硏文 金世薰의 조그만 幸福展 (김동선 동문 부인)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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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선 동문 부인의 도가기와 서예 전시회(硏文 金世薰의 조그만 幸福展)이 열린다는 소식을 空家 선생의 카페 글을 보고 알았으나 피일차일하다가 그만 시일을 놓치고 말았다. 그저께 막을 내렸다는 김동선의 전화를 어제 받았다. 老妻와 모처럼 연애시절의 코스를 더듬어 데이트를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있어 소음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서울공대60동기회' 카페에 들어가면 전시회의 동영상이 있다기에 저녁에 들어가서 보고 소감을 말하겠다고 했으나 이 마져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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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케이블카 위쪽에 있는 명물 왕돈까스를 먹고 단퐁이 절정인 남산 북쪽의 길을 산책한 다음 대한극장에서 영화 '관상'을 보았다. '관상'은 어제(11/1) 대종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기에 더욱 관심이 끌었다. 대한극장은 아내와 처음 영화를 본 곳으로 때는 한 겨울 1월이었고 영화는 자작나무가 시베리아 설원에 펼쳐지는 '닥터 지바고'였다. 그게 벌써 50년 전이니 영화관은 8층 건물로 새로 지었고 우리가 본 장소는 '관상'이 개봉된지 한 달이 훌쩍 넘어서인지 100석짜리 소극장이었고 화면이 작아서 좀 불만이었다. 대한극장에는 크고 작은 상영관이 8개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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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본론에 들어가서, 오늘 아침에야 카페를 열어 보았다. 20여년 간 갈고 닦은 솜씨로 도자기 50점과 서예 작품 5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명품들이었다. 이를 기성 작가들의 전시회에 끼어 놓아도 나같은 문외한은 구분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무명이라 해도 예술인인데 장르는 다르지만 어찌 아름다움을 몰라 보겠는가. 고수는 고수를 알아 본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절대로 내가 고수라는 얘기는 아니고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정도로 표현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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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품의 주로 색동조각보자기를 연상케 하는 오방색의 작품으로 색동보자기는 전래로 우리 어머니들이 짜투리 옷감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여 돌잔치용 보자기나 밥상 보자기로 많이 사용하였다. 색동 돌복을 차려 입은 아기의 돌상 옆에는 색동조각보자기가 덮여있는 돌상이 놓여 있고 보자기를 들추면 붓, 돈, 쌀, 활, 자, 실타래, 대추같은 돌잡이 물건들이 금방 나올 것 같은 추억에 잠시 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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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내 눈을 오래 머물게 하는 작품은 새가 群舞하는듯한 [색의 향연]이었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한폭의 수채화로 종착점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노년의 마음을 안정을 가져다 주고 치유(healing)해 주는 秀品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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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전시회의 백미는 [半跏思惟像]이 아닌가 싶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金銅 半跏思惟像( 국보 83호)과 매우 흡사한 작품으로 솜씨가 匠人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모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신라와 고려시대는 불교가 흥성해서 금동이나 청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이 많다. 따라서 이는 匠人의 혼이 담겨 있으며 작가 나름의 해석이 표출된 것으로 모양이 같다고 해서 모작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조각품은 유사한 형상이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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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인데 이는 마치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듯하고 질그릇을 이고 있는 어머니 상은 향수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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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라는 犬公의 모습은 이제나저제나 올까하며 주인을 기다리는 애절한 犬公의 마음과 충성심이 묻어 나온다. 우리도 어린 시절 장에 가신 어머니를 절절히 기다렸고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처럼 젊은 시절 꿈의 실현을 기다리던 마음이 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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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같이 글, 시, 그림에 능한 여인은 있었지만 글씨로 이름난 사람은 드물었다고 한다.《앙엽기(盎葉記)》를 보면 논산출신 만죽(萬竹) 서익(徐益)의 소실이 글씨를 잘 썼다고 적혀있다. 서익은 고교국어교과서에 나오는 詩, 綠草晴江上의 작가이고, '칠서의 옥사' 사건에 연루된 서양갑(徐羊甲)’이 徐益의 庶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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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버지의 墓碑文를 썼는데 과문의 소치인지는 몰라도 아마 이는 역사상 최초가 아닐까 싶다. 여인을 철저히 탄압하던 성리학이 국교나 다름없었던 조선시대에는 아무리 글씨를 잘 쓴다고 해도 여인이 묘비문을 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터이고 지금은 여인전성시대이며 문화센터 등에서 여성들이 서예를 많이 배우니까 근래에 와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硏文은 중앙일보주최 제4회 주부서예 대상 특선에 당선된 바 있다고 한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노년을 보내는 것은 인생의 大尾를 장식하고 자식들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마음의 유산을 물러 주는 것인데, 硏文 작가는 취미생활로 도예와 서예를 즐길 것이 아니라 더욱 정진해서 아마추어의 틀을 깨고 새 지평을 열어 나가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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餘滴으로 한 마디 더 한다면, 마덕 선생의 外助다. 내 평소 마덕의 후덕한 인품을 존경하고 있었지만 이번 출품된 작품의 표구까지 전부 마덕 선생이 했고 운반.전시 등 老軀에 아내에게 헌신한 부부애가 돋보인다. 이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작아지는 우리 남성들이 본 받아야 할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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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 Told Me You Loved Me, Jessica Simp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