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향기 가득한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봄꽃 다음 일렁이는 초록 물결,
‘왕의 녹차’의 유혹
오는 5월22일부터 나흘간 경남 하동 화개·악양면 일대에서 ‘왕의 녹차! 천년의 향과 멋이 살아있는 그곳, 하동’을 주제로 ‘제19회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가 펼쳐진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봄날의 끝을 잡고 섬진강 자락을 따라 하동의 야생차밭을 미리 살펴보기로 했다.
하동 야생차. 입하 즈음 따는 찻잎을 세작이라 한다
전남 보성에 녹차가 있다면 경남 하동에는 야생차가 있다. 하동 야생차는 화개·악양면 2000여 개의 농가가 연간 18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특화작목. 차밭 면적만 1000ha(1천만㎡, 약300만 평)가 넘는다. 화개면 일원은 섬진강과 가까워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큰 일교차로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하동은 신라시대부터 차를 재배한 기록이 남아있는 이 땅의 ‘차 시배지’로 ‘왕의 녹차’라는
별명까지 지닌 ‘차의 고장’이다.
시작되는 여름을 알리는 하동의 녹색 물결
지리산 이슬을 먹고 자라 은은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하동 야생차밭
쌍계사 차 시배지 전경
봄꽃이 지고 나면 하동의 차밭이 녹색 물결로 일렁인다
‘하동 야생차문화축제’는 대한민국 차의 날(5월25일)을 전후로 쌍계사 차 시배지를 주무대로 진행된다. 우수축제로 선정된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차(茶)를 주제로 한 종합 차(茶)문화 축제로 이름이 높다. ‘하동’하면 꽃비 흩날리는 봄날의 섬진강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번 축제를
통해 하동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가 ‘하동의 야생차’인만큼 하동의 차 문화 유적지를 중심으로 여행
동선을 짜 봤다. 이번 축제의 주무대인 화개장터와 쌍계사 차 시배지, 그리고 하동 야생茶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돌아볼 예정이다.
섬진강 줄기를 사이에 두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화개장터 전경
먼저 화개장터로 가 보자. 봄이면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매화꽃과 벚꽃 흩날리는 화개장터 에 들어서자 조영남의 <화개장터>가
흘러나온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중략)…….”
경쾌한 멜로디에 정겨운 가사를 듣고 있자니 서울에서 나고 자란 기자도 고향이 그리워진다. 어린 시절의 푸근한 추억이랄까. 지금은 소박한
모습이지만 이곳 화개장터는 섬진강이 수문을 연 이래, 영호남을 이으며 전국구 시장으로 성장해갔다. 21세기의 화개장터는 생각했던 것보다 소박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지금도 지리산 자락에서 난 다양한 약초와 나물들이 주 메뉴이다. 아, 끝물이긴 하지만 장터 곳곳에서 섬진강 하구
별미인 벚굴도 맛볼 수도 있다. 2014년 화재로 새 단장한 모습이지만 좋았던 시절의 벅적거림은 이미 사라졌다. 장터 앞을 지키는 화개장의 역사
기념비만이 그 시절 옛 장터의 아쉬움을 속삭인다.
우리나라 차 시배지를 품은 화개면 쌍계사
[왼쪽/오른쪽]진감선사 대공탑비를 품은 쌍계사 / 향긋한 하동녹차를 맛볼 수 있는 쌍계다원
차(茶)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쌍계사 차 시배지의 야생차밭
화개장터에서 12km 즈음 달려가면 쌍계사와 닿는다. 연인이 함께 걸으면 해로한다는 전설의 쌍계사 십리벚꽃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덕분에
꽃비 내리는 봄날이면 섬진강 자락의 화개장터와 강 건너 매화마을, 그리고 쌍계사는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야생차.
“우리나라 차(茶) 문화는 바로 여기, 지리산 자락에서 시작됐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중국
당나라에서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씨앗을 가져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쌍계사 장죽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차가 재배된 곳으로 천년을 내려오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다. …(중략)… 이곳이 한국 차의 본산임을 알리는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가 매년 차의 날인 5월25일을 전후해 이 일대에서 열린다.”
쌍계사 차(茶) 시배지 앞에 적힌 설명글이다. 차 시배지에는 성인 키 만큼 훌쩍 자란 야생차와 더불어 한국 최고(最古) 차밭임을 알리는
김대렴공 차 시배 추원비(1981년 건립)와 표지석(1992년 건립), 그리고 쌍계사를 창건하고 차 문화 보급에 힘을 쏟은 진감선사
추앙비(2005년 건립)가 사이좋게 자리한다. 쌍계사 안에 자리한 고운 최치원 선생이 왕명으로 짓고 쓴 진감선사 대공탑비(국보 제47호)도
놓치지 말자. 비문에는 ‘덩이차를 가루내어 끓여 마신다’거나 ‘다구로는 돌솥이 사용됐다’ 등 신라의 차 생활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있다.
