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실락원(失樂園)
일본의 샐러리맨의 특징 중의 하나는 모두가 「日本經濟新聞」을 열심히 읽는다는 것입니다.
전철에서도 출장을 가서도 日経新聞은 꼭 챙겨 본다는 인상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株式이나 업계의 관련소식이 자세히 실려있으니 자연히 관심이 많겠지만 직업의식이 강해서인지 우리가 매경이나 한경 읽는 거
보다는 훨신 열심히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신문에 1995년부터 96년에 걸쳐 센세이셔널한 소설 ˝失樂園˝이 연재 되었습니다.
많은 샐러리맨들이 이 연재소설에 열광했고 장안 최대의 화제거리로 폭발적 인기를 모았습니다.
스토리는 결말부분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도 없으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치닫는 극한적 상황과 대담하고 섬세한 성묘사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습니다.
비지니스 상담이나 술자리에서 주로 야구나 골프가 단골 여담거리였으나 이 기간 만큼은 달라서 어딜가나 이 소설이 화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저도 정말 열심히 읽었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후에 단행본으로 발간된 이 소설은 총 500만부가 팔리고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어 히트를 기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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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근무하는 50의 중년남자가 문화센터 서도(書藝) 강사인 품행 방정하고 기품있는 38세의 미인 유부녀 凛子(린꼬)를 만나
불륜이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점점 깊이 빠져드는 애틋하고 충격적인 중년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밀회는 횟수와 농도를 더해가다 아예 아파트를 얻어 만나는 지경으로 발전하고 종국엔 가족이 알게 됩니다.
흥신소를 통해 부정을 알게된 린꼬의 의사남편은 이 사실을 남자의 회사에 알리고, 린코의 어머니는 남편 외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딸의 고백에 그녀의 뺨을 후려칩니다.
기혼 남녀가 애정없는 부부사이에서 채우지못한 본능적 사랑, 성의 기쁨에 빠져들수록 두 사람은 점점 주위로부터 소외당하다
끝내는 남자는 회사를 사직하고 아내와 이혼합니다.
여자도 이혼을 요구하지만 남편은 체면 때문에 허락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괴롭히기만 하자 린꼬는 만류하는 어머니와 연을 끊고
영원한 도피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至高의 사랑의 순간에 죽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여자의 말에 공감한 둘은 눈덮힌 온천으로 떠납니다.
그리곤, 애틋하고 격정적인 사랑의 순간에 서로 약을 탄 와인을 나눠 마십니다.
사랑이 붙타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몰라서 그 사랑이 불타고 있을 때 끝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후일 발견된 시신은 서로 그 곳을 결합한 절정의 순간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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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북해도 출신으로 삿포로 의과대학을 나와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도중에 그만두고 소설가로 전향한 渡辺純一
(와타나베준이치)가 어느 心中事件을 모티브로 쓴 소설입니다.
일본어에 『心中』(신쥬, しんじゅう)이란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라면, 마음心 가운데中이니 「마음속의 뜻, 참마음」정도일 것 같은데, 실은 「사랑하는 사이의 남녀가 합의에 의해
같이 자살하는 것」을 말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자살을 죄악시하는 우리는 「동반자살」이나, 잘해야「情死」쯤으로 드라이하게 표현할 뿐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사랑하는 남녀가
변치않는 사랑의 궁극적 형태로 택한 자살을 美化하고 존중해 주어서인지 ˝心中˝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룰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넘어 남녀가 애정을 영원히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수단 `心中`은 은연 중 찬미되는 풍조로 발전하여
한때는 사회문제화 되기도 합니다.
1957년엔 學習園大學 2학년 19세 남녀 동급생이 같이 권총자살하는 天城山 心中事件이 있었고, 그 전 1932년엔 慶応大生이 결혼에
반대하는 여자 가족과의 갈등으로 애인과 같이 자살하는 등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소설에 에피소드로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일본엔 「阿部定事件」(아베사다)란 엽기적 사건도 있었습니다.
妓女였던 아베사다는 수많은 남성편력을 거치는 가운데 종업원으로 들어간 레스토랑 주인과 깊은 사이가 되고 그에게 집착하는데,
궁극의 쾌락을 위해 관계 중 남자의 목을 조르다 죽게되자 그의 성기를 절단해 체포되기까지 몇일을 품에 품고 다닙니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동산은 낙원(樂園 Paradise)이었습니다.
그러나, 유혹에 약한 이브가 먼저 선악과를 베물고 아담에게도 권합니다.
사탄도 아담을 직접 유혹하기 힘들었다고 판단했던지 먼저 이브에게 접근하는데, 아담은 결국 여자의 유혹에는 굴복합니다.
그리고는 낙원을 잃습니다.(Paradise Lost)
린코(凛子)는 사랑하는 사람과 짧은 순간 낙원을 경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心中˝으로 영원한 낙원을 찾았을까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진 모든 것은 선악을 초월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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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失樂園에서 린코역를 맡은 배우 黒木瞳 (구로키히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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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1995년도에 귀국하고서도 日經를 구독했는데 아마도 매일 연재소설 읽는재미 였든것 같습니다.
일본 회사의 여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아침에 니케이를 찿고 상사맨들 대화의 단골메뉴가 실락원 이였지요.
지난번 책 정리하는데 나는 일본어판과 우리 번역판도 갖고 있드라고요..ㅎㅎ
호재씨, 일본 사회의 여러분야를 날카롭고도 흥미있게 타치 해 주어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다음 토픽은 뭘까요? 기대합니다
나이가 더 젊었을 땐 이런 연애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을 모든 남자가 꿈꾸기도 했을텐데...
이젠 그런 꿈조차도 포기하고 현실에서 아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데 전력을 다하며 여여히 사는게 상책인가 싶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