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철원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철원은 알면 알 수록 신비스럽고 럭셔리한 풍경과 장소가 많습니다. 매일 지나치던 풍경과 매일 보던 사물에게로 어느날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보니 수없이 봐서 잘 알거라고 생각 했던 생각이 실상은 그 사물의 반도 아니요 일부만의 겉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철원에서 꼭 30년을 살았는데요 15년은 그냥 벌판이 조금 넓은 동네, 겨울엔 지독하게 춥고 여름엔 덥고, 지면보다 낮은 한탄강이 좀 특이하다, 우리나라의 강 들은 강 양안이 완만하거나 지면과 수평인 것이 보통인데 한탄강 양안은 직각인 것이 좀 특이한 동네정도로만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생업이 바뀌면서 시간이 좀 자유로워지니 그제서야 여기저기 다니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으며 그러다 철원의 숨은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철원의 벌판에 정말 지겹도록 흔한 기러기들입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통해서, 그리고 기러기들의 습성을 조금 관심갖고 관찰하면서 기러기들이 왜 브이자 대형을 갖추고 날아가는지, 왜 무리지어 활동하는지, 무리들의 방호대책을 잘 갖추고 있는데 그 방호대책을 스 스로(사람처럼 누가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갖춘다는것, 영하의 물 속에서 어떻게 새들의 다리는 얼지 않는 것인지, 심지어 땅바닥에 나뒹구는 깃털이 날 수 있는 조류의 털인지 날 수없는 녀석의 깃털인지도 구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사진을 통해서 만나는 녀석들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단, 사진을 잘 찍어야 겠지만요... 이런 사진을 소개하면서 몇 번 언급했지만 이런 무질서한(사람의 눈엔...)행렬이 어떻게 서로 충돌하지 않고 질서를 유지해 가는지...
이 돌단풍은 처음 철원에 오고 몇 년 안되었을때 수반에 담아서 키우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요 그동안의 상식으론 꽃꽂이가 아닌이상 식물은 화분에 마사든 흙이든 부엽토든 넣고 심어서 키우는 건데 그냥 수반에 돌을 놓고 돌에 붙여서 키우고 있는데 이런 꽃도 피고 잎사귀도 단풍잎 같은게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동양난은 관심이 많아서 열심히 아랫녘으로 채집도 다니고 나름 연구도 많이 했지만 기타의 식물엔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돌단풍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녀석도 드물더군요. 지금은 이 녀석의 매력에 빠져서 영하 30도를 넘는 겨울 추위를 흙 속에 뿌리를 둔 것도 아닌데 바위에 붙어서 얼지않고 겨울을 이겨내는 이치를 전문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어요. 그럼 뭔가 아주 획기적인 신 물질을 발견 할 것도 같아요.
[사진설명 : 철원과 양구 파주 연천 김포까지 찾아오는 시베리아대머리 독수리 - 독수리들 뒤로 땅에 꽂혀 있는 끝이 노란 막대는 군인들이 전시에 대비해서 설치한건데요 겨울에 땅이 얼어 붙어있는데 전쟁나면 지뢰를 매설할 수 없으니 흙이 잘 파지는 가을에 미리 지뢰가 들어갈 구덩이를 파고 왕겨로 공간을 메우고 표시해 놓은 것 입니다. 평화로워보이는 독수리옆에 지뢰지대..]
독수리를 보면 꼭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80년대 중반쯤일건데요 철원에 독수리가 있다는 정보도 없었고 사전이나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데요 저희가 근무하는 철책선 근방에 이 독수리가 출몰한거에요.
지금까지 큰 새라고 해봐야 앞서 소개한 기러기나 두루미 정도였는데 좌우 날개를 쫙편 길이가 2미터를 훌쩍 넘고 좀 가까이 날아가면 휙! 휙! 날개짓 소리가 들릴정도로 큰 녀석이니 어렸을때 큰 독수리는 애기들도 채간다는 생각이 나서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상급부대에서 상관이 와서 하신다는 말씀이 이 독수리를 잡아오면 사단장이 진급 시켜준다는 것 이에요. 당시엔 진급이 쉽지 않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객관적인 실력만으론 진급이 쉽지 않았던 때라 진급 대상장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귀가 솔깃했겠죠.
하지만 저는 독수리를 절대 잡으려 하거나 접근하지 말 것을 주의 시켰습니다. 당시 제가 동물 애호가나 환경 파수꾼이라서 그런건 아니구요 물론 저도 진급이야 하고 싶었지만 어렸을때 어른들에게 전해들은 말, 큰 독수리는 사람들의 눈알을 먼저 공격하고 큰녀석은 애기도 채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는 말이 생각나서죠.
자칫 진급하려다 눈이라도 다쳐보세요 내가 다치든 다른 부하가 다치든 잡지도 못하고 다치기만 하면 영영 지급은 물건너 가느니 안잡고 말죠 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게다가 까마득한 하늘에서 맴도는 녀석을 어떻게 잡냐구요.
