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는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에어컨리그는 용병 선발과 FA의 향방을 점치는 일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한해 농사로 치자면 모내기 정도에 비유할까요?
그러나 5월 한 달에 생긴 사건들로 용병선발에 대한 관심마저 한풀 죽은 느낌입니다. 큼직큼직한 이슈가 연이어 터지는데 그야말로 폭풍의 KBL, 바람(!) 부는 사이 5월이 사라졌습니다.-_-;
앞으로 각 팀에는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또 모험의 결과로 누가 미인(반지)을 얻고, 누가 울 것인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섣불리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해 농사의 절반이라는 용병도 완전히 결정 나지 않은 상태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죠.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고, 농구는 4쿼터 종료 1초 전까지는 모른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이럴 때 이러저러하게 예상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럴 재주가 있다면 조용히 토토나 맞추고 있겠죠. 후후~
그러나 이번 오프시즌 저 자신의 개념탑재를 위해서도 한번쯤 각 팀의 변화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재미로 읽어주시고 이런저런 화끈한 태클도 부탁드립니다. <- 내용에 대한 태클입니다. 인신에 대한 태클이 아닌...^^;
1위 원주 TG삼보 엑서스
TG삼보는 연 2년 최소실점 팀으로 수비농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팀색깔을 굳혔습니다. 약한 벤치와 백업가드 부재로 인한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창진 감독님은 자신의 색깔을 좀더 완벽히 펼쳐 냈고, 신기성은 가드로서 시야에서나 리딩능력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최소실점에 최소득점이라는 견고한 수비농구는 팀팬을 제외한 농구팬에게 대중적인 어필이 약했죠. 그러나 간혹 팬들에게서 나오는 재미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최소실점, 정규리그 1위 달성, PO스윕과 우승까지 그야말로 TG가 보여준 기록은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영광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한 신기성의 이적은 TG로서 크나큰 타격입니다. 리그에서 신기성과 비슷한 레벨의 포인트가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하고 주전 위주의 짜여진 농구를 선호하는 전감독님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농구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거기다 모기업의 법정관리 신청과 농구단 매각, 험프리스 코치의 독립까지 지난 시즌에 비해 악조건은 산재해 있습니다. 삼보가 비교적 중소기업이지만 농구단에 애착이 강했던 만큼 여태까지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걱정을 끼친 일 없이 마음 편히 운동만 하게 해줬습니다. 그런 만큼 선수들의 불안감은 한층 더 클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 성적에 대한 보강 문제보다 선수단 분위기를 얼마나 추스르는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 베스트 예상은
용병 - 이상준&윤병학 - 양경민(손규완) - 김주성 - 왓킨스
TG는 신기성의 보상선수로 이홍수가 아닌 손규완을 원했습니다. 전감독님이 추구하는 농구는 짜여진 패턴플레이를 중시하므로 어중간한 가드로는 어차피 힘들다는 것을 전제하고 본다면 포인트가드 대신 외곽슈터인 손규완을 받은 것은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노쇄화를 보여주고 있는 양경민의 백업 보강, 그리고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KTF의 전력 약화 두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 진짜 이유는 역시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노릇이고...
PG를 맡아줄 용병은 떠나간 그레이가 오면 적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내선수로서 TG에 어울리는 포인트가드를 뽑는 것은 지금 상태에서 불가능한 일이고 용병 중에 뽑는다면 단연 그레이가 최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찾아보면 그레이보다 훌륭한 PG도 몇몇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PG가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국내리그 선수들은 청대나 국대를 통해 플레이를 맞춰볼 시간이 자주 주어지고 그걸 떠나 계속 눈으로 보므로 당장 낯설지는 않습니다. 외국인 가드에게 그걸 바랄 순 없겠죠. 그레이라면 이미 4라운드까지 맞춰봤고 성격도 나무랄데 없습니다.
