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업 -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
질문
스님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가끔 무례한 말을 합니다. 제가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을 하면 오히려 '넌 이 정도로 삐지냐?', '내가 원래 그런거 너 알면서 왜 그러냐?'며 화를 냅니다. 속을 뒤짚을 때마다 지친다고 느끼면서도 그 친구가 좋은면도 있어서 끊어내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례한 사람과의 관계는 정리가 상책
붓다는 행복경을 통해 선언합니다.
"나쁜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 이것이 으뜸가는 행복이다!"
사실 무례한 사람과의 관계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양육의 의무가 있는 아들 딸이거나, 피를 나눠서 인생 내내 마주쳐야 하는 형제 자매거나, 교육자로서 포기할 수 없는 학생들이거나... 담백하게 끊어버리기는 어려운 인연을 제외한다면, 정리할 수 있다면 정리하세요. 이것이 최우선 조언입니다.
삶이 쉽지 않은 이유는 욕망이 얽히고 섥혀서 족쇄로 작용하는 관계들 때문입니다. 괜히 원증회고怨憎會苦가 팔고 중 하나가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며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인연이 존재합니다. 물론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무조건 단칼에 잘라버리겠다는 필사의 각오가 있다면 선택은 단순해집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욕망의 족쇄에 묶여 버린 경우에는 참고 견뎌야 하는 관계도 존재하니 차선책도 필요합니다.
무례함의 기준
무례하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례가 없다는 것이니 예의가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의란 무슨 의미일까요? 예禮에 대한 인류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분인 공자님은 예란 마음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겉보기의 말하고 행동하는 형식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의 상호 작용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무례하다는 것은 결국 마음에 걸리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아닐까요?
친구가 종종 무례하다고 느낄 때의 마음을 떠올려보세요. 결국 마음에 거슬린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거슬림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저는 관계 속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제1원칙을 자주 강조합니다.
"조종하려고 들면 원수됩니다."
좋은 의도로 조언하는 것조차 조종하려고 든다고 느끼는 순간, 마음은 거슬립니다. 하물며 악의를 가지고 안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조종하려고 든다면? 급속도로 원한은 쌓이기 마련이겠죠? <무례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의 저자는 반드시 끊어내야 하는 사람의 4가지 유형을 소개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하는 사람, 나에 대한 소문을 만들어내는 사람, 개인사나 약점을 힘들게 털어놨더니 오히려 쥐고 흔드는 사람, 동의하기 어려운 가치관을 억지로 관철시키려는 사람"
거슬리는 것과 더불어 조종하려는 의도를 함께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이 거슬리는 것은 두 가지 원인 때문입니다. 정말 상대방이 무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 마음이 예민한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한 가지 검증 지표를 더한 것입니다. 살펴보세요. 거슬리는 그 사람이 조종하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무례함에 대처하는 법
무례한 태도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검증해야 합니다. 내가 예민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례한 것임을 스스로 명료하게 판별해야 합니다. 둘째, 표현해야 합니다. 당신의 이런 말투와 행동이 나는 무례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검증을 위한 두 가지 기준인 거슬림과 조종하는 태도는 이미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예민한 순간에는 번뇌가 눈을 가리고 있기에 객관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검증에 나서기 전 필수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해결되지 않은 감정으로 무례한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면, 결국은 서로가 상호간에 점점 무례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마음이 어느 정도 수습된다면 솔직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견디는 이유는 그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더욱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이 소중한 인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무례함을 고쳐주기를 부탁해야 합니다.
아! 별로 소중하지 않은 관계지만 참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에 의해 알게 된 사회적 관계 중 이익을 위해 참고 있는 경우가 해당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말하는 방법도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더욱 강하게 말할 필요가 있고, 필요하다면 상대방처럼 무례하게 말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익과 손해를 논하는 전쟁 같은 관계와의 대화가 소중한 인연과 대화하는 기술과 같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검증하고 표현한다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반드시 고쳐야 할 적을 만드는 말투들
상대방이 무례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했습니다. 이제는 반대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내가 무례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례함은 그 자체로 원한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이런 습관은 무조건 고쳐야 합니다. 고치지 않는 한 삶은 고난이 넘쳐나기 마련이고, 인간관계는 상처 투성이가 될 것이니 말입니다.
무례함의 두 가지 핵심을 복습해볼까요? 첫째 거슬리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 조종하려고 드는 것입니다. 거슬린다는 것을 조금 더 분석해보면 상대방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조종하려는 것은 그 기준을 내 기준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겠죠? 이는 둘 다 상대방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싫어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모양 이 꼴인 이유는 '포기'하는 습관 때문입니다. 안돼! 그리고 못해!가 만들어내는 고정마인드셋은 내 스스로 나를 방해하는 원동력입니다. 고정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무서운 이유는 이 심병이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인연 닿는 이들에게 안돼! 못해!라는 병원균을 옮깁니다. 나만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방해하고 싶어합니다.
예전 해인사 푸세식 화장실에서 구더기들을 관찰하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특별한 구더기 한 마리가 자신이 살아가는 똥무더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 나머지 구더기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모두 달려들어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구더기를 붙잡고 늘어집니다. 최선을 다해서 떨어뜨립니다. 아마 그들끼리 이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요?
"안돼! 못해! 불가능해! 포기해!"
건강한 관계를 위해 조심해야 하는 몇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절대로 남의 인생에 참견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는 남을 조종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입니다. 셋째는 못한다는 내 마음의 악취를 상대방에게 표현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어른의 매너입니다. 이 매너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사사건건 상대방의 발목을 잡는 구더기의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검증해봐야 합니다. 상대방이 무례한지 아니면 내가 무례한지를. 노력하는 친구 구더기를 밀어 올려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태클거는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말투 행동의 습관이 곧 운명입니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나와 자신을 방해하는 고정마인드셋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나의 말투 행동의 습관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기 위해 더 세밀히 관찰 하겠습니다
밝게깨어있기 나무아미타불 🙏
감사합니다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