아무튼 그때 선배들을 통해서 이녀석의 이름이 시베리아 대머리독수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잡긴 잡았다는 것을 듣긴 했는데 지급은 했는지 모르겠어요. 당시엔 사단장의 명령이면 거의 안되는 것이 없던 시절이라 잡긴 잡았을 거에요. 저도 멧돼지 잡아오라고 해서 잡았으니까요...
철원의 벌판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인 두루미인데요 학계에서는 날개끝이 잿빛인 재두루미 숫자가 더 적고 날개끝이 검은색인 두루미가 더 많다고 하는데요 철원에 재두루미가 더 많습니다. 이녀석들은 여름엔 시베리아 아무르 일대의 늪지대에서 생활하다 겨울엔 늪지대가 얼어 붙어서 먹이가 없어지면 철원의 들판에서 벼 낙곡을 먹이 삼아서 겨울을 나러오는데요 가까운 이웃 일본 이즈미시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인공적으로 먹이를 줘서 두루미가 시베리아에서 철원을 중간 기착지로 해서 일본 에서 겨울을 나는 녀석돠 철원에서만 겨울을 나는 녀석으로 구분됩니다. 무론 종류는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 전 세계의 재두루미 와 보통의 두루미는 거의 대부분이 철원과 일본에서 월동을 할 겁니다. 처음에 철원에 왔을땐 관심이 없어서 이런 녀석들이 있는 지도 잘 모르고 이따금 벌판에서 만나면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큰 새가 있구나, 저런놈은 잡으면 좀 먹을게 있겠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이 참 다행입니다.
요 사진도 몇 번 소개해서 좀 그렇긴 합니다만 철원의 들판에 벼들이 베어지고 나면 볏짚을 반추동물의 먹이로 이렇게 둥그렇게 기계를 사용해서 만들어 둡니다. 다음 해 가을까지 먹이로 해야하기 때문에 일정한 저장고에 둬야 하는데 그렇게 하나 이렇게 하나 보관은 차이 가 없으니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자연현상에 관심이 없을때는 새들이 알을 낳고 생끼를 부화해서 키우는 일들은 티비 화면을 통해서나 보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만 주위 사물에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이렇게 새알과 새둥지도 보게 되는 일들이 흔해지더군요. 얼마전 티비에서 남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를 보면 젖이 없는 수놈 펭귄이 새끼를 키우는 것은 미리 뱃속에 저장해둔 잘 삭힌 음식물을 토해서 새끼에게 먹이 는데요 그런 방법은 천적을 우려해서 추운때 육아를 하는 새들의 공통점입니다. 우리 주변에 흔한 비둘기도 엄동설한에 부화를 해서 키우는데요 그렇게 먹이를 소화시켜서 토해서 주는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밀크라고 하는데요 앞에 새이름을 붙여서 피죤밀크 펭귄은 티비에서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펭귄밀크라고 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흥미로운 일들과 사실들이 관심을 가지면 가진만큼 보이더군요.
위 사진은 양귀비의 모습인데요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서 접하는 새로운 세계 중 한가지가 위 사진과 같은 접사를 통해서 당연히 몰랐고 본적도 없는 세상입니다. 무심코 이쁜꽃이구나 멋지다, 라고만 생각했던 꽃의 디테일한 세계엔 꽃도 아니면서 꽃처럼 화사한 잎사귀가 중매쟁이 곤충을 유혹하는 역활을 담당한 식물도 있구요 꽃 안에서 또 꽃을 피우는 그런 꽃도 있군요 구경하는 꽃 종족번식을 담당할 꽃을 따로 피우는 그런 꽃들도 있습니다. 접사의 세계를 통하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었던 세계죠.
철원만 이런 럭셔리한 풍경, 풍광이 있는 것은 아니라 대한민국 땅 어디나 관심을 갖고 자세히 관찰해보면 외국 아니라도 럭셔리한 풍경과 풍광은 많습니다. 비싼 비용들여서 외국을 가보는 것도 국내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있겠지만 우선은 내 주변부터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름다움과 겨이로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출처: 철원사랑야생화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칼빈코스트너
첫댓글 철새들의 낙원
철원의 들판을 비상하는 새들의 날갯짓에 빠져 봅니다.
아름다운 풍경들 잘 보고 갑니다.
철원 촌동네에 럭셔리..? ^^*
아하~ 그 말이 명동에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구나!
오히려 철원 논바닥이 더 그러네요.
오래전엔 철새들도 사람들도
그럭저럭 살았는데 근래엔 철새들도 먹이때문에 고민이 되는것 같아요
철새를 보호하고 철새가 넉넉하게 겨울 나고 갈수잇도록 애쓰시는
그런분들의 수고가 참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덕분에 철원들녁의 럭셔리를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