KBL규정상으로도 다음시즌까지는 TG에서 불러주지 않는다면 뛸 수 없는 데다 여러모로 TG의 맞춤용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레이가 온다고 해도 TG는 포워드 위주의 농구가 될 것 같습니다. 드리블보다 패싱게임 위주로 다수의 포워드가 높이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농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연적으로 지난 시즌보다는 공격적인 팀칼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규완을 양경민의 백업으로 생각한 것은 손선수 자체가 풀타임으로 쓰기엔 어려운 타입이라 그렇습니다. 공격에서는 뛰어난 선수지만 수비에 많은 약점을 보이는데다 드리블이나 패싱능력이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에 반해 신인이지만 윤병학 선수는 한번 얼핏 본것으로도 센스가 좋은 선수더군요. 손규완 선수가 2번 백업이 될지 3번 백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백업 슈터로 나와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위 전주 KCC 이지스
허재 감독님이 가신 KCC는 선수라인업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역시 감독이라고 할 수 있군요.
허재 감독님이 어떤 농구를 추구할 것인가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추측해본다면 감독으로 요소를 "지장" "덕장" "용장"으로 나눈다면 허감독님의 스팩트럼은 후자 쪽에 걸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론 뛰어난 감독이라면 3가지 요소를 다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보감독의 성패는 무엇보다 프런트의 전폭적인 뒷받침과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통의 명가라는 것은 그만큼 조직내부에 보수성 역시 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형,동생 하며 지내온 노련한 고참선수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일도 어렵지만 연대라인이 주축이었던 프런트가 얼마나 신임감독을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을까는 의문이고 걱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보 감독은 아무래도 실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시절 명장이었던 최희암 감독님의 고전을 봐도 그렇고 상무를 이끌고 농대 우승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추일승 감독님 역시 첫해에는 타이밍을 잡아내는 것이 서툴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허감독님은 더하겠죠.
그래서 프런트에서 보여주는 전폭적인 신뢰가 중요합니다. 이상윤 감독님(코탠), 전창진 감독님(TG)의 성공과 박종천 감독님(LG)의 실패는 신임감독에게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가 보여줍니다.
그러나 팀에 노련한 선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구상할 수 있는 작전도 폭넓고 안정감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일단
이상민(표명일) - 조성원(최승태) - 추승균 - 민랜드 - 센터용병
이 라인업이 되겠군요.
선수시절 허감독님을 생각해봤을 때는 심플하고 정석적인 농구, 그리고 공격적인 템포바스켓을 선호할 것 같은데 역시 뚜껑 열어봐야 알겠죠. ^^
3위 안양 SBS 스타즈
신기성에 올인 해서 이번 시즌 기필코 팀의 첫우승을 일궈내려던 김동광 감독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신기성으로서도 팀전력이 강한 SBS쪽이 유리했을 텐데 좀더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신기성은 유난히 SBS에 약한 편이라 좀 아쉽기도 합니다.
