등 새 아파트 단지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 위치. /네이버 지도
교통 환경이 개선되고,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주택 시장의 수요자도 보문동을 저평가 된 지역으로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보문2구역(계룡리슈빌, 465가구)과 5구역(호반건설 주상복합, 199가구) 재개발 사업도 최근 사업 추진 속도를 내고 있다.
'보문 아이파크'와 '보문 파크뷰자이' 아파트 개요. /이지은 기자
보문동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두 아파트는 보문아이파크와 보문파크뷰자이다. 입주한지 3년된 보문파크뷰자이에 비해 보문아이파크는 지은지 16년이 돼 다소 오래된 편이다. 하지만 보문동에서 400가구 이상 되는 아파트 단지 자체가 귀하다는 점, 두 아파트의 입지적 장점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지별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볼만하다. 땅집고는 보문동 ‘맞수’ 보문아이파크(이하 아이파크)와 보문파크뷰자이(이하 자이)를 비교·분석했다.
■교통은 ‘초역세권’ 아이파크가 우세
'보문 아이파크'와 '보문 파크뷰자이' 아파트 위치. /네이버 지도
교통면에서는 아이파크가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다. 지하철 6호선·우이신설선 보문역 1번출구까지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초역세권이다. 보문역에서 2~4정거장만 가면 지하철 1호선 동묘앞·2호선 신당·5호선 청구역으로 각각 갈아탈 수 있어 도심 접근성이 좋다.
반면, 자이 입주민들은 “자이는 지하철 6호선 보문역·창신역과 가까운 더블역세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이 단지가 남북으로 길쭉하게 걸쳐있는 형태라 동(棟)에 따라 전철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제법 차이가 난다.
보문 파크뷰자이는 경사가 심해, 단을 쌓고 그 위에 아파트를 올렸다. 단지 구석구석에는 높은 계단이 설치돼 있다. /이지은 기자
지하철 6호선 창신역에서 보문 파크뷰자이 정문으로 가는 길은 숨이 찰 정도로 경사진 언덕이다. 지도에 색깔 표시 부분이 짙을수록 경사가 심한 것. /호갱노노
자이 주민들도 아이파크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보문역을 이용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보문역 8번 출구와 가장 가까운 117동에서 걸어도 1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용이 다소 불편하다. 대부분의 자이 주민들(101~115동)은 창신역을 이용하는게 더 빠르다. 하지만 단지 입구에서 창신역까지 가려면 역시 10분 이상 걸어야 하고 숨이 찰 정도로 경사가 매우 가파른 편이라는 게 문제다. 자이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는 “비 오는 날이나 길이 얼어버리는 겨울철에는 노인들·아직 어린 자녀들이 다니기 위험할 정도”라고 말했다.
■통학 여건·생활 편의 시설은 자이가 앞서
서울 안에서도 개발 소외지였던 보문동에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나 마땅한 학원가가 없다. 따라서 두 아파트의 학군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다만 통학면에서만 따져본다면 단지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동신초가 있는 소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분류되는 자이가 좀 더 나은 편이다. 아이파크도 경동고를 단지 옆에 바로 끼고 있긴 하지만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고등학교가 아닌 점을 감안했을 때, 아직 어린 자녀의 통학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자이가 약간 우위라는 평이다.
보문동에서 가장 큰 상업시설인 '보문재래시장'. /이지은 기자
편의시설면에서도 두 단지 차이가 거의 없다. 동네에 아직 대형마트나 스타벅스 하나 없을 정도로 상업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보문동 주민들은 보통 신설동·청량리·동대문 쪽에 있는 대형 상업 시설을 이용하는 편이다. 이처럼 동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지 자체 커뮤니티 시설이 잘 되어있는 자이가 생활 편의 면에서는 훨씬 낫다. 신축 단지인만큼 피트니스 센터·골프 연습장·미니 도서관·실내 수영장 등을 갖췄다. 반면 아이파크는 입주민들을 위한 별도 커뮤니티 시설이 없다.
■’가성비’ 원한다면 아이파크, ‘대단지 프리미엄’ 누리고 싶다면 자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용 84㎡ 기준 실거래가(지난해 8~9월 기준)는 아이파크가 6억8000만원, 자이가 8억9500만원이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아이파크는 1억~1억5000만원, 자이는 2억원 정도 올랐다.
보문 파크뷰자이 실거래가 추이. /이지은 기자
전세 가격은 아이파크가 4억~4억5000만원, 자이가 5억~5억5000만원 선이다. 보문동 A공인중개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하락조정되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보문동은 윗 동네인 길음동과는 달리 당장 입주물량이 몰려있지도 않고 이만하면 서울에선 저렴한 편이라 하락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 /이지은 기자
전문가들은 두 단지 중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이고 가구 수가 더 많은 자이의 미래 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교통은 아이파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보문동과 근처 창신동·숭인동·삼선동에서 입주 5년 이하인 아파트가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이의 ‘신축 장점’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은 “‘가성비’는 아이파크가 훨씬 좋지만, 신축·대단지 프리미엄으로 앞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큰 것은 아무래도 자이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