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상류층들은 ‘마담뚜’라는 중매쟁이를 통해 맞선을 봤지만, 요즘은 상류층을 위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서로 만나는 게 트렌드다.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할까 싶지만,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어하는 점, 누군가에게 구애할 것 없이 자신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 때문에 상류층이 오히려 결혼정보회사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재벌가 직계 자녀, 정치인 자녀, 대기업 임원을 전문으로 하는 상류층 전문 커플매니저 A씨와 재벌, 수백억대 자산 보유자 등을 주 고객으로 둔 재벌 전문 커플매니저 B씨를 통해 상위 1%들의 맞선과 결혼 실태를 알아보았다. 상위 1%의 기준은 결혼정보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본인의 연봉이 3억원 이상이거나 재산이 30억원 이상인 사람, 부모 재산이 3백억원 이상인 사람 등을 상류층으로 분류한다.
맞선 장소 - 그들만의 VIP 룸에서 데이트 상류층의 맞선은 일단 만남부터 다르다. 자신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A부터 Z까지 은밀하게 진행된다. 요즘은 커플매니저에게조차 맞선 장소를 알리지 않고, 전화번호만 알아낸 뒤 알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데이트를 할 때 그들만을 위한 VIP 룸을 이용한다는 것. 규모가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을 그들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체를 빌리거나, 영화를 보며 분위기 있게 와인을 마시고 그들만을 위해 준비된 서비스를 즐기는 것은 그들에게 일상이다.
배우자 - 외모보다 집안과 능력 우선시 예전에는 상대방의 얼굴이 아주 예쁘거나 돈이 아주 많으면 ‘합격’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외모보다 조건을 본다. 요즘 상류층 자제들은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외모, 학력 어느 것도 뒤지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볼 때도 집안과 당사자의 능력을 우선시한다. 외모가 뛰어나더라도 집안과 능력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거절한다.
선호 직업 - 연예인보다 백수 며느리 선호 연예인과 재벌가 자녀의 결혼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실제 상류층에서는 연예인처럼 얼굴이 알려진 상대는 기피하는 편이다. 최상류층 집안에서 선호하는 며느릿감은 오히려 무직 여성이다. 재벌가에서는 조용히 살림을 하며 남편을 내조할 만한 참한 여성을 선호하는 것이다. 재력가 집안에서 자라 여대를 졸업하고 집에서 각종 취미생활을 하며 요리 등 살림을 익힌 무직 여성이 며느릿감 0순위이다.
예식 절차 - 약혼식 대신 상견례 행사를 가족 파티로 확대 몇 년 전만 해도 약혼식은 필수였지만, 최근 들어 약혼식은 상류층에서조차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상견례 행사를 가족 파티로 확대한다. 상류층이라고 해서 무작정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위 관료나 기업가들은 아예 청첩장을 만들지 않거나 축의금을 사절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평일 낮에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신경을 쓴 결혼식이라면 장소도 화려하고, 양가에서 각각 하객을 1천 명선으로 맞춘다. 예식 비용은 양가가 공평하게 절반씩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예식장 - 5성급 호텔 이용, 예식용 음악도 라이브 선호 상류층의 예식은 대개 5성급 호텔에서 치러진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층은 하얏트와 인터컨티넨탈호텔, 정·관계 인사들은 신라호텔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연예인과 해외 유학파를 중심으로 야외 예식도 늘고 있다. 야외 예식장으로는 힐튼, 메리어트, 리츠칼튼, 워커힐호텔 등이 유명하다. 호텔 예식은 식사비만 받을 뿐 예식장 사용료가 별도로 없다. 하지만 식비가 만만치 않게 비싸다. 최고급 스테이크나 바닷가재 등을 메인 요리로 주문할 경우 1인에 10만~20만원 정도다. 여기에 와인 등 음료수 비용은 별도. 하객이 1천 명이 올 경우, 1억5천만~2억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상류층들은 예식용 음악도 대부분 라이브로 하는데, 피아노 3중주는 20만~30만원선, 피아노 4중주에 남성 4중창을 부르려면 1백5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웨딩드레스 - 수입 드레스 숍·디자이너 드레스 숍 등 이용 결혼식의 꽃은 신부의 드레스. 일반 사람들은 예식장에서 대여하지만 상류층은 청담동 일대에 있는 수입 드레스 숍이나 디자이너 드레스 숍 등을 이용한다. 한 번 입을 옷이기 때문에 빌리는 게 보통이지만, 신부의 신체 치수에 맞춰 수선해주기 때문에 맞춤옷이나 다름없다. 한 벌에 1천만~1억원으로 다양하다. 드라마 속 상류층은 화려하면서도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선호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아하되 야하지 않은, 유행을 타지 않는 보수적인 디자인의 드레스가 인기다.
예물 - 세트보다 단품 구입, 가급적 현금 계산 예물의 경우 반지, 목걸이, 귀고리를 한 세트로 보는데, 최근 들어서는 최고급 제품 한 가지만 하는 추세다. 반지는 피아제, 롤렉스, 까르티에,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며, 대개 3천만~1억원선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상류층들이 예물을 살 때 현금 결제를 한다는 것. 자신들의 소비 수준을 외부에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심리로 보인다는 게 커플매니저 A씨의 말이다.
예단비·봉채비 - 예단비는 10억원이 기본, 신혼집 장만해 가기도 상류층 결혼의 포인트는 예단이다. 집안의 세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실탄’을 아끼지 않는다. 신부 측에서 신랑 측으로 보내는 예단비는 보통 10억원 안팎. 3억~5억원 정도는 간소하게 하는 것이고, 꽤 사는 집의 경우엔 15억원 이상을 보낸다. 신부 측에서 예단비와 함께 신혼집을 마련해 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A씨가 관리하는 회원 가운데 결혼에 골인한 한 부부는 “신부의 친정 부모가 반포에 딸과 사위가 거주할 50평짜리 아파트를 사주고, 사돈댁에서 아이들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한 경우도 있다”며 “강남 일대 아파트값이 20억원 정도라고 치면, 예단비를 포함해 총 30억원 이상의 결혼비용이 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봉채비 명목으로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보내는 비용은 보통 예단비의 10~20%, 많게는 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바지·한복 - 전문가가 경영하는 고급 이바지 업체에서 주문, 1천만원선 상류층의 폐백 비용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다. 가격 차이는 신부 집에서 신랑 집으로 예를 차려 보내는 음식인 이바지에서 난다. 보통 전통 음식 전문가가 경영하는 고급 이바지 대행업체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고 등급 이바지는 1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한복은 신랑과 신부 각각 6벌 정도 맞추는데, 어떤 원단을 쓰고 자수, 액세서리 등을 얼마나 추가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3백만~1천만원으로 다양하다.
신혼여행 - 황실 호텔부터 승마, 오페라까지, 우아하고 럭셔리한 코스 선호 상류층은 여행지에 관계없이 절대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여유로운 커플이나 해외 유학파들은 유럽의 휴양지, 사업 등으로 시간이 촉박한 커플은 동남아나 호주의 리조트를 선호한다. 보통 황실 호텔에서 숙박하고 승마, 열기구, 오페라 등을 즐기는데, 3일 기준으로 5천만원 정도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