讚 老人歌찬 노인가
幼翁유옹 송창재
토요일 밤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일요일 새벽이라고 해야하나?
나의 활동시간은 보통 서너시간 후인 새벽 세시, 네시 전후인데 그때는 새벽이라고 할만도 하다.
요즘은 다섯시면 창밖이 밝아온다.
그런데 지금 한 시쯤은 분명 오늘이건만
어제를 보낼수 없는 시간이라 밤과 새벽을 구분지을수 없는 시간이다.
보통 이 시간에는 낮에 글머리를 잡아 메모해 두었던 시를 쓰거나 지난 글들을 퇴고 정리하기도 한다.
오늘도 몇년전에 적어 두었던 옛 글을 뒤적이다 한 글을 찾았다. 글을 다시 읽어보며 정리를 해보았다.
사실 내게 이 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면서 가장 외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젊은 적부터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했었지만 그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이 시간의 효용가치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지도 몇 년이 되었다.
한때 함께 계셨던 누나왈 일찍 새벽시간을 활용하여 공부했으면 벌써 판검사가 되었을 텐데 라고 하셔서 웃기도 했던 시간들이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며 무엇이 되겠다고 하기 싫은 일을 코피나게 하는 성격이 아닌 나는 소위 세간의 출세학에는 더욱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호구지책으로 무언가를 해두었더라면 좋았으련만
더욱 그런 것에는 관심이없는 헐랭이라 젊은 시절의 이 시간은 낭비시켜 버린 아까운 시간들이 되어 버렸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표현을 빌어보면 밥도 안되는 쓸데없는 책들이나 본 시간들 이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배고프고 목마르고 외로움을 타는 시간으로 길러왔나 보다.
성격이 적극적이며 낙관적인지 아니면 소극적이고 비관적인지를 판단하는 표현으로 흔히 인용하는 것이 “우유
반 잔”이다.
컵에 반쯤 찬 우유를 보고 “우유가 반절이나
남았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우유가 반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표현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인의 四苦사고 중에 병病苦병고와 貧苦빈고는 어느 정도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조금 부적절한 표현이지만), 無僞苦무위고와 孤獨苦고독고는 각자의 성격과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孤獨苦고독고 와 無僞苦무위고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노인 복지관이다.ㅎㅎㅎ
孤獨苦고독고는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自意識자의식의 소유자를 예외로 하고는 함께 이야기를 하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들어 외기러기가 된 노인들은 자녀들과도 대화를 할 수도 없고 마땅한 화제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는 경우에 더욱 커다란 고독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無僞苦무위고란
본래 老子노자의 의미는 그런것이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도 퇴직을 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멍~~하니 시간만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경우에 더욱 심하게 느끼게 된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정년 퇴직을 하여도 한창 일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때에 사회에서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퇴물처럼 취급되어지는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더욱 절실히 느낄 것이며....
오래동안 직장생활 만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더욱 강하게 다가 올 것이다.
정년퇴직을 하고도 20여년을 하는 일없이 흔히 말하는 꼰대로 무위도식을 한다는 것은 정말 견디기가 어려운 일 인것이다.
그래도 고정된 직장에서 정년이라도 맞은 사람들은 퇴직연금이라도 확보되어 貧苦빈고라도 면하여 금전적 혜택이라도 누리며 돈 쓰는 재미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의 노인들은 貧苦빈고에서 비롯되는 無僞苦무위고와 이에 수반한 孤獨苦고독고는 헤쳐 나가기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할 일이 없으니 돈이 없고 할 일이 없으니 무료하고, 무료하니 외롭고, 외로우니 병이 들고...
결국 이것은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의 인생이 길어진 마지막 황혼기까지 따라다녀 거추장스럽고 귀찮아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더욱 쓸쓸한 황혼을 탓하며 푸념 속에 그럭저럭 가치없이 무료한 시간만 보내며 지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것은 국가적 과제로 복지사회를 지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노인문제에 부수하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기본적 인간다운 품격의 삶의 질을 누리게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대책이란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사회연계 프로그램을 잘 계발하여
어떻게 그 혜택을 노인사회에서 제대로 고루 활용할 수 있게 하느냐에 성패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활용방안들을 개발하여야 할것이지만.....
그 중의 하나가 노인 복지관을 알차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소극적 사고의 소유자들은 노인복지관이라면 늙고 할 일이 없어서 복지적 혜택을 찾아서 복지관에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도 노인복지관에 가는 것을 하나의 흉이라고 생각하고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복지‘라는 말을 거져 얻어먹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내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고
그 사람들은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사람들은 경제적 또는 사회적 형편이 넉넉지 못하여 점심이나 얻어 먹으러 다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옛날의 고아원 양로원하면 구빈원으로 생각하던 사고를 아직도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노인복지관의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임은 물론이고 또 그래야 옳다.
