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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이 11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첼시와 리버풀, 맨시티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약간 시선을 돌려보면 주목해볼 만한 팀이 있다. 바로 이번 시즌 6위를 달리며 새로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AFC 본머스다.
본머스는 EPL에서 재정적인 규모가 가장 작은 구단에 속한다. 홈구장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은 11360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 EPL에서 가장 작은 구장이며 본머스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우승 1번, 3부 리그 우승 1번 등으로 하부리그 우승 경험도 많지 않다. 이 작은 구단이 어떻게 EPL에서 6위에 머물 수 있었을까?
본머스의 퍼거슨이 되어가는 '에디 하우'
에디 하우 감독 ▲본머스 공식 홈페이지
현재 본머스를 만든 장본인은 잉글랜드의 떠오르는 감독 ‘에디 하우’다. 에디 하우는 1977년생의 젊은 감독으로 본머스를 잉글랜드 3부 리그에서 EPL까지 이끌었다. 에디 하우는 2009년 1월 본머스에서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뒤, 번리를 거쳐 당시 3부 리그에서 허덕이던 본머스로 2012년 10월 복귀했다. 에디 하우가 부임하기 전까지 본머스는 당시 11경기 1승 5무 5패를 기록 중이었는데, 에디 하우 부임 후 35경기 23승 6무 6패를 기록하면서 2위로 챔피언십 리그에 직행했다. 챔피언십 리그에서도 에디 하우가 이끈 본머스는 거침없었다. 2013-14시즌 10위로 바로 중위권으로 도약한 뒤, 2014-15시즌 46경기 26승 12무 8패로 본머스 사상 최초 챔피언십 리그 우승과 EPL 승격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EPL 첫 시즌이었던 2015-16시즌 16위로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 본머스는 2016-17시즌과 2017-18시즌 각각 9위와 12위로 중위권에 안착했다.
에디 하우는 EPL에서도 본인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줬다. 실점하더라도 과감하게 라인을 올려서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이런 전술적인 색깔 덕분에 이른바 빅 6라고 불리는 강팀들(맨유, 리버풀, 토트넘, 첼시, 아스날, 맨시티)을 잡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높은 수비라인으로 인해서 대패하는 경기도 많아 실점이 굉장히 많았다. 본머스는 2015-16시즌에 최다 실점 3위, 2016-17시즌은 5위, 지난 시즌에는 4위를 기록했다. 이 3시즌 동안 본머스의 경기당 실점률은 1.79로 강등권에 가까운 수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반 본머스의 페이스는 확연히 다르다. 본머스의 상승세를 만든 장본인도 에디 하우다.
에디 하우는 본머스를 진화시켰다 (1). 수비
본머스는 에디 하우의 전술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에디 하우의 본머스는 절대로 내려서지 않는 팀이었다. 대량 실점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라인을 높게 유지했다. 어퍼컷을 맞더라도 잽을 계속해서 날리는 형식이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확실하게 가드를 올린 뒤 훅을 날리는 팀으로 변모했다. 즉 에디 하우는 수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버렸다.
변화를 언급하기에 앞서, 과거 본머스가 어떤 수비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겠다.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에서는 지난 시즌과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 경기마다 본머스는 주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지만 수비적으로 플레이를 할 때는 종종 3-4-3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본머스의 수비진은 지난 시즌 매 경기 고생을 했다. 1선과 2선의 선수들이 강하게 압박하다 보니 공수 간격을 맞추기 위해서 수비진도 라인을 올려야만 했다. 하지만 본머스의 수비진은 전체적으로 빠른 선수들이 아니었고, 자연스레 후방 공간을 노출하는 위험요소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1선과 2선의 선수들이 수비진 보호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 공격수들과 수비진이 일대일로 맞이하는 상황이 많았다.
이런 모습이 가장 두드러졌던 경기 중에 하나가 지난 시즌 토트넘과의 홈경기였다. 본머스는 선제 득점으로 경기 분위기를 이끌어갔지만, 수비라인이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뒷공간을 계속 내주면서 내리 4골을 실점하며 무너졌다.
공수 간격에서 문제를 보였던 지난 시즌 본머스 ▲ SPOTV
보호를 받지 못하는 본머스 수비진 ▲ SPOTV
지난 시즌 전형적인 본머스의 실점패턴 ▲ SPOTV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 낮아진 수비라인과 압박 시작점의 변화 ▲ 윙어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 중앙 미드필더의 높아진 수비 기여로 수비를 단단히 했다. 먼저 본머스는 수비라인을 디펜시브 써드 시작 지점까지 내린 뒤, 무조건적으로 압박하지 않고 강하게 압박할 때와 대형을 지킬 때를 구분한다. 공격하다가 차단 당해도 공 근처에 있던 2~3명 선수만 압박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빠르게 수비대형을 갖추도록 했다.
