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일반적 종말론-10
제2장 천년 왕국과 부활-3
제1절 천년 왕국에 관한 질문-3
3. 전천년설(前千年說, Premillennialism)-1
전천년설이란 요한계시록 20장의 천년 왕국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천년 왕국 전에 주의 재림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이 재림하신 후에 천년 왕국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전천년설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기존에 죽은 모든 의인을 부활시키시고, 유대인들을 회심시키시고, 그들을 도로 성지로 돌려보내시며, 전례 없는 영광과 권능으로 유대인들의 민족적 왕국을 다시 세우시며, 그런 뒤 자신의 성도들과 함께 천년 간 이 왕국을 통치하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전천년주의자들에 따르면, 구약의 선지자들이 메시아의 날에 다윗 왕국의 영광스러운 재건이 이루어질 것을 예언한다고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땅에 계실 때 그 나라를 세우실 의도를 지니셨지만, 유대인들이 회개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그 일을 재림 때로 연기하셨습니다. 그러는 동안 유대인들과 이방인들 가운데 불러낸 사람들로 교회를 세우셨다는데, 복음은 사람들을 대규모로 회심시키는 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입증될 것이라고 합니다.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공중에 다시 오셔서 죽은 모든 성도를 부활시키시고, 그들을 살아 있는 신자들과 함께 끌어올리셔서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여실 것인데, 땅에는 환난의 시기가 있을 것이고, 이 시기에 이스라엘이 회심하여 선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환난 시기가 끝나고 그리스도께서 땅에 내려오셔서 민족들을 심판하실 때 양들과 염소들이 분리되고, 사단이 천 년 동안 결박되고, 적그리스도가 멸망하고, 환난으로 죽임당한 성도들이 부활하고, 천년 왕국이 시작됩니다.
이제 수립된 왕국은 세계 전역에 대해 통치권을 지닌 유대인들의 왕국입니다. 그리스도와 그분의 성도들이 예루살렘에서 다스리고, 성전과 성전의 제사 예배가 회복되며 세상은 이제 빠른 속도로 회심하게 됩니다.
천년 왕국이 끝난 뒤에는 사단과 그의 군대에 대해 최후 전투가 벌어지며, 그 뒤에는 사단이 무저갱으로 던져지고, 그런 뒤에는 불신자들의 부활이 있으며, 흰 보좌에서 최후 심판이 시작되고 교회는 옮겨지고, 이스라엘은 영원히 땅에 남는다고 주장합니다.
전천년설에는 세대주의적 전천년설과 역사적 전천년설이 있습니다.
1) 세대주의적 전천년설(Dispensational Premillennialism)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은 구약의 다윗 왕과 선지자들을 통해서 약속한 이스라엘의 회복을 문자 그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 것입니다. 이들에 따르면 교회 시대는 이스라엘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방인들이 들어왔는데, 이스라엘의 회복이 이루어질 때가 온다고 하며 예수님 재림 이후에 1,000년 왕국 때 이스라엘의 회복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구약시대의 약속은 교회 시대는 괄호로 남기고 예수님 재림 후에 1000년 왕국 시대 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수님 재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은 1800년 영국에서 태어났고 아일랜드교회의 목사가 된 존 넬슨 다비가 처음 주장한 전천년왕국설의 하나입니다.
기존 교회에 불만을 품은 다비는 세대주의를 연구하는 폴리머스형제단에 들어갑니다. 폴리머스형제단은 성경의 사건이나 숫자를 가지고 오늘날에 대입시키는 숫자놀음을 하는 단체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성경의 완전수는 7이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7천 년 동안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구약이 4천 년, 신약이 2천 년이니까 나머지 1천 년 동안 천년 왕국이 이어지게 되고, AD 2000년부터 천년 왕국이 시작된다는 주장입니다. 어이없는 숫자놀음입니다.
다비는 폴리머스형제단에서 자기만의 세대주의적 이론을 만들어 내서 부흥회를 시작했습니다. 다비의 이론에 감명을 받은 침례교회의 C I 스코필드 목사는 부흥회의 내용을 토대로 킹제임스성경의 주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성경이 바로 스코필드 관주 성경입니다.
그 이후로 여러 형태의 변화된 세대주의적 천년왕국설이 등장했습니다.
달라스 신학교의 존 월부드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아마겟돈 전쟁이 유럽연합과 러시아, 중동, 이스라엘의 석유 전쟁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신학자는 아니지만 유명한 저술가인 홀 린제이는 달라스신학교에서 공부한 뒤에 세대주의에 심취해 있었고, 요한계시록의 바벨론을 유럽연합, 짐승의 표 666은 컴퓨터 바코드이며 유럽연합이 미국을 위협해서 제3차세계대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메리 랠프 역시 컴퓨터 바코드와 666을 연결하려고 애썼고, 따라서 컴퓨터가 사탄의 도구라고 인식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이 견해에 의하면, 구약성경 중에서 특히 이사야(사 65:20, 25)와 에스겔 등의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예언들은 천년 왕국에서 문자적으로 성취되며 예루살렘 성전은 재건되고 짐승들을 잡아 드리는 제사들과 구약의 절기들은 회복된다고 합니다.
[사 65:20, 25] “거기는 날 수가 많지 못하여 죽는 어린이와 수한이 차지 못한 노인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곧 백 세에 죽는 자를 젊은이라 하겠고, 백 세가 못되어 죽는 자는 저주받은 것이리라. 25: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며, 뱀은 흙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니 나의 성산에서는 해함도 없겠고 상함도 없으리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니라.”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들은,
첫째로, 요한계시록 19, 20장을 시간 순서로 보아서 19장에 예언된 그리스도의 재림 이후에 20장에 예언된 천년 왕국이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스라엘 회복에 대한 구약의 예언들이 문자적으로 성취될 것이라는 겁니다. 세대주의의 특징은 성경 해석에 있어서 문자주의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루어질 천년 왕국의 성격은 구약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대주의적 전천년왕국설은 몇 가지 반론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첫째로, 요한계시록 20장의 천년 왕국에 대한 문자적 해석은 그렇다 할지라도, 신약성경의 그 외의 부분들은 전체적으로 천년 왕국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고 또 예수께서 재림하심으로 의인과 악인이 동시에 부활하고 동시에 마지막 심판을 받을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을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로, 특히 구약 예언들에 대한 지나친 문자적 해석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성경의 문자적 해석은 일반적으로 건전한 해석 원리이지만, 성경의 예언들과 상징들에 대해서는 문자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습니다. 신약성경 자체는 때때로 구약성경을 영적으로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바울은 갈라디아서 3:29에서 예수 믿는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불렀습니다.
[갈 3:29]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
셋째로, 가장 중요한 점은, 신약성경이 구약시대의 성전 제도, 제사들, 절기들 등에 관한 소위 의식법(儀式法)을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으로 인하여 폐지된 규례들로 선언한다는 것입니다.
[골 2:16,17]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 이것들은 장래 일의 그림자이나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니라.”
[히 8:13] “새 언약이라 말씀하셨으매 첫 것은 낡아지게 하신 것이니 낡아지고 쇠하는 것은 없어져 가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신약시대 말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신 후 천년 왕국 시대에 구약의 성전 제도와 제사들, 절기들이 부활할 것이라는 구약 예언의 문자적 해석은 신약 계시의 빛 아래서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구약의 의식법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 폐지되었는데, 어떻게 다시 그 그림자와 같은 법들에 규정된 의식들이 그것의 실체(實體)가 오신 이후에도 행해질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세대주의적 전천년왕국설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