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흙먼지, 흙탕물 지워질 날 없는 장화
2022년 7월 8일 금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초열흘날
오늘은 비날이 될 모양이다.
이른 아침부터 비가 쏟아붓다가 그쳤다를 반복하며
오락가락이다. 장마가 북상해 종일 내릴 것이란다.
비가 내리는 것이 귀찮거나 싫지는 않다. 다만 너무
과하게 많이 내리지만 않으면 좋겠다. 하늘의 뜻을
어이 거역하겠는가? 그저 촌부의 바람일 뿐이다.
누구나 농사를 짓다보면 장화를 신게 된다. 농사일
뿐만아니라 촌부는 산에 오를 때도 긴 장화를 신고
다닌다. 풀섶을 지날때 뱀이 있거나 온갖 곤충들로
부터 방어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거의
매일 밭에 나갈때는 장화를 신다보니 날 좋은 때는
흙먼지가, 오늘처럼 비가 내려 궂은 날엔 흙탕물로
범벅이 된다. 그러다보니 흙먼지, 흙탕물이 지워질
날이 거의 없다. 일을 마치면 개울에 가서 농기구를
씻으며 장화도 씻긴 하지만 그때뿐이다. 하긴 장화
자체의 용도가 그런 것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아침부터 바빴다.
우선 큰밭가 끝부분 모퉁이에 물꼬 쳐놓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많은 비가 아니면 대부분은
밭이랑, 밭고랑에 스며들어 넘쳐흐르는 일은 거의
없으나 갑작스레 많은 비가 쏟아지면 약간 경사진
밭이라서 아랫쪽 밭고랑이 넘치고 밭이랑이 잠긴다.
물빠짐이 잘되게 물꼬를 만들어 터놓아야 하는 것,
그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지난번에 많이 내린 비로
인해 마지막 이랑에 심어놓은 호박이 물에 잠겼던
기억을 오늘에서야 생각이 났던 것이다.
비가 오락가락을 했지만 아내는 아침운동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단한 집념에, 억척스런 고집이다.
아내가 걷기운동을 하는 사이 목공실앞의 메리골드
꽃밭에서 잡초를 뽑았다. 다른 일에 밀려 차일피일
하다가 오늘에서야 첫 번째의 마무리를 한 것이다.
아마 두서너 번은 잡초뽑기를 해야할 게다. 해마다
마을 형수님께서 백일홍, 봉숭아, 풍첩초를 비롯한
각종 꽃모종을 주셔서 심고 있다. 메리골드도 바로
그것이다. 메리골드는 꽃차로 말리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게으른 탓인지 관심을 두지않아 그런
것인지 해마다 시기를 놓쳐 만들지 못했다. 올해는
시기를 맞춰 꼭 메리골드 꽃차를 말려봐야겠다.
어제는 작고하신 어머님께서 종근을 구해다 심어
엄청 많이 넓게 번식된 머위밭에서 머위대를 잔뜩
잘라 서울 막내 여동생에게 택배를 보냈다. 어머님
닮아 그런지 머위대는 물론 잎사귀까지 잘 먹는다.
특히 잎사귀는 어머님께서 좋아하셨다. 쓴맛이 꽤
강한 것이라서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하루이틀쯤
울겨 쓴맛을 조금 뺀 다음 앙념장을 만들어 쌈으로
싸드시곤 하셨다.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군다시며
무척 좋아하셨던 찬거리다. 때마침 어머님 5주기
기일에 어머님의 유품과 같은 머위를 여동생에게
어머님의 선물이라며 보내주어 보내는 오라비도
뿌듯하고 흐뭇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어제 상추도 세 집에 나눔을 했다.
산골에서 살지만 농사를 짓지않고 아랫쪽 마을에서
이런저런 장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 번은 먹을 만큼 뜯어다 드렸다. 특별한 건
아니지만 조금씩이나마 나눔을 하면 좋은 것이라서
갖다드렸더니 요즘처럼 채소값이 비싼 철에 너무나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또 하는 것이었다. 흐뭇하고
뿌듯했다. 우리 상추는 거의 90% 가까이 형제들과
이웃들과 지인들과의 나눔으로 소진하고 있다. 물만
주어 길러서 그런지 모두 다 이구동성으로 아삭아삭
아주 맛있단다. 그 말에 나눔의 보람을 느끼곤 한다.
참, 어제 한 일 중에 중요한 일을 빠뜨릴 뻔했구나!
얼마전 첫 번째 길러 수확을 한 얼가리 배추, 열무의
두 번째 씨앗 파종을 했다. 처음 것은 가뭄으로 약간
뻣세지긴 했지만 그래도 잘 먹었고 열무는 지금도
김치를 담가놓고 잘 먹고 있고, 얼갈이 배추는 데쳐
냉동보관하여 잘 먹을 것이다. 그래서 밭을 비워둘
필요가 없어 다시 씨앗 파종을 한 것인데 시기를 잘
맞춘 것 같다. 파종후 비가 내렸으니까...
또 멀칭을 하지않고 심은 대파밭에 거름을 넣었고
북을 듬뿍 주었다. 곁눈질로 배운 방식이지만 아마
잘 배운 것 같다. 중간에 북을 주면 대파의 뿌리쪽
흰부분이 튼실하고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난 가뭄에 중간중간 말라 빈 곳이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잘 자라주어 꽤 많이 컸다. 이 정도 성장
속도라면 우리 생각, 우리 바람대로 충분한 수확을
하게 될 것 같다. 또한 대파밭 주변에 저절로 자란
아욱도 우리 먹을 만큼은 잎을 뜯을 수가 있을 것
같다. 언젠가부터 였는지는 모르지만 아욱은 심지
않고 소위 말하는 이삭줍기로 아욱을 길러 먹는다.
P.S:
오늘은 비가 내리기전에 이 일 저 일 서두르다 보니
또 일기가 늦었다. 일기는 정해진 시간이 없지만
해야하는 일이 우선이라 지금에서야 올리게 된다.
첫댓글
온갖 채소들이
잘 자라는 여름날
장마 속에서도 멋진
나날을 만드시는 촌부님!
요즘은 채소들 자라는 것
그리고 몇몇 채소들 수확하는 재미에 삽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호박. 아직도
먹고있어유.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밤호박,
너무 맛있지요?
저희도 아직 먹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산골촌부 뽀식이 며느리 주고. 딸 주고 그래도 남아서 한개씩 익혀. 도시락으로대용한답니다 감사합니다
@공운김상진 그러시군요.
의외로 양이 많더군요.
저희는 버터넣고 쪄서 먹고
단호박 라떼도 만들어 먹습니다.
@산골촌부 뽀식이 오잉 그런법이 있군요
내일 비번 한번 시도해봐야 겠네요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촌부님의 삶은 마를 날이 없군요.
제가 어제는 10일 옥천 갈 준비로 정신없이 보냈어요.
물꼬를 트듯이 인생의 물꼬를 내서 과유불급이 안되는
그런 날이 이어질 수있기만를 기대해 봅니다.
바쁘시면 좋지요.
댓글에 너무 개의치 마세요.
저도 모임에 참석하면 좋겠지만 이곳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