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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좋은 흐름을 보여주는 리버풀과 아스날이 11라운드에서 만났다. 최근 12승 1무를 기록하며 에메리볼이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 아스날과 지금까지 리그에서 진 적이 없는 클롭의 리버풀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격돌하게 됐다. 클롭은 과거 벵거 감독의 아스날에게 아주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리버풀은 아스날과 지난 5번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17득점을 기록한 반면 아스날은 최근 빅 6팀(맨유, 토트넘, 리버풀, 첼시, 맨시티)을 상대로 3승 9무 15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스날이 이번 시즌 맨시티와 첼시에게 졌던 만큼, 에메리의 아스날이 '어떻게 리버풀의 공격력을 막아내면서 자신들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이 경기의 관전 포인트이었다.
에메리는 리버풀전을 확실하게 준비했다.
에메리는 후방 빌드업에서 안정감을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리버풀의 강한 압박을 최대한 무력화할 수 있는 빌드업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많은 강팀들이 변형 3백 혹은 라볼피아나를 형성해서 빌드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리버풀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이러한 빌드업 구조를 굉장히 잘 압박하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그러한 예시로서 이번 시즌 첼시전을 떠올려볼 수 있다. ▲피르미누가 조르지뉴 전담마크 ▲살라와 마네가 좌우 풀백들을 향한 패스 길목을 차단 ▲바이날둠과 밀너가 코바시치와 캉테를 마크하면서 첼시 빌드업을 방해하는 데 성공했었다. 이런 압박 구조는 클롭이 이번 시즌 굉장히 자주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1번 사진 첨부:

첼시전 리버풀의 압박 구조
하지만 에메리는 토레이라와 쟈카를 동시에 중앙에 위치시켜서 센터백과 좌우 풀백의 연결고리의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이 구조는 ▲후방 빌드업 안정감 ▲리버풀 압박의 무력화 ▲좌우 전환의 속도 향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리버풀 3미들의 선수들이 측면 수비 가담을 못하도록 강제했다.

아스날의 빌드업 구조

아스날의 빌드업은 리버풀 압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 SPOTV
피르미누 혼자서 쟈카와 토레이라를 동시에 마크할 수 없기 때문에, 밀너 바이날둠 파비뉴는 계속해서 토레이라와 쟈카를 자신들의 압박 범위에 두려고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했고, 오히려 아스날의 좌우 풀백들이 넓은 측면에서 편하게 공을 받을 수 있었다. 자유로운 벨레린과 콜라시나츠가 전진하게 되면, 로버트슨과 아놀드가 각각 미키타리안과 외질을 수비하면서 동시에 측면 수비까지 막아야 되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아스날 후방 빌드업의 전형적인 과정 ▲ SPOTV
하지만 이러한 빌드업 구조는 공수간격이 벌어지는 단점을 가질 수 있는데 외질이 2.5선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단점을 상쇄했다. 또한 아스날의 좌우 풀백들에게 공이 전달됐을 경우, 특히 벨레린에게 공이 전개되면 리버풀은 전술적으로 공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좌우 폭을 굉장히 좁게 설정됐기 때문에 외질이 바이날둠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그때 아스날은 빠른 좌우 전환으로 압박에서 자유로운 외질을 잘 이용했다.

벨레린에게 전개되면 리버풀의 전형이 오른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외질이 자유로워졌다 ▲ SPOTV

외질이 자유롭게 공을 받게되면 당연히 공격이 날카로워진다(1) ▲ SPOTV

외질이 자유롭게 공을 받게되면 당연히 공격이 날카로워진다(2) ▲ SPOTV
에메리는 또한 수비 시 압박 타이밍과 좁은 간격을 중시했다. 리버풀이 자신들의 수비 지역에서 볼을 돌릴 때는 리버풀 선수들을 1:1로 마크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대략 25미터 간격에서 움직이도록 했다. 이 압박과 좁은 간격은 리버풀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는데 꽤나 효과적이었다. 리버풀의 전개를 끊어내면 아스날은 공을 점유하지 않고 미키타리안, 쟈카, 외질을 이용해 빠르게 라카제트와 오바메양에게 공을 연결했다.

아스날의 전방 압박 구조

아스날이 전방 압박후 빠르게 슈팅까지 연결한다 ▲ SPOTV
이렇게 리버풀이 고전하는 경기들은 전체 패스 대비 롱패스 비율 많아진다는 특징을 갖는다. 리버풀이 대승을 거뒀던 최근 즈베즈다전과 카디프전에는 전체 패스 대비 롱패스 비율이 각각 8%, 4.5%였다. 반면 고전했던 맨체스터 시티전, 허더스필드전, 나폴리전은 12% 정도를 상회했다. 이번 경기에서 16%를 기록했다는 점은 리버풀은 경기 내내 빌드업에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롱패스 비율이 많아지자 리버풀은 공격진과 미드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3미들의 공격 지원이 어려워졌다. 결국 살라, 마네, 피르미누 개개인의 클래스에만 의존하는 공격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톱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서로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아스날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다. 살라만 주로 오른쪽에 치중하고 피르미누와 마네는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였으나 아스날의 수비진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리버풀의 벌어진 공수 간격 ▲ SPOTV

