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시계와 무희
최규리
당신은 참 달죠
거꾸로 흐르는 것을 따라 물방울을 따라 멀리 달아나는 것을 따라 미완의 햇빛 속으로 사뿐히, 그 지독한 저항을
그러므로 궁전 앞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것을 삼키며
내 몸은 이제 휘어지겠습니다
끌어당기는 당신의 손을 잡고 언제까지라도 구부리고 뛰어오르며
위태로운 나무에 올라 푸른 잎사귀들의 사각거리는 노래를 흔들며 파란 기차가 지나가는 터널 속으로 가볍게, 그 천진한 웃음을
그리하여 잠시 흩날렸던 꽃잎을 귓가에 꽂아두고
이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물방울이 아래로만 흐른다고 말하지 말아요 공중에서 나부끼는 저항은 발끝을 지나 모두가 폐허라고 말했던 당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춤을 출 테니
눈물을 흘렸었나요 그럼 시간을 거스르는 일이니 이제 눈동자 사이로 미완의 속삭임이 모습을 드러낼 차례입니다 발끝을 세우고 푸앙트: 포르드브라: 앙트르샤: 애티튜드:
한 다리로 당신을 향해 손을 뻗어
아라베스크:
그랑 주테: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우리를 아프게 할지라도
당신을 위한 춤을 추겠습니다 숨이 차올라 거친 호흡이 천장을 밀어 올리도록 그것마저 도약이라고 믿으며 붉게 번지는 가슴을 믿으며
- 계간 『시와 산문』 2024년 가을호
최규리 시인
서울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시와 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와『인간 사슬』이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시와세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