수비대형을 유지하는 본머스의 2줄 수비 ▲ skysports
두 번째로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지난 시즌 좌우 윙어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중앙으로 좁혀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측면 풀백들은 수적 우위에서 밀린 채로 수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공격적인 부분에서 많은 칭찬을 받고 있는 프레이저와 브룩스는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자료에서도 나타나지만 브룩스는 거의 측면 수비수와 같은 수비 기여를 보여줬다.
지난 시즌 조던 아이브의 수비기여과 이번 시즌 브룩스의 수비기여 비교 ▲STATSBOMB
페널티박스까지 수비 가담하는 브룩스 ▲ skysports
또한 과거에는 수비진이 보호받지 못한 채로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공간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 공간을 상대팀이 공략하면 본머스의 하프스페이스는 계속 노출됐다. (본머스는 지난 시즌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 가장 많은 팀에 속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본머스 백4는 서로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1차적인 측면 수비를 윙어들이 맡는다. 또한 상대가 측면에서 공을 잡았을 때 풀백, 윙어, 중앙 미드필더 총 3명이 수비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대형이 공을 중심으로 이동한다.
지난 시즌 본머스의 측면 수비 ▲ SPOTV
이번 시즌 본머스의 측면 수비 ▲ skysports
벌어진 스티브 쿡과 아케의 공간을 중앙 미드필더인 루이스 쿡이 커버한다 ▲ SPOTV
본머스의 수비 대형 ▲ SPOTV
이처럼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지면 대체적으로 좋은 수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중앙 미드필더까지 측면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중앙에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는 선수들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약점을 상쇄하는 모습이다. 또한 전방 투톱, 주로 윌슨과 조슈아 킹은 상대편 후방 빌드업을 시작하면 좌우 측면으로 상대를 유도한다. 중앙을 단단히 하면서 측면으로 상대를 유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본머스가 측면 수비에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수비적인 변화의 마지막 요소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적인 기여도다. 지난 시즌만 해도 중앙 미드필더들이 전방 압박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공격 가담을 최대한 자제하며 영입생 레르마를 중심으로 수비 밸런스에 신경쓰고 있다. 이번 시즌 본머스는 공격 시에 풀백들을 굉장히 많이 전진시키기에 누군가는 그 수비적인 공백을 메꿔야 했는데 그 역할을 루이스 쿡과 레르마가 해주고 있다. 본머스의 후방 빌드업시에도 풀백들은 미들 써드 중반부에 위치하는데, 레르마와 쿡은 센터백과 풀백들 사이공간을 자연스레 채워준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측면 수비 밸런스를 잡아주기 때문에 본머스의 측면 공격이 인터셉트 당해 바로 역습을 맞아도 수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좌우 밸런스가 잘 잡힌 댄 고슬링과 레르마의 이번 시즌 수비 기여도 ▲STATSBOMB
지난 시즌 맨유전 중앙 미드필더 히트맵(상)과 이번 시즌 맨유전 중앙 미드필더 히트맵(하) 비교 ▲ WHOSCORED
위의 두 사진은 지난 시즌 맨유와의 홈경기(좌)와 얼마 전에 있었던 맨유와의 홈경기(우)를 비교한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중앙에서 횡적으로 움직인 반면, 이번 시즌에는 종적으로 움직이면서 측면을 커버했다. 이런 수비 변화 속에서 본머스는 강등권 급이던 수비를, 현재 최소 실점 7위로 탈바꿈시켰다. 수비 능력 향상은 결국 본머스의 순위 상승으로 이어졌다.
에디 하우는 본머스를 진화시켰다 (2). 공격
수비라인이 낮아지고 측면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증가하면 당연히 공격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본머스도 그런 현상에서 겪고 있다. 하단의 그래프를 보자. 보라색 수치는 경기당 실점 기댓값을, 초록색 수치는 경기당 득점 기댓값을 의미한다. 초록색 그래프는 주황색 점선(2018-19시즌 시작) 후에 약간 낮아지거나 지난 시즌 평균을 유지한 반면, 보라색 그래프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실점은 절반으로 줄고 공격력은 비슷하다면, 자연스레 경기에서 승리를 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작년 10월 말부터 올해 10월 말까지의 본머스의 실점 기댓값과 득점 기댓값 그래프 ▲ STATSBOMB
상술했듯 본머스의 공격진(투톱과 좌우 윙어)은 좌우폭을 굉장히 좁게 유지했다. 이 대형을 바탕으로 중앙에서의 전방 압박을 통한 빠른 페넌트레이션과 개개인의 속도와 돌파에 의존하는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이 공격은 측면에서의 효율이 좋지 못했다. 풀백들과 윙어들의 간격이 벌어져, 측면 수비수들과의 부분 전술이 부족했으며 개개인의 돌파가 막히면 상당히 답답한 공격이 됐기 때문이다.
