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 만난 No Problem Man의 도움으로
심야 버스를 타고 마케도니아의 국경을 넘고 알바니아를 경유하여 도착한 곳은...
바로, 몬테네그로였다!
아직 사위가 어둑신한 새벽녘, 몬테네그로의 국경을 통과한 뒤
보이지 않는 아드리아해를 왼쪽으로 끼고... 버스는 계속 달렸다.
발칸반도의 서쪽, 아드리아해를 따라 길쭉하게 자리한 나라, 몬테네그로...
나는 몬테네그로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 코토르에 도착하였다.
날이 새기 전 코토르 버스 터미널은 한산하였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버스들은 연이어 도착하고, 또 출발하였다...
코토르에서의 숙박은, 현지인 '삐끼'를 따라가리로 마음먹은 터라,
'삐끼'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까지 버스터미널에서 대기하기로 하였다.
서둘러 햇살받고 반짝이는 아드리아해와 대면하고 싶어 요동질치는 마음을 다독이며
한시간 정도를 기다렸을까...
무연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무래도 아까워 캐리어를 끌고 마을 쪽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전깃줄에 나란나란 앉은 참새들...
오래전 유행했던 썰렁한 유머 '참새 시리즈'가 문득 생각나 혼자 킥킥댔다.
한창 빵을 굽고 있는 빵집이다.
이곳의 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애플파이... 를 비롯한 페이스트리 류...
밀 한 줄기가 벽에 매달린 채로 노랗게 잘 영글어있다. ^^
이 빵집 앞을 지나자마자, '삐끼' 할아버지를 만나 구시가 성벽 안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음... 생각보다 비쌌다.
('생각보다'다... 구시가 한가운데에 있는 호텔보다야 비교도 할 수 없이 저렴할 테니...)
이 곳은, Saint Tryphone Cathedral...
코토르 구시가 관광의 중심이다.
성당 앞 광장을 둘러가며 노천카페, 은행, 여행사 등이 모여 있다.
분명 입장료를 받는다고 적혀 있는데, A4용지에 누군가가 손글씨로 무엇인가를 써서 대충 붙여놓았다.
마침 지나가던 젊은 관리인에게 물었더니
"*&^%$#@$%^&**&%, Free!" 란다.
Free Free Free Free Free Free
내 귀에 다른 말은 안 들리고, 알아들을 수도 없고,
(몬테네그로어와 영어가 섞여있는 듯... 암튼... 외계어 같았어요, 총각... ㅋ)
오직 꽂힌 단어 하나, Free... ^^
오른쪽 위에 있는 가냘픈 담쟁이... 예뻐라...
성당을 둘러보고 나와 골목골목을 걸었다.
재미난 동네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와 아주 많이 닮은 곳이다.
몬테네그로도 접수한 LG 에어컨...
이렇게 반가울 데가... ^^
코토르에는 오래된 성벽이 있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처럼 잘 보존되고 관리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은 곳까지 성벽이 이어져 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구시가의 골목골목은 스플리트를, 성벽은 두브로브니크를 닮은 곳, 코토르...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 몬테네그로...
그러니... 내가 어찌 몬테네그로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냐구요...
어쨌건, 이 골목 계단을 올라가면 성벽 입구가 나타난다! 짠- 하고...
자, 여기가 바로, 성벽 입구.
입장료, 2유로.
정말 심심해보이는 관리인.
나는 동전이 아닌 지폐를 내밀어 거스름돈을 받음으로,
관리인이 덜 심심하게끔 도와주는 착한 일을 했다. ^^
드디어, 아드리아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다소 황량해보이는 풍경들...
계단을 따라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기...
푸른 바다와 붉은 지붕.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하는 풍경.
나는 올라가고, 먼저 올라갔던 누구는 내려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소를 짓는다.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세요~
토닥토닥...
지그재그로 끝없이 이어진 계단...
아, 내가 벌써 저 계단을 다 올라 이만큼 올라왔구나.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닌걸... 헉헉...
성벽 위에 이런 장소가 있다.
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작고 아담한 교회.
작은 쉼터에서 만난 어르신들...
얼마나 멋진 황혼인지...
나도, 저렇게 곱게 늙고 싶어.
이렇게 좋은 풍광을 보면,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져.
호호백발이 될 때까지 당신과 여행다니면서 살고 싶어.
너무, 꿈같은 이야기지? 그건, 욕심이지?
성벽 위에서 아드리아해를 내려다보며,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햐아... 터져나오는 탄성.
잡초들이 성벽을 뚫고 삐져나오고 있다.
망루의 창에서도... 사정없이 잡초가 삐져나온다.
일종의 분기점인 이 작은 교회 앞에서, 나는 그만 발길을 돌렸다.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던 한 여행자를 만났는데,
아무것도 없다면서 괜히 올라갔다고, 나더러 올라가지 말란다.
마침 숨이 가쁘던 나는, 신나라 하면서 성벽을 내려왔다. ^^;;
성벽에 오르기 위해 진입했던 골목을, 다시 돌아나간다...
구시가 내에 있던 작은 빵집.
터미널 근처의 빵집보다 맛은 덜했지만, 이곳에서 구입한 빵 두어개로 하루를 버텼다.
할아버지와 손녀.
지구가 멸망을 해도 절대 놓지 않을 듯한 손과 손.
녹색 창도 예쁘고 파랑색 창도 예쁘네...
앗, 요 딱정벌레같은 빨강 차는... 이렇게 트렁크를 활짝 열어젖히고...
트렁크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내가 살림을 차려도 되겠더라. 널찍한 것이... ^^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한 사내.
꽃을 들고 그는 누구에게로 가는지...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 다음 찰칵.
저기 보이는 벤치는 독일의 드레스덴에 있는 그 유명한 '테라스' 만큼이나
훌륭한 경치를 보유한 곳.
하루종일 앉아서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
용감하고, 대담하고, 멋지고, '섹시'한 할머니... ^^
그러고보니 나는 아드리아해에 손끝 한번 담그지 못하고 왔네...
구시가 성벽 입구에 있는 대형 노천 카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한 무리의 수녀님들을 보았다.
요 꼬마 아이... 무지 귀엽다.
몬테네그로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였고, 많은 것을 경험하였다.
여기는, 코토르...
스플리트항을 닮은 코토르항.
크루즈가 들고 나고, 여행자들이 들고 나고, 한밤중에도 성벽이 반짝 반짝 붉은 빛을 내는 곳.
무엇보다 이곳에는,
아드리아해가 있다...
<출처 : ★ No.1 유럽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