단테존스와 재계약한 SBS로서는 일단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힐만 합니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단선생이 지난 시즌만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첫번째 불안요소이고 같이 짝이 될 선수가 버로만큼 단테와 잘 맞출 수 있을 것인가도 관건입니다. 단테 존스 선수가 KBL의 문화와 팀분위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된 것도 버로의 공로가 큽니다. 농구는 구성원이 어떻게 변경되는가에 따라 선수들 역량도 크게 변화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문제지만 신기성 영입과정에서 4억설까지 나왔는데 팀의 주축인 양희승, 김성철과 주전가드인 이정석 역시 동요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런 문제는 작은 불씨지만 나중에 팀웍을 해치는 불만으로 발전할 수 있어 빨리 조처해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선 라인업은
이정석(은희석) - 김성철(은희석) - 양희승 - 단테 존스 (윤영필) - 센터용병
멤버만으로는 그야말로 최강입니다. 개인적으로 단테 존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엇보다 KBL 선수들의 경직된 쇼맨쉽에 신선한 새바람을 몰고 올 것 같아 다음시즌도 기대됩니다. 훗훗훗
4위 부산 KTF 매직윙스
KTF는 현주엽을 잃은 대신 신기성을 얻었습니다. 신기성 역시 상무시절 추감독님과 호흡을 맞춰본 일이 있어 팀적응에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라인업은
신기성(정락영,이홍수) - 석명준(김성현) - 용병 - 송영진 - 맥기
이렇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현주엽, 손규완이 빠짐으로 나타난 급격한 공격력의 약화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악착같은 근성으로 상대 슈터를 막아주던 조동현의 부재가 뼈아픕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장신으로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가 와줘야 한다는 것입니다.(맥기가 단신 센터이므로) 수비는 여러 가지 변칙이나 전술로 커버한다고 해도 공격은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해줘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용병 선발에 고려할 부분이 공격력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슈터를 영입하는 길도 있습니다만 현재 카드로는 좋은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흔한 듯 하면서도 귀한 것이 믿을만한 외곽슈터라서... 아무튼 이모저모 어려운 시즌을 이겨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KTF로서 현주엽의 상실은 꽤 타격이 큽니다.
자세한 사정이야 모르지만 아무래도 방가가 돌아올 경우를 생각해서 이리저리 재게 된 점이 계약이 불발된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신기성 선수도 들어온 상태에서 현주엽 역시 KTF에 남았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아쉽지만 이미 떠난 버스를 향해 소리치기라 그만두고...;;
그러나 현주엽과 계약을 포기한 것이 현명했는가는 생각해볼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신기성이 현주엽이 해줬던 역할을 못해줄 거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그러나 신흥구단인(부산 연고로 2시즌) KTF로서 성적만큼 스타의 존재도 흥행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주엽을 잃은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뭐니뭐니해도 현주엽은 농대 최후의 스타이고 농구계 전체를 들어봐도 10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국구 스타입니다.(실제로 농구 스타상품권에 얼굴 들어간 것은 허재, 이상민, 현주엽이었습니다.)
더구나 KTF는 현주엽을 잃음으로 해서 방성윤과의 계약에서도 좀더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방성윤 역시 10년 인기와 성적을 책임 져 줄 수 있을 만큼 대형선수입니다. 앞으로를 위해서도 서로 감정의 앙금을 남기는 대신 좀더 여유있게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KTF 쪽에서 조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금전적인 면에서도 좀더 유리한 고지에서 계약에 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뭐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과연 창원의 서태웅이 추감독님 밑에서 얼마나 발전할지는 기대만빵입니다.^^ 선수를 조련하는 타입의 지도자는 이런 면에서 기대됩니다.
5위 서울 삼성 썬더스
저의 지역연고팀인 삼성은 올해도 똑같은 라인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은 3시즌 동안 상전벽해 할 변화를 겪었는데 삼성은 이규섭 같은 대형선수가 추가되고도 팀 색깔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는 좀 변화를 줘도 좋을법 한대 좀체 행보가 굼뜸니다.
이래서는 성적 역시 달라질 부분도 없지 않나 싶은데 아쉬울 따름입니다.(선수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단숨에 바뀌는 것은 아니죠.)