덖은 후 비벼낸 하동 야생차
녹차는 찻잎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뉜다. 곡우에 딴 첫물 찻잎이 바로 가장
귀한 녹차로 꼽히는 우전, 입하에 딴 찻잎을 세작, 5월 중순은 중작, 5월 하순은 대작이라 한다. 햇빛을 적게 받을수록 녹차의 떫은 맛이
덜하다고 첫물 차를 귀하게 여긴다
지리산 자락 이슬을 먹고 자란 하동 야생차는 은은한 향으로 ‘왕의 녹차’라는 별명이 있다. 어느 정도 야생차에 대한 감을 잡았으면 ‘하동茶
문화센터’로 가보자. 야생차에 대한 궁금증 해결은 물론 찻잎 따기, 찻잎 덖기 등 차를 직접 만들고 맛보는 다례체험까지 가능하다. 1천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정금리 야생차나무도 놓치지 말자. <도심다원>에 자리한다. 높이 400cm가 넘는 전국 최대(最大)이자 최고(最古)
차나무로 알려진다.
하동 야생차의 모든 것! 하동 茶문화체험관이면 OK!
[왼쪽/오른쪽]하동 차문화체험관 전경 / 하동 차에 대한 역사와 특징을 알기 쉽게 정리해 둔
차문화전시관
하동 차문화전시관을 둘러본 후 체험관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동 야생차의 역사와 특성 등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덕분에 궁금증도 한
번에 해결된다. 그래도 포인트는 차 체험관이다. 1층에는 야생차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고 2층에서는 찻잎을 덖는 체험을, 3층에서는 차를 마시는
다례체험을 할 수 있다. 오는 5월22일부터 25일까지 축제 기간에 이곳을 찾은 이들은 유치원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평일임에도 찻잎을 직접 따오면 찻잎 덖는 체험을 할 수 있다기에 용감하게 찻잎 따기에 나섰다. 한 시간을 꼭 채웠는데도
500g이 채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작은 찻잎만 골라 따다 나중에는 찻잎의 크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게 된다. 찻잎의 크기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 김명애 하동 차문화센터 관장의 설명이 더해졌다.
[왼쪽/오른쪽]찻잎을 덖고 비빌 수 있는 하동 차문화센터 체험관 / 찻잎을 덖기위해 가열한 가마솥에
넣는다
[왼쪽/오른쪽]잎 덖는 방법을 알려주는 하동 차문화센터 김명애 관장 / 찻잎 비비기
“우전이라고 들어보셨죠? 녹차는 잎이 자란 정도에 따라 우전, 세작(입하 전후), 중작(5월 중순), 대작(5월 하순)으로 나뉩니다.
곡우(4월20일) 전에 가장 먼저 나온 새순으로 만든 최고급차가 우전이죠. 곡우 이후 어린 찻잎으로 만든 게 세작이에요. 몸값은 우전이 가장
비싸지만 개인적으로 가격대비 맛과 향은 세작이 으뜸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찻잎으로 만들수록 고급차로 꼽힌다. 일찍 수확할수록
햇빛을 덜 받아 떫은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진다. 맛있는 차를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찻잎을
따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차나무가 자라는 기후가 중요해요. 차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안개와 큰 일교차가 필수죠. 지리산과 섬진강에 안긴
하동 땅은 차 재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셈이죠.”
[왼쪽/오른쪽]다례체험을 할 수 있는 하동 차문화센터 3층 / 차를 즐길 수 있게 세팅된 다기로 향긋한
차를 음미할 수 있다
뜨거운 가마솥에서 덖어낸 차를 말리기까지 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2시간. 야생차 만들기 체험을 통해 우전이나 세작을 비싸다 말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다니. 찻잎을 덖은 다음이기 때문일까. 다례체험을 통해 맛본 하동 야생녹차는 쌉쌀하면서도 향긋했다. 격식에 얽매이는
대신 차의 향과 맛을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최고 아닐까. 봄꽃이 사라진 자리에 초록의 차밭이 일렁인다. 싱그러운 차밭으로 떠나는
초여름 녹색여행, 하동에서의 하루가 간다.
TIP.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오는 5월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화개·악양면 일대에서 펼쳐진다.
하동 쌍계사 차 시배지를 비롯해 하동차문화센터, 쌍계사, 화개장터, 최참판댁 등에서 하동 야생차 관련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055-880-2375
여행정보
1.주변 음식점
원조강변할매재첩식당 : 하동군 고전면 / 재첩국 /
055-882-1369
단야식당 : 하동군 화개면 / 더덕산채정식, 사찰국수 / 055-883-1667
동백식당 : 하동군 화개면 / 참게탕, 은어회, 제첩회 /
055-883-2439
2.숙소
쉬어가는 누각 : 하동군 화개면 / 055-884-0151
Q9모텔 :
하동군 화개면 / 055-882-0751
가비원모텔 : 하동군 화개면 /
055-883-3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