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하루키 소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소설가를 좋아한단다.
아빠도 읽어보기는 했어.
군대 있을 때,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를 읽었지.
아, 읽고 나서 느낀 생각은 사람들이 왜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단다.
그리고 군대 제대하고 집에 와 보니,
집에 예상 밖의 무라카미 하루키 책이 한 권 있었어.
단편집이었던 것 같은데, 너희 고모가 어디서 얻어온
책인 것 같았어.
혹시나 열어봤는데, 음… 역시 아빠와는 안 맞아… 이러면서 책을 덮었단다.
그 이후는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어.
그가 신간을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이 열광을 하고,
베스트셀러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단다.
그런데 몇 년 전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거기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소개시켜 주었고,
일부를 읽어주었는데, 아주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하루키 소설을 읽어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하루키의 첫 번째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소설을 읽게 된 것이란다.
책도 얇아서 하루키 소설을 맛보는데 좋을 것 같았단다.
맛이 별로면 다시 안 집어 들면 되고 말이야.
예전에 읽었으면 읽고 나서, 뭐, 이런 것도 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겠지만,
그 동안 형식 파괴의 소설을 여럿 읽다 보니
잔잔하니 읽을 만하네…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니까 맛을 보긴 했는데,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말이야.
그럴 때는 한번 더 맛을 봐야겠지.
역자의 말에 따르면 하루키 초기 4부작이 있다고 하더구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à 이 소설이 앞서 이야기한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소설로, 이것도
일단 구입은 해놨어.
<댄스 댄스 댄스>
이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1.
처음과 마지막의 강렬함
이 짧은 소설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소설이라도 해야 하나 할 정도로 특별한 줄거리가 없단다.
책 읽기 좋아하는 21살 주인공 ‘나’가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방학 때 고향에 내려와 지내는 일상을 적은 것이 전부란다.
하필 ‘쥐’라는
별명을 가진 부잣집 친구와 만나고,
제이가 운영하는 제이스 바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술집의 화장실에서 심하게 취한 여자를 집에 데려가 주었어.
그리고 며칠 뒤 우연히 들른 음반 가게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되어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만, 깊은 사랑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단다.
다시 도쿄로 학교로 떠나면서 여자와 헤어졌고,
겨울 방학에 다시 돌아온 고향의 그 음반 가게에 그녀는 없었어.
이렇게 특별한 줄거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강렬함이 읽는 이를 끌어당기지 않았나 싶구나.
첫 문장은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떤 작가가 한 말이라고 했고,
마지막 문장은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주인공 ‘나’가 좋아하는 작가 하트필드라는 작가의
묘비명이라고 했어.
….
아빠가 하루키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지만,
하루키 소설에는 항상 음악이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
이 소설에도 주인공 ‘나’가 음반가게에 들러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찾았는데,
그때 음악가로 아빠가 얼마 전에 읽은 글렌 굴드가 나와서 반가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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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고 3번도.”
그녀는 잠자코 이번에는 두 장의 LP를 들고 돌아왔다.
“글렌 굴드와 박하우스, 어느 쪽이 좋아?”
“글렌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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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 늘 거창하고 극적인 줄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우리 일상과 비슷한 소설도 괜찮은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끝~~~
PS:
책의 첫 문장 :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책의 끝 문장 :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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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 윤성원
펴낸곳 : 문학사상사
페이지 : 167 page
책무게 : 301 g
펴낸날 : 2006년 03월 24일 (1979년)
책정가 : 11,000 원
읽은날 : 2018.12.15~2018.12.16
글쓴날 : 2018.12.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