프로팀은 우승 하나만 바라보며 뛰는 건데 서장훈을 데리고 6위 2번, 4위 1번 도저히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입니다.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가지고 농구하는 팀들을 좋아합니다만 그래도 성적이 이렇게 기대만큼 안나오는데 뭔가 획기적이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굳이 적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예상라인업을 생각해보면
주희정 - 용병(강혁) - 이규섭 - 용병 - 서장훈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동욱은 아마에서 좋은 평을 듣고 있었지만 신인포워드의 프로적응은 들쭉날쭉해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안감독님 말씀대로 김동욱 선수의 재활여부가 큰 관건이 되겠죠. 드래프트 뽑자마자 수술 시켰다고 하던데 결과가 좋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6위 대구 오리온스
지난 시즌 김승현은 정말 놀라운 농구를 보여줬습니다. 올시즌 김승현도 상당히 기대됩니다. 시즌이 시작되는 것이 두근두근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여기에 현주엽까지 가세했더라면 어땠을까 농구팬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만 아쉬움은 일단 접어두고 오리온스의 고질적인 높이의 약점은 전혀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일단 라인업은
김승현 - 김병철(정상헌) - 박재일(?) - 용병 - 용병
국내 선수로 보강하지 못했으니(김병철을 줘서 이규섭을 데려오는 초강수라도 쓰지 않는 한) 우선 용병에서 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영리하고 픽앤롤에 능숙한 액티브하고 보드장악력이 강한 센터'(어이어이;;;;)가 궁극적인 오리온스의 이상형 아닌가 싶네요. 근데 꾸준히 득점 해줄 선수도 필요한 만큼 과연 28만달러(;)로 얼마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얻을지 의문입니다.
김병철의 문제는 노쇠보다 신장에서 오는 체력부담으로 보입니다.
정상헌은 몸관리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이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한다해도 이번 시즌은 둘쭉날쭉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2차 소풍 다녀온 다음 한번 경기를 봤습니다만 센스는 일단 눈에 띄지만 경기력에서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운동을 쉰 대가가 그만큼 몸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몸 만들어서 수비만 어느 정도 해줘도 신장이 있는만큼 기대됩니다.
7위 울산 모비스 오토몬스
모비스는 어느 팀 못지 않게 흥미롭습니다. 소문의 브라이언킴은 어떨까? 양동근/이병석이 과연 지난 시즌만큼 크레이지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우지원/김동우는 부상의 악몽에서 벗어나 재기할 것인가? 아니면 대형 트레이드가 일어날 것인가?
예상 라인업은
양동근 - 브라이언킴 - 이병석/우지원 - 용병 - 용병
우선 몸빵과 운동능력으로 짐작해볼 때 1대1에서 브라이언킴을 막을만한 국내선수는 몇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농구는 1대1만 있는 게 아닙니다. 리그에서 홀(TG)을 능가할 운동능력을 가진 선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꼭 못 막았던 건 아니거든요.
브라이언킴이 다른 선수들에게 좀더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자극이 되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용병하고 매치업에서 지면 쉽사리 포기하는데 똑같은 동양인과 만남에서는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훗훗훗~ (타올라라~~)
아무튼 흥미진진 기대됩니다.
사족으로 가뜩이나 미남 군단인 울산은 그야말로 용병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아이돌군단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아담 첩도 정말 미남이었죠.
8위 서울 SK 나이츠
김태환 감독님 하나로 왠지 기대하게 되어버리는 심정은 어쩔 수 없군요. SK의 스타군단을 어떻게 조련할 것인지 궁금해 죽겠습니다. 그리고 랭이 너무 헌신적이고 빛나서 가려졌지만 그렇다고 SK 다른 선수들이 게으름 피웠다던가 이기적인 플레이를 일삼았던 것은 아니거든요.
제가 그를 본 중에서 가장 헌신적인 시즌을 보낸 전희철과 원래 성실한 조상현, 임재현. 그렇다고 황진원이나 전형수 역시 어딘가 특별히 나무랄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2% 부족했지만 그게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었던 점이 가장 팀웍을 약하게 만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그 2%를 김태환감독님이 어떻게 채울 것인가 궁금합니다.
예상 라인업은
임재현(전형수/임효성) - 조상현(황진원) - 전희철(김일두) - 미나케 -용병
같은 포지션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 의외로 대형 트레이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상윤감독님이 팀 리빌딩을 빠방하게 해놔서 보상선수 격인 조성원 빼고 이렇다할 선수가 없던 팀을 2년만에 재원이 차고 넘치는 팀으로 바꿔놨습니다.
