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교육 프로그램과 종가음식 메뉴 개발만으로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전통 한옥에서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할 교육사업과 관광음식사업, 전통문화사업을 한꺼번에 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주)예미정의 고민은 목조 건축물로서는 보기 드물게 900여㎡ 짜리 대형 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한옥을 설계토록 했다.
추녀 끝선과 창호문, 기와 곡선과 전통 정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리면서 널찍하게 완성된 2층짜리 옥내 공간은 원만한 컨벤션 센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체험관 안뜰과 뒷마당도 옥내화
안동종가음식 산업화에 나선 (주)예미정이 준공한 안동종가음식체험관은 모두 700여㎡에 이르는 한옥건물이다.
본채 400여㎡, 별채 300여㎡인 체험관은 각기 기능을 달리한다.
본채는 60여㎡의 전시ㆍ자료관과 함께 50여㎡의 종가음식 상설시연장이 운영되며, 270여㎡에 이르는 강의실ㆍ조리체험장과 120㎡규모의 체험객 휴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체험관장과 관리팀, 문화예술팀 등이 근무하는 사무동은 전시ㆍ자료관과 마찬가지로 60여㎡이다.
300여㎡의 별채는 맛체험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나 김장담그기와 메주만들기, 된장담그기 등 장독대를 활용한 계절별 체험 교육장으로도 이용한다.
체험관은 또 안동지역 각 종가집을 홍보하고 안내하는 종가음식 터미널 역할에도 나설 예정이다.
고즈넉한 종가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종부의 손맛도 체험하고 종손과의 깊은 대화도 할 수 있는 전통 고유의 명품 고택인 종가집과 맛체험관의 퓨전 한옥은 원천적으로 사업적 영역을 달리해 안동간고등어가 지역 어물전들과 어깨동무하고 사업을 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상호간 어깨동무처럼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체험관 부대시설인 360여㎡ 짜리 ‘ㄱ’자 한옥에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이 설치돼 있다.
한옥의 안뜰과 뒷마당은 물론 대청마루와 툇마루까지 옥내화 돼 있으며, 연못과 장독대, 디딜방아 등도 모두 옥내에 꾸며졌다.
그래서 한겨울 엄동설한인데도 창호 문짝을 벗겨 서까래에 걸어 두고 한옥의 멋을 한껏 자랑할 수 있다.
겨울철은 물론 사시사철 방안 보다 오히려 대청마루에서 상차림을 하는 것이 더 운치있다.
아름드리 소나무까지 자라고 있는 안뜰은 옥내임에도 100여㎡ 규모의 채광창을 통해 햇볕이 온종일 내리쬔다.
겨울철의 경우 햇볕은 방안 깊숙이 까지 들어 와 손님들이 이른 봄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뒷마당 담장에 마련된 아궁이에는 장작불이 마치 벽난로처럼 가마솥을 달구면서 전체 난방에도 일조를 하게 된다.
◆부대 시설로 수익창출
한옥사업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내부가 협소하다는 것. 또한 여름철이면 파리, 모기가 극성스럽고 방풍과 방한, 냉난방 또한 난감한 것도 한옥사업의 대형화를 가로 막는 요인이다.
특히 밤에 외등이라도 켜면 나방 떼가 날아와 집 전체를 뒤덮다 시피 어지러이 날기 일쑤이다.
일부에서는 이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안마당이나 뒤뜰에 지지대를 세우고 유리나 천막을 씌우지만 이 경우 서까래의 추녀선과 기와 지붕선 등 한옥 본래의 멋스러움은 다 가려지게 된다.
이 같은 한옥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해 낸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 2층짜리 목조 건물은 앞으로 한옥사업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주)예미정이 이 처럼 체험관 부대 시설의 활용도를 높인 것은 종가음식체험관의 자립 기반을 기업적 측면에서 획득하기 위해서이다.
즉 일반 음식점으로는 체험관 종사자들의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전통혼례와 함께 회갑연, 돌잔치, 상견례 등은 물론 약 400명 까지도 한자리에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대형 연회실로서의 기능을 부가하기 위한 것. 또한 특산품 판매장과 커피숍을 겸한 전통찻집, 향토음식점 등 체험객들의 편의시설을 갖춰 안동 종가음식 타운의 기능도 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부 공간은 옥내 체험 교육장으로도 활용한다.
