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비슷한 올드팬들이 많으실텐데
저는 80년대 후반 빙그레로 야구팬에 입문했습니다
88~92 전성기 때는 준우승 파티였지만 강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93년부터 전력이 약화됐으나 그 시절에는 그래도 '꼴찌'가 아니었으며 중위권 유지도 제법했죠
99년에 우승 보면서 어느 정도 한을 풀었고요
2000년대 이후에는 '강팀'인 적이 거의 없지만
2001년, 2005~2007년에는 가을야구를 했고, 06년에는 "내년엔 진짜 우승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2000년대에도 한화이글스 야구가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투수 혹사'라는 개념과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우리팀도 늘 그런 이슈가 있었고
엘리트 S급 선수 몇 명이 팀을 이끌었지만 '선수층'이 탄탄했던 적은 없거든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2008년 후반기 추락 2009년 최하위, 그리고 '암흑기'가 왔죠
2018년을 제외하면 모든 시즌 최하위권
2015년에 불펜진 어깨와 팔을 갈아 잠시 중하위권에 머물렀으나 결국 팀 발목을 더 잡았을 뿐이네요
한화팬 상당수가 '리빌딩'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이유가 사실은
리빌딩이 KBO리그에서의 올바른 해법이어서가 아니라
"10몇년째 답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보자"라는 체념 느낌이 더 강합니다
야구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죠
타선이라는 게 원래 불같이 타올랐다가 또 확 식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시즌 시작하자마자 6연패-3연패를 줄줄이 했던 팀이
어제 하루 타선 신나게 터졌다 오늘은 또 잠잠하며 수비 실책을 연발하고
상대 투수가 공짜로 무사만루 만들어줬는데 레귤러 타자들이 1점 내고 끝내는 건 좀 아쉽네요
오늘 경기의 패배만이 아쉬운 게 아니라
35년 동안 야구팬 하면서 응원팀이 '지속가능한 강팀'이었던 적이 거의 없고
앞으로는 그게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솔직히 생기지를 않아서 말입니다
타자들은 오늘도 가뭄에 콩나듯 안타쳤고
상대 투수가 제구 흔들려 내보내 준 주자들은 홈으로 제대로 불러들이지도 못했죠
권혁 위원이 '볼카운트 만들어간다' '타자와 자신의 방법대로 싸워나간다'고 애써 칭찬하던 투수들도
결국 한 이닝에 주자를 2명 3명씩 내보내고 따박따박 점수도 줬는데
뭘 보고 칭찬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어서요
팀이 젊어야 한다는 건 '지속가능한' 전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고
정확하게 말하면 강력한 전력이 지속가능해야 하는건데
젊은 선수들이 강력한 경기력을 미래에는 정말로 가질 수 있는건지
사실 지금의 저로서는 별로 믿음이 없네요
지속가능한. 미래가 밝은
그런 야구를 언젠가는 좀 봤으면 좋겠네요.
첫댓글 쥔장님의 글이 힘이 없어 마음이 아픕니다. 팬들 마음이 다 그렇겠지요. 이렇게 논리적인 글의 내용을 하나도 실천 안하는 구단이 좀 이해가 안됩니다. ㅜㅠ
같은 시절 같은 시간대에 같은 야구를 봤던 사람으로서 1번 선발님이 말하는 지속성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오늘의 글이 더 마음에 와 닿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말씀하신 확신..그것이 저로서도 솔직히 없습니다
야구를 오래 보고 오래된 팬들이 느끼는 그런 감 있잖아요..뭔가 할수 있겠다 가능성이 크겠다 이런거요
그런데 솔직히 정말 모르겠어요
지금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정말 그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리빌딩 그것이 가능하다 생각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돈 아끼자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전 솔직히 적재적소에 투자없이 좋은 미래는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고 올 시즌도 솔직히 예상대로 어렵게 흘러 가기에 더 안타 까워요
진짜 미래를 희망하고 미래를 자신하며 볼수 있는 야구를 보고 싶네요
요즘 이글스 팬으로서 이글스 야구를 보는것이 왜 이리 서글픈지 모르겠어요
무튼 참..그렇 습니다..
한화라는 기업이 왜 야구단을 운영하는지 궁금합니다. SK가 다시 인수해주면 안될까요? 야구단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기업이면 좋겠어요. 팀이 근 15년이 넘도록 꼴찌를 하고있는데.
한화 시러..
질수도있고 이길수도 있는 단계는 우리팀과는 해당없고 이제는 지기만하는 쪽에 가까워졌다는걸 인정해야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