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항아리 뭡니까?"
모퉁이를 하루 한번 도는데도 눈길을 안 주다
어느날 보살님이 물으니
"아 하~ 동치미 항아리요.2년 됬어요"
처음 세네번 떠 공양하다 이내 잊어 2년후 발견한다
모래 싱그럽고 맛난 동치미를 담그러 오신다니
나는 또 "퀘퀘한 동치미 버려요" 하기전에
비장의 묶은 된장간장인냥 걸러내 숨겨둔다.
퀘퀘한 두엄 썩는 내음에
머슴과 주인은 수확의 풍년을 기약한다
자주 보살님들 맛난 음식을 제공해 주지만
눈이 오고 바람차면 오가기 어려우니
이 숙성된 동치미로 간을 맞춘다
하나로 마트에 온갖 양념장이 있으나
촌놈은 오래되고 숙성된 동치미의 맛에
또한번 놀란다.
오래된 친구,오래된 부부,오래된 장이 된다
사실 일반적으로 오래된 동치미는 안마신다
그러나 롯데,신라호텔 주방장도 지니지 않고 있고
더구나 그 옛날 시골의 사일러지(옥수수를 베어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가축 사료용 발효실)에서
숙성되는 내음이나 맡아본 촌사람은 그 향을 잊지
못한다.인스턴트와 조미료가 난무하는 세상,개코를
자부하는 본인이 칙칙하고 퀘퀘한 묵은 동치미를
떠 눈보라 쳐 수일간 인적이 끊긴 날 '오래됨과 옛날
묵은 향과 세월'을 머금고 사유하는 겨울을 또
기약하니 낭만인지 몽상인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여름날의 그 무덥던 시기를 이겨낸 자
비록 주름 서너겹 새로 생겼지만
경험과 경륜이 쌓여 자기각성의 곰삭은
시대를 맞이할 것이니
또 다른 시련에도 의연히 맛서는 기운과 기개가
될 것이다. 저기 산길 가는 길에 오래된 부부가 늦가을을 맞아 산과 들로 여행을 떠나니
'오래됨은 곧 비움의 철학' 이 되고
또한 서로 의지하는 상부상조(상즉상통(상입))의 또 다른 긴 여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남들은 칙칙한 내음이 난다하나
옛날 촌 놈이 음식 귀할 때 모래라도 씹으면
소화가 될 때가 있었으니 오래 숙성된 동치미는
새 동치미에는 못미쳐도 깊은 여운을 준다할 때
오래된 장을 취하는 경우와 같다
매번 잊고 있으면
"저 항아리 뭡니까?"
에그머니,동치미항아리인데 여지껏 잊었네
무를 비롯해 생강,대추,파,갓등 열가지가 버무려져
좀 짜지만 추위와 더위속에 더욱 곰삭여 숙성된
맛이란.
왜 묵은지도 아닌 2년 묵은 동치미냐?
옛 고승들은 산그늘에 심은 무로 소금에 절여
밑반찬으로 한두해씩 공양을 했으니
무와 소금,겨울과 여름 그리고 땅속과 산바람의
환상적인 합성과 조화는 행자의 의식과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지상과 천상을 합친
최고의 반찬이 되었던 것이다.
어디 감히 반찬을 투정하랴?
신새벽 허공에 부처님 계시듯,석간수에 희석한 목은
동치미는 가히 수행의 정수로 진입하기 위한
부처님과 중생이 베풀어 주시는 감로수가 되는 것이다
요즘은 풍성한 음식들을 해 주셔
동치미 활용기회가 없으나
여름날 찬물에 타 차게 해 외출시
목이 탈 때 한 모금씩 마시면 해갈도 되니
생전 음료수를 사 마시지 않는 습성도 연관이 있다.
자기건강!
자기나름의 건강 철학을 견지하니
자기 안목이요,자기해탈이다.
내일도 맛나고 싱그런 새 동치미를 해 주실
보살님께 감사드린다. 잊지 않고 퍼 마셔야 하는데
세네번 꺼내 마시고 또 잊으면 곰삭은 2년 동치미가 된다. 으악~ 나의 게으름이란.
"저 항아리 뮙니까?"
불기 2568.11.6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