가마솥으로 시루떡 찌기와 소줏고리로 술 증류하기, 솥뚜껑으로 전 부치기 등 전통방식의 조리체험 교육은 보통 실외 마당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옥내인 이곳은 사계절 전천후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즉 체험관은 본래의 체험교육 기능에 충실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공동브랜드 사업과 가공공장 사업 등 안동종가음식의 산업화는 체험관을 둘러 싼 부대시설에서 일으키겠다는 기업적 슬기로움이 엿보인다.
◆국악, 탈춤과 조화 이룬 퓨전 종가음식
“밥 먹을 때는 입 다물고 먹어야 해” 입 다물고 밥만 먹는 풍습은 한국에만 있다.
지구촌 어디에도 입 꽉 다물고 밥만 먹는 곳은 없다.
그래서 한식의 세계화가 요원한 것인가. (주)예미정은 이 같은 전통 풍습을 과감히 깨고 안동종가집 상차림에 음악도 올렸다.
안동비빔밥을 개발하고 7첩반상과 9첩반상을 퓨전화해 안동건진국수와 누름국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종가집 상차림을 창조적으로 개발해 낸 (주)예미정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 보고, 그리고 귀로 음악을 듣는 이른바 ‘오감만족 퓨전 상차림’을 선보일 예정이다.
체험관 부대시설에 마련된 전통 스타일의 연회장은 안동지역 향토 문예인들이 나서 손님들을 위한 무대를 꾸며 낸다.
전통음악인 대금독주와 가야금 병창은 물론이고 해금독주, 전통가곡에다 퓨전국악, 통기타 가수들에 이르기 까지 파트타임으로 공연을 한다.
출연료는 음식점 월 매출과 연동제. 제공되는 음식값에 공연비를 아예 매기는 것도 검토중이다.
메뉴판에는 음식상차림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해 하회탈춤, 병산탈춤 공연 등으로 공연 메뉴도 함께 선보이고, 한복차림의 종가음식 스토리텔러들의 서비스도 메뉴화 할 예정이다.
한옥과 국악, 한복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 곳은 옷칠을 한 전북 남원산 교잣상만 해도 체험객들의 눈을 끌어 잡아 두기에 더할나위 없다.
(주)예미정 조일호 대표는 “한식에는 한옥이 필요하고 국악 등 전통 공연도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돼 세계화 추세에 맞춰 공연이 있는 종가음식으로 메뉴를 짜고 있다” 며 “안동지역 명가와 향토 국악인들이 모여 함께 맛체험관을 운영한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소프트 웨어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력 무궁무진한 한국 고전음식 명품화 사업 필요”
조일호 예미정 대표이사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지낸 국내 산업은 아직도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본격적인 안동종가음식 산업화에 나선 (주)예미정 조일호(47) 대표. 그는 한류 대중가수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고 IT산업의 눈부신 세계화의 붐이 일어난 지금이 우리 전통 종가음식 산업화의 적기라고 역설한다.
“지역마다 특색있는 향토음식과 특산물 그리고 종가음식을 비롯한 한국 고전음식 분야는 그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아 보는 각도에 따라 개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지요”
조 대표는 일부 고추장과 된장 등 서민 기초식품을 중심으로 한 상품 개발 이외에 종가음식의 창조적 상품화는 아예 시도조차 되지 않는 게 국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전통식품 분야에도 R&D는 물론 명품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도 발길이 닿지 않은 분야에 첫 길을 내는 창도적 기업이야 말로 블루오션 시장을 한껏 누릴 수 있습니다.
남이 하던 것을 그냥 따라 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출혈 경쟁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부담이 있으니까요.
아무도 나서지 않는 분야에 발을 들이자 ‘정신이 있느냐’는 동료 기업인들의 비아냥에도 도전정신이 철철 넘치는 그는 자신만만하기만 하다.
오랫동안의 수산물 분야인 안동간고등어 경영 경험을 이번엔 농축산 분야 유통상품 개발에 접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안동간고등어처럼 전통식품 분야에서 ‘안동’이라는 지명이 붙은 전국 유통상품 하나만 개발해 내도 후발주자가 따라붙기 전까지 한동안은 블루오션을 흠뻑 누릴 수 있다”고 하며 활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