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 불교의 중흥 조인신 경허 선사(1849~1912)께서 서산 천장암에 계실 때의 일화입니다.
어느 날 제자인 만공스님(1871~1946)과 함께 탁발을 갔다 오는데 그때만 해도 아주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이라 사찰경제 또한 먹고 살기가 어려웠어요.
동냥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동냥이 잘 돼서 크게 한 자루 하게 되었어요.
당시 만공스님은 20대 초반이라 힘이 아주 장사였다고 해요. 그런 한창의 나이지만 동냥자루를 하루 종일 메고 다니니 대단히 무거웠는 거래요.그런데도 경허스님께서는 큰 다리로 성큼성큼 앞에 가니까 따라 가기가 어려웠는 거래요.
그래서 천천히 쉬어가자고 종용을 합니다. 경허스님이 생각하니까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고요, 발걸음을 더 빨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어떤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문득 경허선사가 기지를 발휘했어요.
마침 어떤 젊은 아낙네가 물길은 물동이를 이고 가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수십 명이 모여 있었어요.
갑자기 경허선사가 젊은 여인을 껴안으면서 입을 쪽 맞추고 말았어요.
이를 본 마을사람들은 저 중님을 죽이라고 하면서 막 따라옵니다.
경허선사는 줄행랑을 놓았어요. 뒤에서 무겁다고 잔뜩 찌푸리고 따라오던 만공스님도 걸음아 날 살려라 마구 죽자 사자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는 거래요.
만공스님은 그렇게 무겁던 탁발자루의 무게조차 느끼지 못하고요, 오직 도망 도망 도망치고 말았는 거래요.
얼마를 달리고 나서 마을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보이지 않게 된 뒤 경허선사께서 멈추더니 “어떠냐? 가볍지?” 했다는 거래요.
그러니 만공스님이 “스님께서는 정말 큰스님이십니다.” 했다는 그런 일화가 있습니다.
순간의 지혜가 몇 십리를 아주 가볍게 뛰어서 무거운 줄 모르고 도착하게 됐다고 해요.
이것이 지혜입니다. 여기 신남신녀 여러분! 세속에서 잘 사시겠지만 혹여나 “스스로 잘 못살았다, 실패한 인생이다” 라는 지난날의 후회스러움이 있는 사람이 있거든 지혜롭지 못했던 것을 점검하고 반성해서 참회하고 지혜로 우려고 노력하고 애를 쓰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대지선사처럼 그렇게 안 되던 화두가 선정에 들게 하고, 조조가 일생을 풍미해서 이 세상을 움직이듯이 지혜를 짜내시기 바랍니다.
대우그룹의 전 회장이신 김우중씨가 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에 보니까 그분은 한창 돈벌고 다니실 때 어디 다니든 꼭 돈이 굴러다니는 것이 보였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어디 가서 좀 쉽게 빨리 효과적으로 많이 벌 수 있는가?’ 그것만 생각했다고 해요.
지혜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늘 지혜롭게 살려고 노력하고 지혜를 계발하면 물과 인간에 남다른 눈이 뜨입니다.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얼굴을 안 봐도 음성만 들어도 그분을 알 수 있습니다.
뒷모습만 보고 지나가는 걸음걸이만 보아도 점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통 지혜는 닦아서 얻을 수 있지만 큰 지혜, 근본 지혜는 깨쳐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근본 지혜는 밝기가 천 개의 해가 뜬 것과 같다.” 라는 조사스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렇게 밝고 밝은 것이 바로 근본 지혜라는 거래요.
그런 지혜는 천지를 움직이고요, 번갯불 속에서 바늘귀도 꿸 수 있는 지혜입니다.
그 지혜는 여러분도 다 갖추고 있다는 거래요.
부처님과 같은 그런 지혜는 누구나 다 갖추고 있어서, 아니 “본래는 부처다, 본바탕은 부처님과 꼭 같다”는 그런말씀을 부처님은 하셨습니다.
어쨌든 여러분께서 늘 그런 근본 지혜를 닦으시려고 애를 쓰시기 바랍니다.
공부는, 또 살아가는 것은 아주 지혜로워야 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지혜입니다.
깨달음은 잠깐 사이에 있거늘 수행을 모르고 지혜를 닦는 것은 무명만 더할 뿐입니다.
지혜 없는 공부는 수고로울 뿐 아무 이익이 없이
세월만 보내고 생사굴레를 벗어날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지혜롭게 사시고 아주 지혜롭게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무여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