2톱과 측면 윙어들이 중앙에 쏠려있는 작년 본머스의 패스맵 ▲11 TEGEN11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측면 부분 전술과 측면과 중앙의 연계가 본머스 공격 전술의 특징이다. 일단 측면 수비수들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을 믿고 굉장히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한다. 특히 주로 왼쪽 풀백으로 나서는 스미스는 이 전술 속에서 기량이 만개했다. 프레이저는 왼쪽 하프스페이스, 브룩스는 오른쪽 하프스페이스, 조슈아 킹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측면을 도우며 공격에 일조한다. 즉 지난 시즌과 다르게 이번 시즌은 팀 차원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좌우 측면에서 부분 전술이 살아나자 윌슨은 중앙에서 좋은 마무리를 보여주며 득점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앙과 측면이 연계되는 부분 전술 ▲ SPOTV
스미스와 브룩스의 연계 플레이 ▲ SPOTV
공격시 본머스의 주요 대형 ▲ NBC GOLD
또한 미들 써드 후반 부분까지 상대를 끌어들여서 수비한다는 점을 반대로 이해하면, 본머스가 역습 시에 공략할 수 있는 후방 공간이 많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킹, 프레이저, 윌슨이 스피드가 굉장히 빠른 선수이기 때문에 역습 수준은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프레이저는 역습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11경기에서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본머스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본머스의 역습 속도 ▲ SPOTV
두 번의 패스로 완벽한 기회를 만드는 본머스 ▲ SPOTV
본머스도 분명 약점이 존재한다
역사적인 시즌을 쓰고 있는 본머스지만 분명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후반전만 되면 낮아지는 수비 집중력 ▲중원에서의 투박함 ▲전방 압박에 약한 후방 빌드업이 본머스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후반전만 되면 저하되는 수비 집중력이다. 본머스는 지금까지 리그에서 14실점을 기록했는데 후반전에만 10실점을 했다. 실점하는 패턴이 지속화되면 이는 리그 후반기로 갈수록 순위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EPL의 리그의 특성에 최악이다. 이 패턴을 고치지 못하면 이길 경기를 비기게 되고, 비길 경기를 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맨유와의 경기도 비길 경기를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하면서 시즌 첫 홈 패배를 당하게 됐다.
후방의 선수들이 압박 당하자 포지션이 뒤로 처지는 본머스의 풀백들 ▲ skysports
중원에서의 투박함과 전방 압박에 약한 후방 빌드업은 본머스의 선수단 구성과 현재 전술로 인해 생긴 문제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전진하지 않고 주로 후방에 머물기 때문에 투톱과의 간격 문제를 1차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루이스 쿡을 제외하고는 패스 질이 우수한 선수가 없기도 하다. 중앙 수비수 아케가 후방 빌드업을 담당하지만 가끔 나오는 어이없는 패스 미스는 이 선수의 고질적인 약점이다. 특히 압박이 강한 강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후방 빌드업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을 텐데, 이 경우에는 에디 하우의 전술적인 역량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얇은 선수진으로 인해서 후반전에 반전을 줄 수 있는 교체 카드가 없다는 점과 EPL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로테이션이 어렵다는 것을 약점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EPL 어느 하위 구단들에게도 해당되는 약점이다. 이 정도는 EPL 상위권에 머무르기 위해선 본머스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본머스의 동화는 정말 만들어질 수 있을까
12월까지의 본머스 일정 ▲본머스 공식 홈페이지
앞으로 12월까지 일정이 본머스의 이번 시즌 농사를 결정지을 것이다. 남은 2018년의 9경기 중 5경기나 빅 6팀을 만나기 때문이다. 본머스가 이 죽음의 일정을 버텨낸다면 정말 유로파리그, 아니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고 버티지 못한다면 중위권으로 떨어질 것이다. 버텨내지 못한다 해도 분명 본머스는 능력을 보여줬다. 에디 하우는 그 변화에 중심에 있었다. 이 유망한 감독과 선수들의 조합이 어떻게 EPL의 판도를 바꿔나갈지는 계속해서 지켜보면 될 일이다.
풋볼리크스의 폭로로 축구계는 돈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점점 낭만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낭만이 사라져만 가운데, 2015-16시즌 더 폭스(레스터 시티 별명)들의 반란 이후 The Cherries(본머스 별명)의 돌풍이 다시 축구계의 낭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EPL의 초반 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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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번에 맨유랑 하는 경기를 봤는데 진짜 스미스랑 브룩스가 정말 많이 보이더라구요. 특히 브룩스는 얼마나 더 잘할지 기대되더라구요.
맞습니다 브룩스는 진짜 잘 크면 상위권 갈 꺼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글 써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하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펨 키고 싶게 만드는 글이네요. 잘봣습니당
감사합니다 ~
본머스 읽어볼것
ㄷ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