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카페앱안쓰는사람1
개봉한 첫 날 보고 왔는데 이제서야 감상평을 남긴다.
지금에서야 쓰는 것은 스포일러를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이다.
1.
인사이드 아웃은 무척이나 보편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라일리가 겪은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집이 작아진 경험이 아니라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옮겨간 경험인데
라일리 개인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이었지만
영화화될 만큼 특별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생각해보시라.
공포영화도 아니고 가족영화인데 고작 "이사" 하나로 두 시간짜리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것은 너무도 밋밋한 사건이다.
그런데
픽사는 이 밋밋하고 보편적인 경험에서
라일리가 겪은 "특수함"을 이끌어낸다.
2.
주제가 진부하다고 할 순 있어도
소재가 진부하다고 할 순 없다.
감정을 의인화한 이야기는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이런 소재의 특이함은 이야기의 살을 제대로 붙이지 못할 경우 소재가 영화를 잡아먹고 끝나거나
소재만 남은 앙상한 영화가 되길 마련인데,
인사이드 아웃은 그런 우려를 한방에 종식시켰다.
아이러니하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픽셀이 소재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영화이다.
둘의 이야기의 빈부격차를 생각해보면
인사이드 아웃이 얼마나 훌륭하게 이야기의 살을 붙였는지 알 수 있다.
3.
인사이드 아웃이 갖고 있는 이야기의 구조는 생각보다 아동심리학 이론과 비슷하다.
인지능력,
감정지능,
핵심기억.
등.
놀라운 건 이것들을 모두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기억을 구슬로 표현한 점이라던가 구슬을 모아둔 곳을 끝없이 넓고 광활한 공간으로 설정한 것은
인간의 무한한 잠재성을 단 컷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성격을 형성하는 관계를 놀이동산의 회전목마처럼 형상화한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4.
이 이야기에서 정말 재밌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라일리가 11살이라는 점이다.
기쁨이는 말한다.
이제 겨우 열한살인데 무슨 일이 있겠냐고.
기쁨이가 이 말을 하고 십분도 안되어서 라일리의 내면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것은 어른이 아이를 바라보는 "어린 네가 뭘 알겠니?" 와 같은 어린 아이에 대한 편협하고 동화적인 시선을 단박에
반박한 것이다.
만약 라일리가 가출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며 웃기만 했다면
라일리가 성장하고 나서 부모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빠가 하는 사업이 잘 안돼서 이사갔을 때 있잖니?
네가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겠지만, 우린 그 때 정말 힘들었단다."
라고.
라일리가 겪었던 혼란과 아픔은 깡그리 무시한 채 지냈을 것이다.
어린 아이가 어른과 같은 수준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본다는 뜻이 아니다.
어린 아이가 세상을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프지 않거나 고통을 겪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ㅋㅋㅋ)
게다가,
어른조차도 이 세상이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전부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커갈수록 슬픔이가 작아지는건지
어른이 될수록 타인의 아픔에 둔감해지는 것 같다.
라일리의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기쁨이는 다시 말한다. 이제 열두살인데 무슨 일이 있겠냐고.
하지만 이 말은 역설이다.
아마 라일리는 또 다시 어마어마한 성장통을 겪을 것이다.
5.
라일리 엄마의 머릿속을 보면 모두가 점잖고, 라일리와는 다르게 슬픔이가 주도하고 있다.
아빠의 머릿속은 버럭이들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라일리 엄마의 온정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슬픔"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담겨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6.
빙봉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빙봉이가 떠나갈 때 울었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빙봉이와 기쁨이가 그 구덩이에서 빠져서 탈출하려고 했을 때
빙봉이가 없으면 될 것 같다고 빨리 빠지라고 ㅋㅋㅋ 속으로 생각했다 ㅋㅋㅋ
빙봉이가 사라지는 장면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빙봉이가 사라지겠구나 하고 예상은 했겠지만
이야기 전체적인 맥락에 있어서 빙봉이의 소멸은 굉장히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예측하지 못해서 아니라
그 상황이 전체적인 맥락과의 합일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친구 빙봉이는
어린 시절의 유물로서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없어져야 할 유물인 것이다.
기쁨이가 슬픔을 배우는 과정에서 빙봉이의 소멸은
라일리의 성장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7.
많은 사람들이 빙봉이가 죽을 때 울었지만
나는 이상하게 라일리가 어린 시절 아빠와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때 울었다.
사람마다 다 각기 나름의 어린시절을 보냈을 테고
누군가는 라일리와 비슷하게
누군가는 라일리와 전혀 다른 환경을 보냈을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린 시절에 나 혼자서도 무척이나 즐거웠고, 매일매일 '빙봉이들'과 놀았다.
(심지어 지금도 가끔 소환하.....)
일곱살, 그 어릴 때
엄마에게 나이 먹는 거 싫다고 앙탈을 부리기도 했었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은 지금도 나이 먹는 거 싫다)
그리고 라일리의 행복은
이상하게도,
내가 한 번도 겪지 않았던 향수를 자극해서 자꾸 내 안에서 슬픔이가 버튼을 눌렀던 것 같다.
8.
인사이드 아웃은 결국 우리가 살면서 슬퍼하고, 감정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 것인가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그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슬픔과 공감"의 소중함에 대해서
픽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 싶다.
9.