똑같이 좋은 선수가 많은 SBS는 나름대로 안정된 구성원을 지닌 데다 대어급 신인 수급이 없어 이대로 갈 가능성이 많지만 SK는 한번 변화를 구축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변화를 좋아하시는 김태환 감독님이시죠.
가장 흥미로운 것은 벤치에서 김태환 감독님과 미나케의 모습입니다. 미나케에게 "잘못 했어? 안했어?" <신공>을 펼칠 김태환감독님... 상상만 해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9위 창원 LG 세이커스
창원 팬들이나 선수들은 좋아하지만 이충희 감독님, 김태환 감독님 등 A급 지도자를 번번히 물먹인 LG프런트는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시즌중 신선우 감독님과 접촉해놓고 강정수 감독님으로 연막 흩날려 홈페이지에서 괜히 전라도니 뭐니 지역감정까지 들먹이며 강감독님 욕먹게 한 것은 아직도 기분이 안 좋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LG에는 신감독님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임벨류가 있어 프런트에서 함부로 흔들기 어려울뿐더러 처세에도 능숙한 분이라 벤치장악력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LG에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LG의 다음시즌 성적은 기대됩니다.
신감독님은 유난히 선수들에게 맡겨놓는 농구가 아닌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는 말로서 선수들을 움직이는 타입입니다. LG가 신기성보다 현주엽에게 배팅한 것은 신감독님의 플레이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게임메이킹 능력이 뛰어난 현주엽에 대한 신뢰라고 보여집니다. 그걸 떠나서도 이조추 민랜드까지 그런 조합과 농구하다가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선수들과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설명하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주엽 같이 영리한 선수가 있다는 게 많은 도움이 되겠죠.
아무튼 현주엽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농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주엽에 대해서도 불안불안합니다만 뭐 지금은 지켜보며 응원해주는 것밖에 없군요.
10위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
전자랜드야말로 국내 선수 보강이 절실히 필요한데 유입된 선수는 김택훈 선수 하나뿐이군요. 기존에 있는 정진영선수나 김택훈 선수나 비슷한 타입 아닌가요? 둘다 파이터 타입에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지만 공격력에서는 많이 못 미칩니다.
박훈근, 박규현, 김택훈, 정진영, 장점이 없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공격력에서 문경은을 보조해줄 믿을만한 선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김도수 역시 센스가 뛰어난 선수지만 아무래도 공격력으로 믿기엔 아직 잘 모르겠고 다만 대학시절 양동근 이상이었다는 정재호에게 기대를 걸어봅니다. 공격력과 볼배급력이 뛰어난 가드는 전자랜드의 숨통을 틔어줄 것 같습니다.
옛말에 두고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시즌 김승현을 노려보겠다는 박단장님의 호언은 귓가로 흘려듣게 됩니다.-_-;;; 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속담도 있고...;;;
무엇보다 박단장님보다는 유능한 감독이 후임으로 오셨으면 하는군요. 험프리스 코치가 온다는데 규정 변경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화이트는 트레이드 카드로 잡아뒀다는데 누구와 트레이드 할지도 궁금합니다. 전자랜드도 가까워서 자주 찾아가고 여러모로 정든 팀이지만 화이트는 특별히 예뻐하는 선수라 귀추가 주목됩니다.
