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횡단보도 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감소는 물론 시민들의 무단횡단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 중이다. 자치구별로 차이는 있지만 첨단의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시스템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시민들의 무단횡단 감지와 정지선 위반까지 알려주는 스마트 횡단보도가 눈길을 끈다. 구로구와 양천구에 있는 조금 더 똑똑한 스마트 횡단보도의 자세한 기능을 직접 살펴봤다.
구로구와 양천구에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김재형
무단횡단 감지하고 안내 방송한다!
구로구 신도림 중학교 앞에 있는 스마트 횡단보도는 특별한 기능을 탑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ED 전광판을 이용해 무단횡단하는 시민들을 추적한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면 LED 전광판에 빨간색 네모칸으로 표식이 되며 별도의 스피커에서 "무단횡단을 하지 맙시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는 한 어르신들이 지난번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진이 찍혔다며 횡단보도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단횡단하는 시민들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뭇 궁금해졌다.
무단횡단하는 시민을 감지하면 LED 화면에 표시되면서 안내 멘트가 나온다 ⓒ김재형
자동차 차로에 맞춰 1, 2, 3으로 별도의 화면이 있다. 각 차선별로 자동차의 속도를 측정해 얼굴 문양으로 표시를 한다. 과속 차량이 있는 차선의 화면에는 빨간색 얼굴 표시가 나오면서 위반 속도를 안내해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준다.
2차선 차량이 과속하자 LED 화면에 빨간색 얼굴 표시와 함께 위반 속도가 나온다 ⓒ김재형
신도림 중학교 앞 비교적 좁은 통학로에서 나와서 상가 방면으로 길을 건너는 시민들이 많았다. 다만 길을 건너려면 횡단보도까지 10m 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이곳 역시 별도의 스피커를 설치해 두어서 LED 화면에서 감지하는 즉시,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는 멘트가 나온다.
다만 좋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마음이 급한 시민들은 무단횡단을 하기 일쑤였다. 스마트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을 마지 맙시다"라는 안내 멘트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니 다소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스마트 횡단보도에서 1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별도의 스피커를 설치했다. ⓒ김재형
과속 차량 번호가 뜬다!
양천구 목운초등학교 앞에 있는 스마트 횡단보도는 상당히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보여준다. 낮에도 인식이 잘 되는 LED 화면에는 평소 코로나 예방수칙이 안내된다. 예를 들어 마스크 착용하기, 30초간 손 씻기, 기침할 때는 소매로 가리기 등 다소 평이해 보이던 화면은 과속 차량을 발견하면 확 달라진다.
해당 차량의 번호와 함께 현재 속도가 표시된다. 물론 정상적인 차량의 운행속도도 가끔씩 안내한다. 분할된 왼쪽 화면에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글귀와 함께 제한속도 30km를 함께 보여준다. 비록 차량번호는 개인 정보 차원에서 숫자 몇 개를 가렸지만 과속 시 전방 화면에 본인 차량번호와 속도가 찍히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과속하는 차량번호와 함께 현재 속도를 안내해 주는 LED 화면 ⓒ김재형
가장 신기했던 것은 횡단보도 앞의 정지선을 넘어서는 차량도 표시된다. 만약 차량이 정지선을 지나 정차하면 '정지선 위반 차량'이라고 문구가 나온다. 다만 하단에는 '계도기간 중'이라는 글귀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향후에는 실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정지선 위반 차량을 스마트 횡단보도가 얼마나 정확히 인지하는지 궁금해 약 15분 가량 관찰을 했다. 생각보다 차량들이 정지선을 잘 지키는 것을 보고 교통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정지선을 위반한 차량도 감지해 안내해 준다. ⓒ김재형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 생겨
이 같은 시스템을 면밀히 바라보면서 무엇보다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스마트 횡단보도의 무단횡단 감지 시스템을 보니, 안전하게 길을 건너려는 마음가짐이 절로 생겨났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에도 정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지선 위반 감시 시스템을 접해보니 앞으로는 보행자를 위해 정지선을 제대로 지켜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