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삼호정을 아는가?
이는 맛집이 아니라 김금원의 남편
김덕희(추사 김정희의 6촌)가 김금원을 위해 지어준 정자의 이름이다
원주 출신의 김금원은 성격이 자유로워
14세에 남장으로 전국을 여행 다닌 여장부다
그런 그녀가 기생이 되더니
거기서 만난 성천 출신의 김부용과
친구가 되었다
김부용은 평양에서 기생활동을 했는데
황진이(송도),이매창(부안)과 더불어
조선 3대 문인기생이다
암튼, 김금원과 김부용은 기생에서 은퇴(?)한 뒤
똑같이 대갓집에 첩으로 들어갔는데
위에 언급한 삼호정이란 정자에
친한 여자문인들끼리 모여
시공부를 하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조선 최초의 여류문학모임이었다고
그 멤버가
김금원(金錦園=김금앵),
김운초(金雲楚=김부용),
김경산(金瓊山),
박죽서(朴竹西),
김경춘(金瓊春),
금홍(錦紅),
죽향(竹香) 등이다
그중 친한 5인방이 있었는데
김금원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김금원 : 병부시랑 김덕희(추사 김정희의 6촌형제)의 소실
김부용 : 연천 김이양의 소실(기생일 때 만난 친구)
김경산 : 화사 이정신의 소실 (이웃사촌)
박죽서 : 송호 서기보의 소실 (원주출신 고향 친구)
김경춘 : 주천 홍태수의 소실 (금원의 친동생)
다섯명은 재밌게도 모두 정실부인이 아닌 첩이었는데
그런 환경이 자유스럽게 밖으로
나대닐 수 있는 조건이 된걸 보면
세상 참 재밌다
김금원이 친구 넷을 평가한 말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시를 주고받는 이가 4명 있다. 그중 한 명은 운초(김부용)다. 시를 짓는 재주가 뛰어나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이틀 밤씩 묵고 간다.
다른 한 명은 이웃 친구 경산이다. 박식하고 시낭송(吟詠)에 뛰어나다.
또 한 명은 같은 고향 사람 박죽서다.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들은 걸 잊어먹지 않고,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 마지막은 내 동생 경춘이다.
총명하고 지혜롭고 정숙할 뿐 아니라 경서와 사서에 달통했다."
특히 김금원은 시를 쓰는 두 친구(김부용, 박죽서)와 각별했는데
그 성향은 매우 달라서 재밌다
김금원은 성격이 활달해 남장을 하고
전국일주를 하는 등 모험적이고 나대는 성격이었던거에 비해
박죽서는 속으로 삭히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스스로 자기자신을 <半啞堂>이라 불렀다
반아당, 즉 반벙어리라는 의미로
그녀가 얼마나 말을 아끼는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김부용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좋아서 현실감도 있고 유연한 성격이었던거 같다
셋의 詩중 그들의 성향을 드러낸 작품을
하나씩 소개해본다
경성에 처음 와서
_김금원
봄비와 봄바람이 잠시도 그치지 않는데
봄기운은 물소리 가운데 있다는게 그럴 듯하네
봐라 보고서 어찌 감히 내 땅 아니라 하리이까
부평초처럼 노닐며 사는 곳이 바로 고향이라네
술과 시를 즐기는 사람을 풍자하다
_김부용
술이 지나치면 본성을 잃기 쉽고
시가 뛰어나면 가난을 면치 못하네
시와 술을 벗으로 삼더라도
너무 멀리도 가까이도 하지 말지니라
이 마음 드려요
_박죽서
거울 속 해쓱한 얼굴 보고 놀라지 말아요
마음은 새장 속에 갇힌 흰 꿩과 같아요
오가는 길 지척인데 천리나 먼 것 같아서
지는 해 보며 시름겨워 사립문 닫았어요
삼도천 /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