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두뇌를 읽으면 대박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뇌과학으로 마케팅 업그레이드…‘뉴로 마케팅’ 세계 최대 회사 ‘뉴로포커스’를 가다
인간의 의사 결정 95%는 무의식에서 일어난다. 평소 대부분의 시간엔 무의식이 디폴트(default)로 뇌를 지배하다가 필요할 때만 의식이 제한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내리는 구매 결정도 마찬가지다.
그 95%의 열쇠를 찾기 위해 많은 과학자가 뇌 연구에 매달렸다. 그리고 최근 5년간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모두 합한 시간보다 인간의 두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정도로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베일에 가렸던 두뇌의 ‘블랙박스’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를 마케팅에 적용하는 이른바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 회사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현재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회사가 뉴로포커스(Neurofocus)다. 2011년 세계적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은 뉴로포커스를 인수했다(현재 바뀐 회사명은 닐슨-뉴로포커스).
이 회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두뇌의 무의식을 읽는다. 두뇌를 1초에 2000번 측정하는
뇌파 검사(EEG)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시선 추적 장치(eye tracker) 등이 이용된다.
무선으로 두뇌를 측정하는 EEG 헤드셋 장비는 이 회사가 직접 개발했다.
미 버클리에 있는 뉴로포커스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인 A.K.프라딥 사장은 뇌 측정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많은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데, 공통적인 접근법은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어디서 자주 쇼핑합니까?’라는 식이죠. 그런데 ‘오늘 기분이 어떻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건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뇌를 측정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무엇이든 감정에 대한 것은 뇌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소비자의 행동은 설문조사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로 측정하면 되지만,
무엇을 느끼느냐는 감정은 뇌과학을 통해 해야 합니다.”
- A.K.프라딥 뉴로포커스 사장이 뇌 모형을 가리키고 있다.
세계 최대 뉴로 마케팅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프라딥 사장은 뇌 전문가가 아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런데 2005년, 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최고책임자(CMO)와 만난 일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저에게 ‘지금까지 60억달러를 마케팅에 투자했지만 얻은 것이 없다’고 털어놓더군요. 그는 제게 ‘그 돈을 써서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일까?’라고도 하더군요. 그건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고대부터 내려온 수수께끼잖아요. 저도 모르겠다고 했죠.”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와 만난 뒤 비행기에 탔습니다. 그런데 옆 사람 무릎에 실수로 와인을 쏟아 부은 겁니다. 그걸 계기로 그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됐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합니까?’ 하고 물으니까, 그는 ‘뇌과학자’라고 하더군요.
그에게 다시 ‘뇌과학자는 어떤 일을 합니까?’ 하고 물었고, 그는 ‘사람의 주의력, 감정, 기억을 측정하고, 거기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치료합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는 “이때 그전에 만났던 마케팅 최고책임자의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 마케팅 책임자의 의문에 뇌과학이 대답을 해줄 수 있었던 겁니다. 그것이 뉴로포커스 창업의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바잉브레인>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두뇌의 비밀과 마케팅에 대한 시사점을 설명한다. 프라딥 사장은
먼저 소비자의 두뇌가 제품에 흥분하는 순간은 매우 상식 밖의 지점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의사결정 95%를 무의식중에 하는 게 인간…
‘뉴로 마케팅의 4가지 키워드’
제품
상품 개발부터 가격 결정까지…뇌가 말해준다
만약 당신이 요구르트를 소비한다면 당신의 뇌는 무엇에 가장 열광할까? 요구르트의 독특한 맛일까? 요구르트 속의 과일이나 아몬드의 식감일까? 또는 수저로 요구르트를 휘젓는 느낌일까?
정답은 의외의 지점에서 나왔다. 소비자들은 요구르트 용기의 윗부분을 가리는 은박지를 잡고 벗겨 내는 행위에 가장 열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요구르트 업체는 이 발견을 토대로 요구르트 용기의 은박지를 벗기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 새 상품을 개발 중이다.
프라딥 사장이 말했다. “요구르트 제조업체의 마케팅, 브랜드, 세일즈팀이나, 제품을 파는 슈퍼마켓 주인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짐작하지 못했어요. 소비자의 뇌가 흥분하는 지점은 정말 의외의 지점이었던 것입니다. 피자집 주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소비자의 뇌가 흥분하는 지점은 피자의 맛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건 피자의 뜨거운 김일 수 있고, 피자의 토핑일 수 있고, 아니면 치즈일 수 있다는 겁니다.”
- CJ오쇼핑은 200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하면서 적정한 가격을 매기는 데 뇌과학을 응용했다.
적정한 제품 가격을 매기는 데도 뇌과학이 응용된다. 국내 홈쇼핑업체 CJ오쇼핑은 200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소비자들에게 여러 가격을 불러주고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파악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를 통해
두뇌 활동을 측정했더니
150위안(약 2만6000원) 이하는 ‘싸구려 상품’이라고 인식했고, 또
340위안(5만9000원) 이상 역시 ‘너무 비싸다’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뉴로 마케팅업체인 브레인앤리서치의 박정민 대표는
“중국 소비자는 무의식에선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150~340위안이 적정 가격이라 믿은 것”이라고 했다.
