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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서
"배 아주 고팠지?"
땅바닥에서 기지개 쭈욱 뻗고는
고양이가 먹다가 떨어뜨린 것은
길 가다가 우연히 길고양이 만났는데
야롱이는 의리 있는 멋진 녀석
어릴 적 검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운 적이 있다. 안고 쓰다듬어 줬던 기억도 있지만 고양이가 쥐를 잡아서 갖고 노는 장면이 충격적이었고, 그 고양이의 눈빛은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공포로 남았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도 기도를 해야 했고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보면, 소리를 지르며 피해 갈 정도로 심각했다. 딸이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면서 고양이 특수 공포증은 나에게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딸이 집 앞에 있던 길고양이에게 간식을 준 후로 계속 찾아오는 고양이가 있었는데 밥만 몰래 먹고 도망가는 다른 길고양이들과는 달리 말을 걸면 `야옹~!`하고 대답도 잘하였다. 이름을<야롱이> 라고 지어줬다. 길고양이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길을 가다가 야롱이를 만났는데 나를 보고 `야옹~!`하면서 아는 척을 했다. 그때 이 동시를 지었다. 사료를 잘 먹지 못 할 만큼 기침이 심한 날도 있었는데 울면서 기도했을 때 기침이 잦아들면서 한파에도 기침하지 않는 것을 보고 참 기뻤다. 야롱이를 우연히 길에서 또 만난 적이 있었는데 `야롱아 이리 와` 하니 나를 계속 따라와서 집 앞까지 온 적도 있다. 이제 야롱이가 안 보이는 날이면 걱정도 되고 보고 싶기도 하다. 길고양이들이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딜지 안쓰럽기만 해서 사료와 따뜻한 물을 공급해 주고 있다. 내가 가진 편견의 벽에 가두어 둔 고양이는 가장 무서운 존재였는데 그 눈빛을 이제 사랑하게 되었고 2017년은 나에게 기적의 해가 되었다. 지금 내 곁에는 유기묘 한 마리가 있다. 동사무소 직원이 새끼 고양이를 보여주며 차가 오는데도 막무가내로 가까이 가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혹시 어미를 아느냐고 했다. 새끼 고양이는 기침이 심했고 얼굴은 기름때와 먼지와 상처로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어미에게도 버려진 고양이 같았다.나를 보자마자 몸을 비비고 가르랑거려서 나도 모르게 집에 데리고 가서 키우겠다고 했다. 동물병원 수의사님이 <야웅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셨다. 한 생명을 살린다는 것은 소중한 만큼 희생이 따랐다. 고양이를 가장 많이 쓰다듬어 줬던 딸과 나의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겼고 피부과에서 링웜에 전염되었다고 했다.가까이에서 사랑을 주기 전에는 몰랐다. 고양이의 혓바닥이 오돌토돌 그렇게 거친 지도, 깃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면 높이 점프하는 지도,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애교 부리는 지도, 고양이 세수라고 하면 대충 닦는 것인 줄 알았는데 발가락을 벌리고 꼼꼼히 닦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배변을 본 후 싹싹 모래에 파묻는 것조차 다 이쁘게만 보였다. 상자 안에 들어가 놀기를 좋아하던 새끼 고양이가 커져서 지금은 높은 장롱 위에도 올라간다. `야웅이 어디 있지?` 하루에도 꼭 빠지지 않고 쓰는 문장이다. `야웅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고양이`라고 노래 불러줄 때 가르랑대며 같이 노래한다.
기사입력: 2018/03/21 [15:23]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212919§ion=sc30§ion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