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판관기의 말씀 9,6-15
그 무렵
6 스켐의 모든 지주와 벳 밀로의 온 주민이 모여, 스켐에 있는 기념 기둥 곁 참나무 아래로 가서 아비멜렉을 임금으로 세웠다.
7 사람들이 이 소식을 요탐에게 전하자, 그는 그리짐 산 꼭대기에 가 서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스켐의 지주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그대들의 말을 들어 주실 것이오.
8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임금을 세우려고 나무들이 길을 나섰다네.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고 올리브 나무에게 말하였네.
9 올리브 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영광스럽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10 그래서 그들은 무화과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11 무화과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이 달콤한 것, 이 맛있는 과일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12 그래서 그들은 포도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13 포도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흥겹게 해 주는 이 포도주를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14 그래서 모든 나무가 가시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15 가시나무가 다른 나무들에게 대답하였네.
‘너희가 진실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나를 너희 임금으로 세우려 한다면 와서 내 그늘 아래에 몸을 피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이 가시나무에서 불이 터져 나가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을 삼켜 버리리라.’”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20,1-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2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3 그가 또 아홉 시쯤에 나가 보니 다른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었다.
4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5 그들이 갔다.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6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7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9 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10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11 그것을 받아 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12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13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14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15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16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오늘 복음은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통해서 하늘나라를 말씀해주십니다.
이 비유 속에는 ‘하느님의 보화’인 ‘자비의 신비’가 있습니다.
이 신비는 첫째로, 포도원 주인은 대체 ‘때’를 가리지 않고 품꾼을 불러들입니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다 끝나갈 저녁 무렵까지, 다섯 차례나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손수 장터로 나가 품꾼을 불러들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일의 능력이나 실적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오히려 병들고 노쇠해서 팔려가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을 포도원으로 불러들입니다.
도대체가 계산이라고는 모르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주인입니다.
사실 주인은 애시 당초부터 일을 부리기 위해 품꾼들을 불러들인다기보다, 그들을 살게 하기 위해 불러들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불러들인 것입니다.
그러니 부르심 그 자체가 이미 은총입니다.
이는 하늘나라가 당신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불쌍한 우리를 위하여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이요, 자비임을 말해줍니다.
둘째로는, 품삯을 줄 때에 맨 나중에 불려 온 자부터 줍니다.
오후 늦게서야 일터로 부름 받게 된 이들에 대한 깊은 배려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온 일꾼들의 몸 고생과 나중에 온 사람들의 마음 고생도 함께 돌보십니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없는 까닭에, 하느님의 자비에 내맡길 수밖에 없는 '꼴찌'들입니다.
가난하고 필요한 자에게 우선적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는 하느님 사랑의 우선적 선택과 자비를 말해줍니다.
능력과 성과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 주시고 함께 살도록 하십니다.
하느님의 공정은 ‘나’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이고, 창조된 모든 피조물을 위한 것이며, 당신의 호의와 자비는 부족함이 없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집니다.
셋째로는, 모두에게 똑같이 고루 품삯이 주어집니다.
포도원 주인은 일한 만큼의 공평에 맞게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를 셈쳐주지 않았습니다.
일한 시간이나 일의 실적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무조건 똑같은 품삯을 고르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먼저 온 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아니라, 계약으로 맺은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었으며, 단지 뒤에 온 이들에게는 자비가 베풀어졌을 뿐이었습니다.
정당함에 자비를 더하여 쳐주는 이러한 포도원 주인의 권한 행사와 너그러운 처사는 하느님의 절대적인 주권과 자비를 말해줍니다.
그러니 이는 하늘나라가 인간이 일한 대가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의 주권적인 사랑이요, 자비임을 밝혀줍니다.
결국 ‘꼴찌가 첫째가 되는 이 비유’는 이 지상에서의 꼴찌들에게 대한 보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를 드러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치 포도원 주인이 애초부터 은혜를 베풀기 위해 품꾼들을 포도원으로 불러들였듯이, 은혜를 주시기 위해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 교회로 불러들이셨습니다.
여기에는 먼저 온 자와 나중 온 자가 따로 없으며, 모두가 큰 자비를 입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를 자비로 돌보시는 무한하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영광과 찬미를 드려야 할 일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을 앞세우는 데는 '첫째'가 되고, 자기를 내세우는 데는 '꼴찌'가 되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마태 20,4)
주님!
당신은 먼저 온 이들에게나 나중 온 이들에게나 똑같이 품삯을 주십니다.
일한 시간이나 실적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으십니다.
애초부터 당신께서는 은혜를 베풀기 위해 저를 당신 포도밭에 불러들이신 까닭입니다.
하오니, 당신 부르심이 제게는 영광이옵니다.
나의 주, 나의 임이시여, 영원무궁토록 찬미 영광 받으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첫댓글 아 멘 !
감사합니다 ^^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