제품 개발을 할 때는
소비자의 말과 무의식에서 둘 다 긍정적 반응이 높은 제품이 성공 확률이 높다.
뉴로포커스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말로만 구매하겠다고 밝힌 제품은 진정성을 얻지 못하고 실패한다. 정반대로 무의식에서는 반응이 좋지만, 말로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다. 프라딥 사장은 “이는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제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으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이름이나 포장으로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문제는 포장
같은 제품도 달라 보여…명품은 큰 포장 좋아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어떤 방식으로 제품이 포장됐는지에 따라 두뇌의 반응이 달라진다.
제품 포장엔 사람의 얼굴이나 해당 제품과 관련된 이미지를 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우유팩에는 젖소 그림이 있는 것이 좋다.
서체 역시 포장이 눈에 잘 띄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흥미롭거나 독특한 서체를 사용한 포장은 기발하다는 느낌을 주며, 그 제품의 의미를 잘 전달해 준다. 보기만 해도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서체는 소비자의 눈에 띄는 데 경쟁 제품보다 한 발 우위에 서는 셈이다.
포장에 쓰는 글자와 이미지의 배열도 신경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는 왼쪽에, 단어는 오른쪽에 배치하는 것이 두뇌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왼쪽에 있는 항목은 이미지를 해석하는 것이 전문인 오른쪽 전두엽이 인식하고, 오른쪽에 있는 항목은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전문인 왼쪽 전두엽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편 포장에 들어가는
이미지는 다섯 개 이하일 경우 두뇌가 훨씬 쉽게 정보를 처리한다.
사람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수록 포장이 더 크기를 기대한다.
럭셔리 제품의 포장이 큰 이유다. 또 손으로 편하게 쥘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포장이 소비자들의 뇌에 가장 큰 자극을 주어 선택을 많이 받는다. 코카콜라 병을 손으로 들면 뭔가 풍부한 느낌이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포장에 이미지나 아이콘, 글자를 배치할 때는 직선보다는
곡선으로 배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반시계 방향으로 배치할 때보다
시계 방향으로 배치할 때 효과가 더 크다.
두뇌는 정중앙에 있는 것보다 중앙에서 살짝 벗어난 것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
상표에 이미지를 집어넣을 때 중앙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낫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두뇌는 시야에서 왼쪽에 이미지가 있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엄마의 두뇌는 아기가 최우선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사진은 백화점의 유아용품 코너.
☞ 여성 마케팅
여성의 뇌와 엄마의 뇌는 달라
“지구상에 있는 모든 마케터에게 한 가지를 당부한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프라딥 사장은 “제발 여성의 뇌를 이해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저는 그녀를 수조달러의 쇼핑객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지구상 여성은 수조달러 규모 쇼핑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제품은 남성이 디자인하며, 그러다 보니 남성을 위한 제품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도 똑같은 여성이 아니다. 프라딥 사장은
“여성이 엄마가 되면 두뇌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엄마의 두뇌는 아기가 최우선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도록 변화한다.
그렇다면 엄마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가 된 사람들은 고도의 결속력을 지닌 집단이 된다.
그들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봐주려고 한다.
따라서 당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다른 엄마의 모습을 디자인에 등장시킨다면 공감을 유발할 수 있다.
엄마와 아기가 편안하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또 다른 엄마들과 경험을 공유하게 하라.
서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토론 공간을 마련하라. 시간과 스트레스 관리에 애를 먹는 엄마들을 위로하고 도덕적으로 지지해 주는 메시지를 쓰라. 당신의 제품에 대한 나쁜 리뷰가 단 하나라도 올라오지 않도록 기를 쓰고 막아라. 그 리뷰는 수많은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
엄마가 되면 낙천적이 되고, 유머와 여유를 갖게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사랑과 연민 같은 긍정적 감정도 더 많이 표현한다. 엄마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 이런 경향을 찬양하라.
예를 들어
“별일 아니에요”
“머리 뒤쪽은 빗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스웨터는 화장실 한 번만 갔다 오면 예쁘게 딱 맞을 거예요”라고 말하라.
엄마들에게 안전을 강조할 때는 공포를 이용하지 말고 긍정적인 감정을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의 안전벨트가 개선됐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때도 목이 졸릴 가능성이 줄었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사례를 들어서는 안 된다.
☞ 전시효과
진열대 모서리 둥글게 바꾸자 매출 15% 증가
프라딥 사장은 “소비자의 뇌가 가장 큰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고통을 받는 곳이 대형 할인 매장”이라고 했다. “수백만 가지 조각의 정보가 소비자의 뇌에 주입됩니다. 뇌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빨리 지칩니다.
대형 할인 매장에서 카트를 밀기만 해도 피곤해지는 이유입니다.”
매장 진열의
① 첫째 원칙은 두뇌가 매장에서 처리할 정보를 최소화시켜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 스토어 같은 곳은 제품이 많이 없고 단순해 뇌가 덜 피곤해진다.
