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팀 성적이 처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 원투펀치의 부상입니다.
윤대경 박윤철이 그 자리를 잘 메워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국인이 안 아프면 킹험-카펜터-윤대경-김민우-박윤철 뭐 이런 순서로 던졌으면 됐거든요.
정우람 강재민이 아팠던 것도 문제고요
장시환이 마무리에서 갑자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나마 제구는 되는 정우람을 김범수 자리에 써보고 강재민 있는 상태에서 장시환 클로져 시켰어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빈자리는 어떻게 꾸역꾸역 메웠는데 그럼 나머지 자리가 비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결국 '선수층이 얇은게 문제'라는 뜻입니다.
외국인 원투펀치 떨어져 나갔는데 버틸 수 있는 팀은 없습니다
그런데요, 외국인 원투펀치가 둘 다 30경기 풀로 뛰어주는 팀이 되는 것도 어려워요
원래 야구선수는 시즌 치르다 보면 누구든 아프거나 다치거나 부진합니다
부상과 부진은 팀 사정을 가려가며 찾아와 주지 않아요
그래서 투수든 야수든 '무리한 등판'을 하면 안 되고, 적당히 쉬어야 하는거고
그들이 쉴 때, 아니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비슷하게 뛰어 줄 선수들이 많아야 하는겁니다.
강팀도 고민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잘하는 3루수가 2명이나 있어서 1명이 너무 아까워"
"나머지 3루수 1명을 1루로 돌리고 싶은데 1루수도 잘해"
이런 고민이죠
약팀의 고민은 어떻습니까?
유격수가 작년보다 잘 해야 되고
3루수가 기대만큼 성장해야 되고
외야에는 갑툭튀가 나와야 되는데
그 중에 하나만 되고 나머지는 나가리 되거나
재수 없으면 그 중에 하나도 안 되죠
외국인과 국내선발이 모두 다 잘해줘야 좋은데
얘가 잘하면 쟤가 못하고
쟤가 살아나면 이번에는 얘가 아프죠.
그런데 다른팀도 그럽니다
이 놈이 잘하면 저 놈이 못하고
저 놈 살아나니까 이번엔 이 놈이 아파요
두산 김인태가 박건우 자리 대신했는데 햄스트링 올라와서 빠졌고 미란다 어깨 아프죠
조수행이 김인태 자리 꾸역꾸역 메꾸는데 양석환 아프다고 못 나옵니다
삼성은 구자욱 오재일 코로나 걸려서 두 선수 없이 시즌 시작했고요
KT는 강백호 뼈 부러져서 개막전도 못 치뤘는데 6월이나 되어야 온다고 하고
SSG는 최주환이 리그 최악 수준의 타자가 됐고 외국인 투수 노바는 ERA 6점대 선발이에요
롯데는 외국인 타자가 .207치고 지금 포수가 없어서 .160치는 정보근이 마스크 씁니다
NC는 (본인들 잘못이지만)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없이 시즌 치뤘고요
결국 선수층이 얇은 게 문제고
그 선수층을 보강하지 않은 게 문제고
그러니까 외국인 부상이라는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겁니다
물론 외국인 원투펀치가 모두 부상이라는 건 매우 큰 변수여서 다른 팀도 적응하기 어려울텐데
우리는 대응이 더 어렵고 피해도 훨씬 큰거죠. 선수층이 얇으니까.
물론 투수는 FA로도 보강이 어려우니까 구단의 실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데
하주석 김태연 정은원 최재훈의 동반 부진에 한달 넘게 대응 못한 건 구단의 실책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킹험은 재작년에 2경기, 작년에 25경기 던졌으니 올해도 부상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었어야 했죠
당일 경기의 승패는 선수 책임
그 선수 기용에 대한 결과는 감독 책임이지만
팀이 어떤 규모와 어떤 모습의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결국 구단의 몫이고 책임입니다
구단은 '젊고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젊고 약한 팀'이 됐네요
뭐 물론 중요한건 지금이 아니라 미래죠
구단은 3년이라는 시간을 말했고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기억 하시나요?
지난 2018년에도 구단은 팬들에게 3년을 약속했습니다.
다들 잊으셨어요? 2017년 연말에 구단이 그랬잖어요. 3년 후에는 대권 도전하는 팀이 되겠다고
그 후 햇수로 5년이고 만으로 따져도 4년 6개월이 흘렀는데 지금 우리는 어디 있나요?
팀이 본격적으로 약해진게 2009년
그리고 남들이 다 하는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게 2000년대 초중반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짧게 봐도 20년을 쌓여 온 문제입니다.
누가 아파서 문제라고요? 운 나쁘게 다쳐서 이런 거라고요?
어떤 선수가 볼질하고 선구안이 안 올라와서 그렇다고요?
아닙니다
다른 팀도 다 아프고 다치고 또 부진하고
다른 팀에도 볼질하고 삽질하는 선수들 있어요
그 선수를 대체할 다른 대안이 그들에겐 있고 우리에겐 없을 뿐이죠
두껍고 단단한 선수층
이 팀이 정말로 3년 후에는 만들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프로듀스101에 댄스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한 아티스트가 그랬죠
"어젯밤에 시간이 없었어? 그러면 하루 더 줬으면 됐겠니? 한달이면 했겠어?" 라고요
그 마음이 딱 요즘 제 마음입니다
첫댓글 공감합니다..잘 읽었습니다..
이글스에서 한화를 떼어내는 매각이 답입니다.
그냥 구단의 행보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 웃기기만 합니다^^
눈가리고 아웅에 동의합니다
암흑기라던 김응룡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