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남녀는 신분에 따라 법을 배운다
1 선명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어진 선비가 나라에 벼슬하여 정사를 하기에 마음이 번거로워 전일하지 못하오니, 이법을 배우려면 어떻게 합니까?"
"만일 어진 선비가 벼슬 살기에 틈을 얻지 못하여, 이 법을 배우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는, 마땅히 경을 써서 공양하라. 모실 데를 만들고 향을 피우고 경례하되, 아침과 낮과, 저녁 인정 후에, 때를 잃지 말고 지극한 마음으로 예배하며, 또 열다섯 가지 일을 행할 것이니, (1) 살생하지 말고 (2) 산 것을 살리고 (3) 재물을 함부로 취하지 말고 (4) 은혜를 남에게 베풀고 (5) 음란하지 말고 (6) 성색을 멀리 하고 (7) 속이지 말고(8) 충성스러운 말로 잘 임금에게 간하고 (9) 술에 취하지 말고 (10) 술을 남에게 주지 말고 (11) 약자를 옹호하여 횡침하지 말고 (12) 사람에게 어진 마음을 베풀어 각각 제 처소를 얻게 하고 (13) 관대한 태도로 불초한 이를 포용하여 정교를 보여 주고 (14) 내게 와서 하소연하는 일이 있거든 반드시 공평하여 법률에 원왕이 없게 하고 (15) 임금에게 권하여 선정으로써 베풀게 하되, 언제나 게으르지 말 것이니, 이 열 다섯 가지 계행을 가져 폐하지 아니하면, 이것이 도법에 맞는 것이라, 후에 반드시 해탈을 얻으리라."
2 선명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범인으로서 숙업에 끌리어, 구애되고 절제 되는 일이 많아, 능히 편안하게 있지 못하므로 이 법에 뜻이 있어도 마음대로 되지 아니하면 어떻게 합니까?"
"범인으로서 지극한 마음으로 이 법을 배우려 하는 자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하라. 경을 써서 모시고, 날마다 세 번씩 잊지 말고 공경 예배하며, 다시 열 가지 일을 행할 것이니 (1) 오계를 받들어 범하지 말고 (2) 한가한 때에 경을 외우며 (3) 일을 할 때라도 마음으로는 경을 생각하여 잊지 말고 (4) 근로하고 괴로운 데서는 마땅히 이것은 전세의 업이라 생각하여 성내지 말며 (5) 거처하는 곳에 불상이 없고, 나쁜 사람들을 여읠 수 없을지라도 마음으로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고 사방을 향하여 예배하되, 불상을 대한 것과 다름이 없게 하고 (6) 마음을 부드럽게 단속하고 조심하여 모든 사람에게 하심하며 (7) 하는 일에는 정성을 다하여 겉으로만 꾸미지 말고 (8) 벗을 위하여 힘을 다하며 (9) 늙고 병든 이를 보거든 지극한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어 호하고 외식만 차리지 말며 (10) 마땅히 삼보께 귀의하여 게으르거나 잊어버리지 말 것이니, 범인으로서 비록 근고하고 구애되는 데 있을지라도, 이 열 가지만 행하여 없애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아니하면, 후에 반드시 해탈을 얻으리라."
3 선명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점잖은 부인이 양반의 집으로 시집을 가서, 살림을 살기와 어른을 섬기는 인연으로 집을 여의지 못할 때, 이 법을 배우고자 하면 어떻게 하오리까?"
"여인으로서 살림과 어른에 인연이 되어 마음으로만 이 법을 배우려하는 이도 또한 전에 말한 바와 같이 하라. 경을 불단에 모시고, 꽃과 향과 촛불ㆍ번개를 갖추고, 하루 세 번씩 예배를 잃지 말며, 항상 축원하되 여인의 몸을 여의기 원하여, 마음에 애욕을 끊고 게으르지 말며 또 이십 가지 일을 행하라. (1) 십계를 가져 범하지 말고 (2) 질투심을 버리며 (3) 가락지ㆍ팔지 등 패물을 덜고 (4) 연지ㆍ분 등 화장을 제하고 (5) 자태를 부리지 말며 (6) 의복을 수수하게 하여 사치하지 말고 (7) 집안에는 항상 자비한 마음으로 대하며 (8) 하인들도 부드럽게 가르치고 때리지 말며 (9) 고독한 이를 두호하고 의식을 평등히 하며 (10) 효도로 윗사람을 섬기고 사랑으로 아랫사람을 대접하며 (11) 소리를 낮추고 뜻을 낮추어서 항상 스스로 꾸짖으며 (12) 항상 부끄러움을 품어 겸손하고 화순하며 (13) 할일이 있으면 손수 잡아 청정하고 향기롭게 하여, 시부모나 부모 및 삼보ㆍ사우에게 드리며 (14) 친소와 선악에 모두 자비로 평등하여 차별상이 없으며 (15) 만일 사실에 있어서 다른 사람이 없더라도 염욕심을 내지 말며(16) 단정하고 전일한 마음으로 항상 법에 뜻을 두며 (17) 하고 싶은 것이 있거든 어른에게 물어서 하며 (18) 독단하는 마음이 없이 항상 내 몸을 낮추고 순하기로 경계하며 (19) 문틈으로 밖을 엿보아 사벽한 생각을 내지 말며 (20) 기거와 언어에 언제나 희롱이 없어, 항상 법도에 잘못이 없게 할 것이다. 이것이 어진 부인들의 집에 있으면서 정법을 행하는 것이니, 점점 공덕이 원만해지면 후에 반드시 해탈을 얻으리라."
4 선명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보통 부인들로서 성품은 좋은 행을 즐거워하나 집이 가난하여 곤란이 많고 일에 골몰하며, 의식에 걱정이 있어서 자재를 얻지 못하고, 속으로는 죄를 싫어하여 빨리 해탈을 얻고자, 이 법을 듣고 행하려 하면 어떻게 합니까?"
"보통 여인들이 빈곤에 빠져 있어, 이 법을 배우고자 하나 능히 정성대로 행하지 못하거든, 마땅히 열 가지 일을 행하여 버리지 말라. (1) 어진 벗에게 오계를 받아서 범하지 말고 행하며(2) 비록 배고프고 춥던라도, 살생하고 도둑질하여 배부르고 따뜻하기를 생각하지 말며 (3) 비록 홀로 있더라도 사음을 참아, 자주 마음과 뜻을 단속하며(4) 비록 가난할지라도 마음을 속여 재물을 구하지 말며 (5) 주식을 탐하고 창기를 구경하지 말며 (6) 법을 행하는 이를 부처님같이 높이며 (7) 항상 다섯 가지 착한 마음을 가질 것이니, 첫째, 보시할 마음, 둘째, 공경하는 마음, 셋째, 예절을 가지는 마음, 넷째, 일체를 대접하는 마음, 다섯째, 여러 가지 태도를 단속하는 마음이다. (8) 비록 일을 할지라도 속으로는 항상 경문을 외워 게으르지 말며 (9) 육재일에는 절이나 탑에 가서 삼보께 예배하며 (10) 비록 돈으로는 보시하지 못할지라도, 항상 몸소 탑에 물 뿌리고 쓸며, 청정한 물을 길어 여러 스님에게 보시하여, 손도 씻으며 세수도 하며 목욕도 하게 함으로써 보시하되, 부지런하여 싫어하지 말 것이니, 이것이 보통 여인들의 빈곤에 빠져 있으면서도 행하는 열 가지이다. 이렇게 하면, 나는 곳마다 부처님을 만나 항상 법을 배우며, 후에는 반드시 해탈을 얻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