그래서 어떤 기회에 ”복지관“이라는 명칭을 개칭하였으면 하고 건의하는 의견도 제시해 보기도 하였다.
마을 정자나무 밑에서 노인들끼리 모여 바둑, 장기를 두며 막걸리 내기를 하던 것을 시설을 더 크게 하고 더 많은
모르는 마을 노인들끼리도 장기, 바둑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서로가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소통을 하는 곳이 노인 복지관이 아닌가?
마을의 정자나무 밑 평상을 더 크게 해서 옮겨 놓았고...
그래서 밥 때 되면 밥이라도 함께 먹고 놀라고 밥을 주는 곳이라고...느낄 수 있도록.
물론 다양한 개인들의 모임터라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소유의 편차와 개성과 사회적 역할의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 이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인지라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은 개인들의 성숙한 인격만을 믿고 기대하는 수밖에 어떤 물리적 자세를 요구할 수도 없을 것이고....
가끔 그러한 보이지 않는 시각 때문에 복지관에서 더욱 더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보았다.
특히 요즘 두드러지게 보이기 시작하는 문제가 고연금수령자들과 사회적 배려계층들과의 외적 경제적 편차이다.
따라서 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노인복지관이 사회문제의 연구대상기관으로의 문제해결 방법 연구도 할수 있는 곳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혼자서 孤獨苦고독고와 무無僞苦무위고와 貧苦빈고를 느끼며 소외된 노년을 그냥 보내 버릴 수 있겠는가?
그러면 무엇이 보람이 있는 노년을 만들어서 孤獨苦고독고와 無僞苦무위고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것은 개인의 성격과 관심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어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발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예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예란 쉽게 배워지고 달성 되어지는 공부가 아니다.
오랜동안의 정신적인 작업과 숙련을 거듭하여 숙달되어지는 정신과 육체의 혼합된 수양공부이다.
따라서 서예의 길을 알려면 많은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내가 서예를 시작하고나서 글쓰는 필력이나 역량에 상관없이 지금에야 몸소 깨닫게 되는 학습효과이다.
단순히 재능만으로 이룰 수는 없고 또한 재능이 너무 없어도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이룬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요원한 욕심이고 그 과정이 너무 멋진 것이다.
그래서 서예시작하려면...
더욱 나이가 들어 처음 서예에 접한다면
취미 그 이상을 바란다면 욕심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서예를 시작하기 위하여 새로 오신 어느 분의 “앞으로 한 10년 쯤하면 어느 정도야 안 되겠어요?“ 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뒤를 돌아보니 연세가 상당하신 어르신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이 분이 서예를 아시고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이신지 아니면 그저 해보시는 말씀이신지? 궁금했다.
획부터 시작하시는데 전혀 해 보지 않으신 분은 아니었다. 그럼 서예에 대해서 알고 계시다는 얘기인데....
우연히 알게 된 연세가 80이시란다.
그러면 10년 후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 분의 말씀으로는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라시지만 알고 보니 오랜동안 사경을 쓰셨던 분이시란다.
그런데 10년쯤 더 쓰면.. 이러시면서 작년에 아내를 먼저 보내고 시간이 많고 심심해서 복지관에 나오셨단다.
심심해서!
외로우셨다는 말이다.
바로 無僞苦무위고와 孤獨苦고독고를 해결할 곳으로 노인복지관을 찾으셨던 것이다.
지금 80연세에 10년 후를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노인복지관인 것이다.
서예는 긴 시간을 요한다.
쉽게, 재미있게 넘어갈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아무리 취미로 한다고 하더라도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서예인 것이다.
그래서 無僞苦무위고와 孤獨苦고독고를 없앨 수 있는 묘약은 노인복지관에서 서예에 집중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ㅎㅎㅎ
바로
아직도 컵 속에는 우유가 반잔이나 남아있는 것이다.
남아있는 반잔마저 다 마시지 못하면 어떠랴!
배부르면 내려놓고
무거우면 내려놓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서예반의 학생이며
문예 창작반의 선생이다.
평생한 일은 배우고 가르치는 일 뿐 이었으니까.
나는 늙어서 참 좋다!
나는 늙어서 사람대접을 받는다.
더 일찍 늙었으면 좋았을텐데
젊어본 적은 있어도 늙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내게는 인생의 패착이었는가 보다.
그래서 내 雅號아호가
幼翁유옹이기도 한것이다.
이제 내 글을 다썼으니 게시하고 安眞卿안진경의 行書행서를 흉내내다가 피곤하면 다시 자야겠다. 세시가 넘었다.
나 한테도 일요일이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긴글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건가요/
휴일 즐겁게 보내시구요.
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서예가 참으로 그렇습니다
긴글 읽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