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댄스파티의 이벤트 중 으뜸이 구두티켓 추첨이다.
딱히 구두티켓이 욕심나서 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여나 하고 기다려보는 긴장감 그리고 그 짜릿함 때문에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말해 어떤 날은 이런저런 이유로 즐댄하기는 틀린 것 같고 일찍 보따리 챙겨서 나서고 싶은 때도 더러 있지만
그 놈의 구두티켓 걸린 경품 추첨이 있다는 이야기에 참고 기다린 적도 실은 한두 번 있었다.
나야 그 수많던 초등학교 시절 봄가을 소풍 때마다 있던 보물찾기에서 단 한 차례도 보물을 찾아본 적도 없고
선물이 남아돌아 뿌리고 뿌려도 내게까지는 차지가 돌아오질 않았던 팔자....
참석인원의 거의 반 이상에게 나눠주는 상품도 끝내 내 몫은 없었으니...
내 번호 바로 앞 번호와 바로 뒷 번호는 불리면서 내 번호만 용케도 건너뛰는 신비함도 몇 차례 경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내게도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냈다.
2년 전인가?
댄사모 월례파티에서 드디어 구두티켓이 걸린 것이다.
친구가 하는 구두공장에서 늘 신발을 사 쓰던 터라 그 티켓을 사용할 기회도 없었고
또 내 생애 유일한 큰 행운의 것이었기에 함부로 써버리기도 뭐해서
지금까지 애지중지 보관해오다 얼마 전 큰 맘 먹고 구두를 고르러 갔다.
가기 전에 당연히 구두 카탈로그에서 어느 것을 사야할지 정해놓고
물어물어 탑OO 공장을 찾아갔다.
마침 사장님이 계셨고
내가 내민 티켓을 보시고는
“와~ 이거 아주 오래된 것이네요?” 하신다.
“네. 한 2년 넘었지요 ^^”
직원을 부르더니 상담해드리라 하신다.
“어떤 것으로 하실 건가요?”
“모던 댄스화 모델번호 1400번요”
“싸이즈는요?”
“260요”
좀 후에 들고 나오면서 맞는가 한번 신어보란다.
신어보니 잘 맞는 것 같다.
바로 아가페 금요파티장으로 향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자꾸 뒤로 넘어지는 느낌이 들고 뭔가 불안해서 과감히 걸음을 띄질 못하겠다.
결국 그날은 제대도 몸도 못 풀고 돌아왔고 집에 돌아와 예전 신던 것과 비교해보니 뒷굽이 많이 낮고 좁은 것 같다.
결국 더 높은 굽으로 갈기 위해 교환수수료와 함께 택배로 부쳤다.
다시 금요일
탑OO 공장에 들려 굽갈아놓은 신발을 찾아 아가페로 향했다.
아무래도 뭔가 불편하다.
발이 편치를 않다.
이 날도 불편한 심기로 돌아왔다.
그리곤 결심했다.
그 구두를 남에게 주거나 없애버려야겠다고...
나하고는 운대가 안 맞는 신발인갑다라고...
넘 신경이 쓰여서 못 신겠고 일주일에 단 한차례 가는 이 운동을 구두 때문에 망친다는 것이 넘 억울해서였다.
그냥 버리긴 넘 아깝다.
아직 새거나 마찬가진데...
그렇다고 그냥 공짜로 준다하면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분이 거저라는 생각에 달라하실 것 같아 아가페 벼룩시장에 내놓았다.
‘모던댄스화 탑드림 모델번호 1400. 260미리 싸게 팝니다’ 라고...
거저 드린다하면 꼭 필요하신 분에게 안 갈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돈을 받으려하는 심정을 양해 해달라고 단서를 붙이고 내놨다.
곧 어느 분이 사겠다 신청이 들어왔고, 그래도 두어번이라도 신었던 것인데 돈을 받고 판다는 것이 못내 미안했지만....
서로 잘 쓰시라 잘 쓰겠다하고 문자가 왔다갔다하고 나는 택배로 구두를 부쳤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
구두 사신 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잘 받았다는 인사하려고 하셨나부다하고 수화기를 든 순간
우와~~ 세상에... ㅠ
“아니 이게 어디 모던화입니까?
모던화라 해놓고 라틴화를 보내면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두 번 신었다 하드만 이건 일 년도 더 신은 것 같은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화가 엄청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도데체 이게 무슨 소린지...
“무슨 소립니까? 분명 모던화라고 샀고 모델넘버 1400번이라고까지 해서 샀는데...”
분명 라틴화란다. 사람이 거짓말하면 되겠냔다. 헐~
내가 사기꾼이란 건가?
그럼 이게 어떻게 된거지?
그럼 그게 라틴화였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긴 했다.
뒷굽이 좁고 작고...
그래도 그게 설마 라틴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질 못하고
좀 묘하게 생겼다했지만 유명한 구두메이커에서 그렇다해서 산 것이니 그러려니 했지 특별히 의심할 수가 없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월츠 춘다고 원에서 보폭을 길게 내딛을라치면 뒷굽이 미끌어져 가랑이가 찢어질 듯이 미끌어져가던 것이
자그마한 이 뒷굽 때문이었나?
구두 돌려 보낼테니 당장 돈 돌려달란다.
“아니 돌려보내실 필요 없습니다. 돈은 제가 바로 송금해 드릴테니 그 신발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그 분의 분하게 속았다는 씩씩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파고드는 것 같아 뿌리치듯 전화를 끊었다.
젠장...
평생에 첫 횡재로 얻은 구두티켓 함 사용해보려다
발에 안 맞아 짜증스러웠고
즐댄 못해 우울했었고
급기야 사기꾼 취급도 당했다.
결국 내게 찾아온 그 행운은 결코 행운이 아니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 복에 무슨 구두티켓...ㅠ
화려한 꿈속에 며칠을 보내다 보잘 것 없는 본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
횡재를 기대하지 말아야지말아야지 하면서 또 오늘 은근히 기다려보는 것은 아직도 내가 속물이란 뜻인가? ㅎㅎ
첫댓글 ㅎㅎㅎ 은파님 구수한 이야기에 ~~아침 식사준비와 출근준비 하다가~~지각하겠네~~ 당첨의 행운을 얻으시길~~~
탑드림 공장에서 그런실수를 하다니 한두번 장사하는것도 아닌데 처음카다로그보실때 라틴쪽을보시고 신청하셨나보다.다음에행운이 따르시길~~~
그랬으면 오죽 좋겠습니까마는 라틴화에는 모델 1400 이란 것이 아예 없습니다요 ㅠ
다음에 또 타실거예요. 꼭 맞는 좋은 구두를 갖는 행운이 올거예요.
안쓰러워요. 은파님의 경품 댄스화와의 고군분투기 입니다. 저도 라면한개 당첨된적이 없었는데 어느날 특별대상 50만원짜리로,,,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