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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직 원했던 건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었소.
하느님은 내게 그 열망을 주셨지만,
날 또한 벙어리로 만드셨소.
어째서?
하느님께서 내가 주님을 음악으로
찬양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면
왜
내 몸을 좀먹는 그런 열망을 심으셨는지.
그러면서 왜
재능은 주시지 않으셨는지 말이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의 독백
음악을 생업으로 삼는 동업자의 입장이 되면 자기보다 월등한 능력으로 너무도 잘나가는 모차르트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한계를 처절하게 절망하며 신을 원망하는 살리에리의 절규에 크게 공감할 터.
그러나 음악을 즐기는 수용자의 입장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특히 지금처럼 휴대폰으로도 세계 최고의 기량과 매력으로 무장한 연주영상을 보는 즐거움과 감동은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35세라는 황금 같은 나이,
잘생기고 키 크고 건장한 프로필,
재기 넘치는 연주 능력,
타의 추종을 뿌리칠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시대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을 뿐 아니라,
읽어낸 트렌드에 새로운 서사를 입혀
또 다른 컨셉트의 콘서트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재주,
거기에 더해
거의 치명적이고 위험하기까지 한 섹시함.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진 사내가 21세기 클래식 필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수많은 첼리스트가 그의 연주영상 땜에 잠을 이루지 못할 듯도 싶다.
크로아티아 첼리스트
스테판 하우저
(Stjepan Hauser, 1986- )
2009년 6월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열었고, 2022년 12월 현재 뷰어 카운트가 무려 7억이나 된다. 클래식 아티스트가, 더군다나 첼리스트가 이런 기록을 세운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하우저의 전략 가운데 으뜸은
<대중성>이다.
클래식 음악은
“아는 만큼 들린다”고 했다.
그래서 하우저는
“몰라도 들리는 음악”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걸 대변하는 영상 하나가 있다. 흔히들 알비노니의 Adagio로 알려졌지만 이탈리아 음악학자 Remo Giazotto(레모 자조토)의 작품으로 판명된 곡인데, 이걸 요즘 사람들이 듣기 좋게 편곡해서 첼로 독주와 오르간,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영상이다.
깍지 않은 더부룩한 수염,
땀에 젖어 치렁대는 머리카락,
연주하며 흥얼대는 색시한 입술이
청중의 오감을 훅~ 치댄다.
치명적 섹시함이다.
유럽 클래식 콘서트 홀은 노인들의 세상이다. 이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하얀 머리 밭이다.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우저의 콘서트엔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넘쳐난다.
두 번째 전략, 시대를 읽는 탁월함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지구촌을 고립시켰다. 팬데믹이 선포되면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차단되고 방역이 철저하게 시행된다.
방역을 영어로 Quarantine이라고 쓴다. <40일>을 의미하는 말인데, 흑사병이 유럽대륙을 휩쓸었던 14세기와 15세기, 항해 중인 선박의 승객과 승무원을 항구에 들어가기 전에 40일간 격리했던 데서 생겼다.
역사상 최초의 격리는 1347년에 라구사 공화국(지금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시행됐다.
Dubrovnik
역사상 최초의 팬데믹 격리가 자기 조국의 명승지 두브로브니크에서 시행된 것에 착안한 하우저는
Alone,Together라는
타이틀의 연주를 기획하고
크로아티아의 명소
세 곳에서 영상을 촬영했다.
팬데믹이 나를 고립(alone)시켰지만
음악이 우리를 함께(together) 이어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업이었다.
첫 번째는 2020년 4월 28일,
하우저의 고향
풀라(Pula)의 원형극장에서,
Pula Arena,
1세기에 지어진 원형극장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로마식 원형극장이다.
26,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두 번째는
크로아티아 중부 크르카 국립공원의
폭포수 앞에서,
Krka National Park's Fall
세 번째는
역사상 최초의 팬데믹 격리가 있었던
두브로브니크 요새 위에서
연주하는 영상이었다.
두브로브니크의 로브리예나크 요새
이 영상은 2020년 7월 31일에 스트리밍 플랫폼 HBO에 올렸다.
Alone, Together는 DVD로도 발매했다.
레퍼토리는 대부분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듣는 이에게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연주였다.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풍경은 보너스다.
그리고 이들 세 개의 영상은 2천만 뷰어를 기록해서 하우저는 비즈니스에서도 대단한 성과를 가뒀다.
▷ from Arena Pula
Benedictus
(Mass for Peace by Karl Jenkins)
Air on the G String (J.S. Bach)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
(Pietro Mascagni)
Caruso (Lucio Dalla)
Nessun Dorma (Puccini)
▷ from Krka Waterfalls
Rachmaninov 2nd Piano Concerto
Swan Lake
The Nutcracker Suite
Song From A Secret Garden
River Flows In You
The Lonely Shepherd
▷ from Dubrovnik
Now We Are Free (Gladiator)
May It Be (Lord Of The Rings)
Adagio (Albinoni)
The Godfather Theme
Game of Thrones
Pirates Of The Caribbean
세 번째, 하우저는 퍼포먼스 파트너를 찾을 때도 상대방의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을 철저하게 계량한다.
객석을 이끄는 최우선적 요소가 연주자의 재치와 예능적 순발력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가 함께하는
<2Cellos>의 파트너 루카 슐리치,
앨튼 존 밴드,
바이올리니스트 캐롤라인 캠벨,
피아니스트 로라 아스타노바가
하우저와 무대에 등장했을 때를 보면
이 말에 머리를 끄덕일 터.
2Cellos의 파트너 Luka Šulić (루카 술리치)
2CELLOS - Thunderstruck 벼락맞기
미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Caroline Campbell
Hauser and Caroline Campbell
지휘 Ivo Lipanovic
Zagreb Philharmonic Orchestra
우즈베키스탄 출신 피아니스트 Lola Astanova
▶ LoLa & Hauser -
Moonlight Son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