후방에서 롱볼 전개가 많아지자 3톱의 클래스에만 의존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 SPOTV
반대로 리버풀이 미들 써드 진영까지 올라와 후방 빌드업을 진행하면 아스날은 두줄 수비를 갖춘 후 압박 타이밍을 확실하게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난타전 양상에서 양 팀 모두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스날은 골 결정력에서 아쉬웠고, 리버풀은 오심과 골대 강타로 인해서 승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클롭이 선택한 변화는 리버풀에 익숙하지 않았다.
전반전 중계 화면에서 자주 잡혔지만 클롭은 경기력에 불만이 있는 모습이었다. 후반전이 되자마자 리버풀은 살라를 최전방에, 밀너를 우측 윙포워드, 피르미누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시키면서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이 변화를 통해서 클롭은 ▲벌어진 공수 간격을 좁힘 ▲마네와 밀너를 통해서 벨레린과 콜라시나츠 견제 ▲마네, 피르미누, 밀너로 아스날 수비진과 미드진 사이 공간에 대한 적극적인 침투를 노렸을 것이라 본다. 이런 전술적 변화로 리버풀은 선제골을 만들었다.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리버풀 ▲ SPOTV

벨레린과 콜라시나츠를 견제하기 위해 넓게 위치한 밀너와 마네 ▲ SPOTV

마네가 벨레린과 무스타피 사이공간으로 침투하고 나머지 공격진이 아스날 미드진과 수비진 사이로 움직인다 ▲ SPOTV
하지만 이 변화는 긍정적인 면만 보여주지 못했다. 4-2-3-1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는 ▲중원의 수적 우위를 가져오지 못함 ▲토레이라 혹은 쟈카가 굉장히 자유로워지면서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 견제 어려움 ▲ 파비뉴와 바이날둠의 압박이 실패했을 시 아스날 2선 자원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허용이라는 단점을 보여줬다. 일단 리버풀의 선수들이 클롭이 원하는 만큼 공수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팀으로서 압박하고, 팀으로서 공격하는 클롭의 철학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이다.

중원 숫자에서 밀리는 리버풀 ▲ SPOTV
결국 리버풀 수비진 선수들은 직접 공을 몰고 탈압박하거나 위험성 높은 패스를 계속해서 시도해야 했다. 바로 아래 장면이후에 로버트슨이 직접 드리블하다가 공을 뺏긴 뒤에 리버풀 선수들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이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었다.

아스날이 후방 빌드업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 SPOTV

파비뉴의 애매한 압박으로 인해 미키타리안에게 공간이 생긴다 ▲ SPOTV

파비뉴의 애매한 압박으로 중원에 공간이 열린다 ▲ SPOTV
위 장면에서도 나오지만 파비뉴는 아직까지 클롭이 원하는 전술적인 역할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4-3-3 포메이션에서는 위치 선정이나 압박 타이밍이 겉돌지 않았지만 후반전에는 계속 대형을 유지하지 않고 압박하는 실수가 몇 차례 있었다. 에메리는 리버풀의 중원 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램지와 이워비를 투입했지만 완성도에서 부족했다.
그 완성도를 채워준 것은 월벡의 투입과 이워비의 위치 변화이었다. 웰벡과 램지는 경기 내용에 큰 영향력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1명이 아놀드를 측면으로 유인하면 다른 1명은 라카제트 옆에서 2톱을 형성하면서 고메즈와 반다이크를 중앙에 묶어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놀드와 고메즈의 간격이 벌어졌다.

고메즈와 아놀드 사이 공간을 이워비가 완벽히 공략했다 ▲ SPOTV
이워비는 측면 공간에서 자유롭게 공격을 할 수 있었고 결국 좋은 어시스트 기록했다. 이는 에메리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워비가 왼쪽 윙어처럼 기용되면서 왼쪽 수비를 쟈카가 대신하는 선택이었는데 이 시스템은 토레이라에게 엄청난 수비 부담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분명 리버풀 역습으로 인해서 추가 실점할 수 있기에 때문이다. 에메리의 전술적 변화는 후반전 리버풀 2선의 공격이 위협적이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경기 내용에 대입해봤을 때 승점 3점을 가져간 팀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가혹했다. 팀으로서 아스날은 리버풀보다 좋았고, 개개인으로서 리버풀 선수들은 아스날 선수들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확실히 에메리 부임 후 아스날은 달라졌다고 말하기에 충분했다. 경기만 봐도 선수들의 정신적인 상태는 향상된 것이 느껴졌고 전술적인 역할 수행도 전체적으로 잘 해내는 모습이었다.
리버풀은 빅 6팀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둔 것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클롭은 절대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시즌 샤키리를 때때로 우측 윙포워드이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기용하면서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가끔 보여주지만 아직 기존 포메이션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다. 아스날이 클롭식 4-3-3 압박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파훼법(?)을 보여줬기 때문에 클롭이 과연 또 리버풀에게 어떤 변화를 도입할지도 차후에 주목할만한 점이 되겠다.
EPL 11라운드 아스날과 리버풀이 90분 내내 보여준 역동성있는 축구는 새벽의 축구팬들을 꿈나라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이 경기를 통해서 양 팀 선수들은 ‘왜 리버풀이 우승 후보인지’ 와 ‘왜 에메리가 칭찬받아야 마땅한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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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감사합니다
전술적인 텍스트인데도 술술 잘 읽히네요 잘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술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