비슷한 이유로 단어나 숫자를 사용하지 않고
이미지나 아이콘을 창의적으로 사용해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게 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뇌의 무게는 몸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20%나 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인간은 가급적 뇌를 덜 사용하려고 한다.
② 둘째는 진열대에서 날카로운 모서리를 없애는 것이다.
뉴로포커스가 두뇌 반응을 측정한 결과 사람들은 모서리가 날카로운 진열대보다 모서리가 둥근 진열대를 훨씬 좋아했다. 날카로운 모서리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두뇌가 즉각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바꾸자 해당 매장 매출이 15% 증가했다.
또 사람들은 나무처럼 자연적인 질감의 진열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두뇌는 사람의 얼굴에 자석처럼 끌린다.
신경학적으로 우리는 사람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사람의 얼굴을 등장시켜야 한다.
치약들로 가득 찬 진열장 앞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던 적이 혹시 없는가? 이렇게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반복맹(repetition blindness)’이라는 신경학적 현상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이미지가 쏟아져 들어올 때 뇌는 그 치약들을 하나의 커다랗고 희미한 형체로 인식해 버린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제품을 진열할 때 깊이와 높이를 다양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9월28일~29일자에 실린 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Tip | ‘뉴로 마케팅’ 한국에선…
고객 뇌 반응 조사…히트 화장품 만들어
성형외과는 ‘단순한 광고’로 성공
KT&G의 화장품 제조 계열사인 KCG라이프엔진이 2011년 말에 출시한 스킨케어 브랜드 ‘동인비’는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30억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성공 요인은 여성 소비자의 두뇌를 미리 읽어 여러 화장품의 기능들 가운데
‘촉촉함’을 제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당시 여성 소비자 60명을 모아 놓고 뇌파검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먼저 자기 얼굴과 다른 여성의 사진을 보면서 피부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스킨케어 화장품을 쓸 때 피부에서 가장 개선하고 싶은 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탄력’ ‘촉촉함’ ‘늘어짐’‘윤기’ ‘모공’ ‘잡티’ 등 10가지 단어를 바꿔가며 물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여성들은 말로는 탄력을 개선해야 할 1순위로 뽑았지만,
뇌파검사 결과 소비자들의 뇌는
‘촉촉함’이란 단어에 가장 활성화됐다. 결국 KCG라이프엔진은 화장품의 수분량을 높이는 방법에 집중해 출시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시선 추적 방식을 이용해 카탈로그를 개선함으로써 구두 매출을 올렸다. 기존 A4용지 크기 카탈로그는 각 페이지에 구두 사진을 최소 2장에서 최대 15장에 이르기까지 중구난방으로 넣었다. 그런데 한 페이지에 구두 사진을 몇 개씩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 회사의 의뢰를 받은 뉴로 마케팅 업체 브레인앤리서치는 구두 소비자 50명에게 다양한 숫자의 구두 사진이 들어간 카탈로그 여러 장을 주고 언제 가장 시선이 오래 머무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구두 사진이 1~8장 들어간 카탈로그를 볼 땐 구두 사진 하나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이 2초였다. 하지만 구두 사진이 9~12장 들어간 카탈로그를 볼 때는 구두 사진 하나당 시선이 3초 이상 머물렀고, 12장 이상이 됐을 땐 2초로 내려왔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카탈로그 한 페이지에 구두 사진 숫자를 9~12장으로 한정해 홍보한 결과 매출이 늘어났다.
한 대형 가전업체는 지난해 청소기를 쓰는 주부들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주부 30여명의 집을 찾았다. 주부들이 청소할 때 어떤 동작에서 근육 신경에 가장 많은 힘이 들어가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신경 근전도 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많이 이용되는 뉴로 마케팅 조사 방법의 하나이다.
주부들에게 1시간가량 직접 청소를 시키면서 조사했더니 주부들은 청소기의 전선을 전원에 꽂고 빼기 위해 허리를 구부릴 때 허리의 근육 신경에 힘이 많이 들어갔고, 스트레스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기를 들고 어느 방에서 다른 방으로 문턱을 넘을 때 손목이나 어깨, 다리의 근육 신경에 가장 힘이 들어가리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이 가전업체는 이 조사를 근거 삼아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청소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
대전의 한 성형외과는 대다수의 경쟁 성형외과가 하는 것처럼 여성 모델 사진으로 홈페이지 팝업창을 만들어 ‘최대 ○○% 할인’이란 문구와 함께 홍보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그래서 뉴로 마케팅 회사인 뉴로킷의 조언을 받아 새로운 실험을 했다. 모델이 등장하는 팝업창을 없애고
빨간색 배경에 노란색 글자로 ‘내 얼굴에 드라마가 시작된다’라는 간단한 문구만 썼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적절한 색깔의 보색대비와 단순한 문구의 사용이 무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뉴로 마케팅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물론 뉴로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다. 소비자의 두뇌가 어떻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또 특수 장비를 쓰기 때문에 조사 비용이 비싸며, 통상 20~100명 이내 인원을 조사하기 때문에 수백명에서 수천명을 동원해 직접 묻는 마케팅 방식보다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아직 뉴로 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을 보조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 이코노미조선
버클리(미 캘리포니아주) = 이신영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