아쉬운 점이 있다면
라일리가 지나치게 감정의 숙주처럼 느껴진 점인데
이것은 감정들이 의인화 됐으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내가 바로 감정의 숙ㅈ...
10.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에필로그들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특히 선생님들이 수업 하면서
방학 언제하냐고 생각하는 거 정말 공감간다 이거에요~~
11.
아
그리고 색감.
색감이 무척이나 화려했는데
이것은 슬픔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주제의식과 결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쁨이의 몸은 화사하게 빛이 나고
클로즈업 할 때 보면 타들어가 듯이 빛과 광채가 있다.
존예.
11.
세상에 불필요한 감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화를 내야할 일에는 화를 내야하고
울어야 할 일에는 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인사이드 아웃2가 나온다면 까칠이가 주인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인사이드 아웃 보면서
가장 오오오! 사이다! 했던 부분은 기쁨이가 슬픔의 가치를 깨닫는 장면이 아니라
까칠이가 버럭이를 이용해서 문제해결을 한 장면이었다 ㅋㅋㅋㅋㅋ
까칠이 똑똑b
까칠이가 내 최애라 이거에요~~~~~
첫댓글 여시 후기 진짜 공감된다! 인싸이드2번봤는데 나도 어릴적 생각나서 계속 곱씹어보게되는것같아
글 진짜 잘쓴다ㅠ 인사이드 아웃 나도 심리학과라 공감하면서 봤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진짜 그런거 같아! 나도 요즘에 슬픈일 울고 싶을때 걍 내 감정을 무시했는데 그럴수록 사람이 감정이 없어지는 것 같더라. 웃음도 없어지고 걍... 무덤덤
헐 여새...ㅠㅠ 감동쓰
오오오 진짜 재미있게봤어
나두 빙봉이가 없어질때보다 가족과 감정을 나눌 때 울었어ㅠㅜㅜ 빙봉이가 없어지는게 그냥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던거같아 진짜 또 보고싶다 ㅇㅅㅇ
ㅠㅠㅠㅠ 볼까말까 고민했는데 여시평보고 내일 보러가기로 결정 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8.02 16:18
진짜 공감이야 나도 영화 초반에 라일리가 부모님이랑 행복한 시간 보낼 때 갑자기 울컥해서 당황했어 ㅠㅠ......
공감가기도 하고 여시글보면서 영화생각나서 막 울컥해지고 여시글 보면서 그냥..뭔가 울컥했어 '어린아이가 세상을 전부 이해~' 요부분도 뭔가 눈물나고..
뭔가 글 전체가 눈물샘자극해ㅜㅜ
7번도 공감...난 영화 처음부터 행복했을때 부터울컥했었거든 그 이유가 그거구나.. 나의 유년기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어서 부러운 마음도 있었나봐
맞아 진짜 공감 빙봉이 사라지는건 진짜 와 여시후기 잘표현한거같아
나는 보면서 내 감정 상태가 어떤지 자세히 생각해보는 계기가됐어.ㅋㅋ 내 핵심 기억은 뭘까 고민해보기도 하고.... 내가 왜 어떤말엔 상처입고 분노하는지도 생각해보고ㅎㅎ
아 그리고 조이 머리색이 파란색인게 나는 뭔가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ㅋㅋ다른애들은 머리부터발끝까지 같은색인데 조이만 머리가 퍼렇잖아??
@한국사쓰레기 오!!!! 나도 이생각햇어!!! 처음ㅇㄴ 걍 주인공이라서그런가??햇었는데 ㅋㅋㅋ
여시진짜글잘쓴다 ㅋㅋㅋㅋ공감도많이돼ㅠㅠㅠㅠㅠ
아 맞아... 나는 빙봉이 사라질건 예상 못했는데 사라지고 난 다음에 진짜 감탄... 저렇게 사라져여만 한다는거에 공감했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는 이거 보면서 ..빙봉이 사라질때 눈물이 나올려고 하는데 혼자 영화관가서 우는게 쪽팔린거야 ㅋㅋㅋ 그래서 안울려고 했는데 이 영화가 말하는게 자연스레 나오는 감정또한 나의 소중한 감정이다 라는 메세지가 갑자기 번쩍 생각나면서 저절로 눈물을 흘리니깐 영화를 더 알차게 잘 본 느낌이였엉
여시 글 보니까 다시 보고싶당!!
나는 빙봉이까진 감동이였는데 마지막에 라일리가 가족하고 끌어안고 울 때 나 혼자 그 앞에 기쁨이가 상상남친 줄줄이 꿴거 자꾸 생각나서 집중이 안됐음;;;;;
인사이드아웃)글 잘읽었어^^! 어른들의 고통만 고통이 아니구 어린애들의 고통도 그만큼 크다는 걸 알게해준거같당 ㅎㅎ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어렸을때의 기억에 얽매여 살잖아..구칭..? 여시가 쓴것처럼 커갈수록 다양한 감정을 지금처럼 느끼고 싶고 타인의 아픔에 둔감해지지않는 내가됐으면 좋겠다..ㅎ!
여시 글진짜 잘쓴다!!! 여시글보니까 다시 보고싶다!!!! 내가 많이 생각나는 영화였오!!!
세쨩에..여시 글 진짜 잘쓰고 생각도 고차원적이야..!!! 여시 어릴때 책많이 읽어떠???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