라인업은 정재호와 문경은을 제외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감독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그까이꺼 라인업이야...뭐
덧붙임. FA 그리고 돈에 대해
저는 솔직히 선수들 연봉에 대해 관심 없습니다. 2라운드 20픽에도 한참 못 미치는 쥐꼬리만한 봉급생활자가 왈가왈부해봐야 재미없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그래서 코트에서 멋있는 플레이만 보여줬으면 됐지 내가 관심 갖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대형 선수들의 이동이 있었고 거물급 신인 방성윤의 영입 과정에서 연봉을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가 오가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KBL은 지나칠 정도로 모든 권력의 헤게모니를 구단이 잡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선수가 리그를 휘두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또 현 KBL이 그럴만한 환경도 갖추어졌다고 생각지 않고요. 그러나 지나친 권력편중은 부패를 낳기 마련입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경직된 샐러리캡과 선수에게 불리한 규정... 그 안에서 팬들은 선수보다 구단 편을 듭니다. 일부 대형선수에게 주어지는 거액의 연봉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운동선수는 돈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는 이상론을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들 선수에게 농구가 직업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으셨나 하는 문제입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수요'입니다. 어디서든, 어느 분야든 상위 1%는 대접받게 마련입니다. 그만큼 혹독한 경쟁과 모험 리스크를 껴안은 선수들입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뒷돈입니다. 정말 잡고 싶고, 잡아야 할 선수에게는 구단은 연봉제를 변화시키는 대신 뒷돈으로 해결합니다.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됐습니다. 심지어 팬들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언더머니를 언급합니다.
올시즌도 재계약을 못한 선수들이 서넛 있습니다. 아직도 충분히 뛸 수 있는 선수들도 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정당한 경쟁에서 누락이라면 괴로워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뒷돈이 공공연히 오가는 이 상태에서는 참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일방적으로 선수들에게 불합리한 규정들은 유일하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팬들이 돈을 죄악시하고 구단의 언론플레이에만 손을 들어주는 이 환경에서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1%를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1%를 제외한 선수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달라지면 규칙도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규칙을 개정해야지 편법을 써서는 해결이 안 납니다. 현실에 안맞는 규정 손보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라고 믿습니다.
첫댓글 좋은글이라고 생각합니다ㅡ 칼럼으로 고고
저도 칼럼으로 고고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특히 덧붙임글.. 너무 공감됩니다
늘 좋은글 쓰시네여,,칼럼으로 고고 추천 바빵하게 때립니다...
단테형님이 재계약했군요 가장 무서운팀일듯...
허재감독은 경기 중에 여차하면 뛰어들고 대신 플레이하고 싶겠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프시즌이라 글도 잘 안올라와서 섭섭하던 차였는데.. 그런데 궁금한게 있습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아시는분??
그럼 플레잉감독인가요 경기 중에 여차하면 뛰어들고 대신 플레이 하면 ㅋ
무뭉님 화링~~^^ 요새 후추는 뜸하신가요?
글 제목은 라틴어로 '어디로 가십니까?'란 뜻이죠. 쿼바디스. 로마의 네로시대를 배경으로 한 센케비치의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선 로마에서 박해를 피해 도망치던 베드로에게 부활한 예수가 나타났다 사라지자 베드로가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FA선수들의 이동을 비유하는 무뭉님 특유의 재기넘치는 제목이네요.
다른사이트엔 있는글이 알럽엔 안올라와서 이상했는데 올라왔네요.^^
무뭉님 후추에서도 활동중이시죠. 정말 언제 밥이라도 한끼 사드리고 싶은 분.(말로는 뭔 말을 못하겠냐만)
무뭉님 팬카페라도 만들까 생각중입니다.^^ 동참하실분 계세요?
이걸 다 글 쓰신거여여?@@..대단하시다~^^
레드보이스님 부끄럽습니다. 제발 그만둬 주십시오. ^^;;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고맙고 저도 즐겁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얼마전 우연히 발견한 모스포츠신문의 "xxx의 풋내기슛~"과 비교되는 작명센스네요 ^^
라틴어는 u를 안썼는데. v를 썼죠. 그러니 같은 어구의 반복이네요. BVLGARI ㅋ(맞나 패션 브랜드 이름 불가리)
감탄가 남발~~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무무님 팬카페 만들면,,,,,, 바로~~ 가입합니다.. ^^ 빨리 만들어 주세요. ㅋㅋ
글쓴이 모르고 읽다가 '이거 혹시 무뭉님이 쓴 글인가?"싶어서 위로 올려보니 역시. 특유의 문체가 살아있습니다.^^*
퍼가요...^^;;
글 진짜 잘 쓰십니다 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