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쓸개 빠진 놈
권다품(영철)
아침에 눈을 뜨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나른하게 깔아지는 게 일어나기가 싫고, 물도 마시기 싫을 정도로 식욕도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양치질을 하고 제일 먼저 마시던 그 음양수마져 귀찮다.
점심 때 아내가 왔는데도 일어나기가 싫었다.
오후 서너 시부터 오른 쪽 갈비뼈 아랫부분이 결리기 시작한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그냥 계속 누워 있었다.
아내 딴에는 자기 아버지 선망증세 때문에 내가 며칠간 잠을 못 자서 그런 줄 알고 깨우기가 조심스러웠나 보다.
"저녁 먹읍시다. 인자 일어나이소.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고 잤는가배?"
저녁 6시가 넘어서야 깨운다.
"안 먹을란다."
이마를 짚어보더니 "와? 어디 아프나? 열은 없는데?" 한다.
"기운이 없네!"
"와 그렇노? 그러마 병원에 가보자."
대답도 귀찮다.
조금 있으려니까 오른 쪽 가슴 아랫부분이 더 아파온다.
"응급실 가보자. 봉생병원 응급실로 가자."
응급실이라도, "어디 아픕니까?" 정도만 묻고, 열만 재고 링거를 주고 가라는 다른 병원보다는 응급실인데도 이것 저것 사진도 찍고 참 자세하게 한참을 검사를 한다.
쓸개가 부었단다.
이튿날 담당 선생님께 자세하게 진료받는 게 낫겠단다.
"약을 먹고 며칠 기다려보는 방법이 있는데, 붓기가 생각했던 것 만큼 빠지면 꼭 수술할 필요는 없겠지만, 붓기가 계속 안 빠지면 잘라내야 될 겁니다."
살살 신경쓰일 만큼 아픈 게, 쓸개 자른다고 몸에 이상 현상이 오는 것도 아니라니, 차라리 깨끗하게 잘라내 버렸으면 좋겠다.
무식할 지는 모르지만, 쓸개 자르는 수술 때문에 설마 죽기야 할까 싶다.
또, 만에 하나라도, 혹시 의료 실수로 죽는다고 해도, 그것도 나한테 주어진 운명일 것 같다.
그래서 겁도 안 난다.
아파서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쓸개빠진 놈"이란 말이 자꾸 생각난다.
밥상에서 "놀개이가 도망가다가 와 우뚝 우뚝 서는공 아나? 막 뛰어가다가 생각해 보이끼네 '내가 와 뛰고 있는공' 기억을 못한단다. 그 이유가 쓸개가 없어서 글탄다."는 말이 기억나서 웃음이 난다.
육식 동물들은 소화를 시키려면 쓸개즙이 필요하지만, 말이나 노루 고라니 등 초식동물은 쓸개즙이 꼭 필요가 없기 때문에 쓸개가 없단다.
회진 온 의사에게 이 말을 했더니, 의사는 웃으면서 "아무 근거가 없는 말이고, 또, 쓸개가 없어도 육류를 먹는데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하며 웃는다.
그렇다면 지켜보자.
맹장처럼 사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가관이 아니라면, 요렇게 신경쓰일 만큼 아프느니 차라리 마 잘라내뿔란다.
참 살다가 보이끼네 "쓸개빠진 놈"이 될 수도 있겠다요.
허허이 그것 참 .....
2025년 2월 19일 오전 병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