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9:1]
여룹바알의 아들 아비멜렉이 세겜에 가서 그 어미의 형제에게 이르러 그들과 외조부의 온 가족에게 말하여 가로되..."
여룹바알 - 기드온이 바알 단을 훼파한 일로 인하여 그에게 주어진 또 다른 이름이다. 본장에서는 '기드온'이란 본래의 이름 대신 이 이름만이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이것을 설명함에 있어서 본장이 다른 장의 자료와는 다른 문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문서설'을 주장한다. 본장에서 '여룹바알' 이란 이름만이 사용된 것은 본장의 사건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사건은 다름아닌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이 바알을 극심히 섬기는 자기 친족들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 위하여 동족 상잔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본서의 저자는 일찍이 바알 단을 훼파한 기드온의 행동과 정반대되는 그의 아들 아비멜렉의 소위, 즉 바알 추종 세력들과 결탁하여 악을 도모한 행위를 대조시키기 위해 '여룹바알'이란 이름만을 사용했던 것이다.
아비멜렉 - 기드온과 그의 첩 사이에서 난 아들이다. 그 이름의 뜻은 '아버지는 왕이시다'로 본장의 왕위 찬탈 사건과 잘 부합된다.. 세겜 - 예루살렘 북방 약 50km 지점의 에발 산과 그리심 산 사이에 위치한 성읍이다. 8:31 주석 참조. 이곳은 일찍이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때부터 이스라엘 역사와 관련이 있었다. 이곳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후 에브라임 지파의 기업으로 분배되었으나
그 후 다시금 도피성으로 구별되어 레위인의 성읍이 되었다.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총회를 이곳에서 개최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당시 세겜 성은 이스라엘 가운데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던 성읍이었을 것이다. 그 어미의 형제...외조부의 온 가족 - 아비멜렉이 아비 기드온의 가계와 그의 어미의 가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는 말이다.
기드온은 므낫세 지파의 아비에셀 가문 출신이다. 그러나 아비멜렉의 어미는 세겜 사람이다. 세겜성이 가나안 정복 후 에브라임 지파의 기업으로 분배되었던 점에 의거할 때 당시 세검 성에 거주하던 아비멜렉의 어미와 그 외가 사람들은 에브라임 지파였을 가능성이크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아직껏 그곳에 잔존하고 있던 히위 족속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가나안 정복 이전에 히위 족속 하몰과 그 아들 세겜이 차지하고서 가꾸었던 성읍이기 때문이다. 이중 전자의 견해를 취한다면 아비멜렉은 부계로든 모계로든 완전한 이스라엘인이니 그가 벌인 왕위 찬탈전은 동족간의 싸움이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견해를 취한다면 아비멜렉은 히브리인과 히위인 간의 혼혈아인 셈이니 그 싸움은 이스라엘과 가나안 원주민 간의 싸움이 된다.
[삿 9:2] 청하노니 너희는 세겜 사람들의 귀에 말하라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인이 다 너희를 다스림과 한 사람이 너희를 다스림이 어느 것이 너희에게 나으냐 또 나는 너희의 골육지친임을 생각하라..."
여룹바알의 아들...어느 것이 너희에게 나으냐 - 아비멜렉은 자기의 형제들이 한결같이 왕권을 탐하고 있다고 전제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사실 무근한 것이며 그의 지나친 피해 의식으로부터 연유되었다고 여겨진다. 아비멜렉은 자신이 사악한 야욕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형제들도 동일한 생각을 지녔을 것이라고 지레 판단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형제들로부터 당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침으로써 화근을 아예 제거하고자 결심하였다.
요컨대, 아비멜렉의 경우는 스스로의 탐욕에 취하여 무고한 형제를 의심하고 나아가서 살해까지 하였으나 필경 칼의 보응을 받아 처단되고 만다는 전형적인 악인의 행로를 보여 주고 있다. 반면에 그리스도의 제자된 성도들은 대립과 의혹과 투쟁으로 팽배해진 상황에서라도 오혀려 먼저 선을 베풀므로써 불화의 싹을 미연에 없애 버리고 화해의 무드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나는 너희의 골육지친임을 생각하라 - 아비멜렉은 자신의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세겜을 음모의 근거지로 확보하고자 하였으며, 세겜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혈연에다 호소하였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혈연은 이성보다 강하다'는 속담이 있듯이, 결국 세겜인들의 마음은 아비멜렉에게로 기울어졌을 뿐만 아니라 바알브릿 신당의 수입금으로 아비멜렉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아비멜렉은 그 지원금으로 건달패를 고용하여 요담 외의 모든 형제들을 살해하고 세겜의 왕이 되었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아비멜렉은 그 아비 기드온의 후광과 어미의 혈연 및 지연 관계를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의 발판을 구축하였던 셈이다. 이같은 왕위 찬탈 음모와 살상은 이스라엘 왕국은 물론 이방 왕정의 역사에 두루 점철되어 있다.
[삿 9:3]"그 어미의 형제들이 그를 위하여 이 모든 말을 온 세겜 사람들의 귀에 고하매 그들의 마음이 아비멜렉에게로 기울어서 말하기를 그는 우리 형제라 하고..."
기울어서 - 이에 해당하는 '나타'는 '뻗다', '돌아서다' 또는 '기울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본절에서는 '지지하다'란 의미로 사용되었다. 즉 이는 세겜 사람들의 마음이 이제 기드온 가문에서부터 '돌아서' 아비멜렉을 왕으로 삼는 일에 대하여 '지지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삿 9:4] "바알브릿 묘에서 은 칠십개를 내어 그에게 주매 아비멜렉이 그것으로 방탕하고 경박한 유를 사서 자기를 좇게 하고..."
바알브릿 묘 - 여기서 '묘'에 해당하는 '바이트'는 '집', '지하 감옥','궁전', '감옥' 등을 뜻한다. '집로 번역하였으며,, 공동번역 등은 '신전'으로 번역하였다. 이는 곧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버리고 대신 언약을 맺은 바알브릿의 신당을 가리킨다. 은 칠십 개 - 일반적으로 은 70세겔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무게로 따질 경우 약 800g 곧 210돈 정도의 무게가 된다. 왜냐하면 1세겔은 11.4g에 해당하는 무게이기 때문이다. 성경 총론, '성경의 도량형과 화폐 및 월력' 참조. 방탕하고 경박한 유 - '방탕한'에 해당하는 '레크'는 '허무한', '무가치한'이란 뜻이다. 그런데 본절에서는 '무익한' 것을 추구하는 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경박한'에 해당하는 '파하즈'는 '자기멋대로의', '방탕한', '억제할 수 없는' 등의 뜻이다. 따라서 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하며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삿 9:5]"오브라에 있는 그 아비의 집으로 가서 여룹바알의 아들 곧 자기 형제 칠십인을 한 반석 위에서 죽였으되 오직 여룹바알의 말째 아들 요담은 스스로 숨었으므로 남으니라..."
오브라에 있는 그 아비의 집 - '오브라'는 에브라임 지파의 북쪽 경계에 가까운 므낫세 지파의 성읍이다. 요세푸스는 오늘날의 '에브란'일 것으로 추정하나 위치가 정확치 않다. 자기 형제 칠십 인을 한 반석 위에서 죽였으되 -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본래 기드온이 많은 부인을 두었던 탓이다.
다윗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윗은 많은 처와 첩을 거느렸다. 그 결과 왕위 계승권을 빼앗기 위해 집안 싸움이 두 번씩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