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승강기 100% 설치’ 두 번의 약속, 모두 파기
이명박 “2004년까지 하겠다”… 파기
박원순 “2022년까지 하겠다”… 파기
서울교통공사 “2024년까지 하겠다”… 불투명
장애계 “김상범·오세훈·윤석열이 책임져라”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사고 기록>
1999년 6월 28일 혜화역, 중상
1999년 10월 4일 천호역, 중상
2000년 10월 6일 종로3가역, 중상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 1명 사망, 1명 중상
2001년 2월 8일 발산역, 두부골절상
2001년 7월 18일 영등포구청역, 전치 7주
2001년 9월 16일 고속터미널역, 전치 8주
2002년 5월 19일 발산역, 사망
2002년 8월 29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2004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03년 9월 23일 종로3가역, 가슴 통증 등 경상
2004년 9월 24일 서울역, 중상
2006년 4월 30일 회기역, 갈비뼈 골절 등 중상
2006년 9월 4일 신연수역, 사망
2008년 4월 18일 화서역, 사망
2012년 4월 20일 오산역, 뇌진탕 등 전치 3주
2015년 12월 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17년 10월 20일 신길역, 사망
2022년 1월 28일, 서울교통공사 “2024년까지 지하철 1~8호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22년 3월 21일 현재,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 30개(서울교통공사 관할 21개, 한국철도공사 관할 8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시청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탄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이 회장은 ‘서울시는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1역사 1동선 100% 예산 반영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었다. 사진 하민지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하겠다’는 약속만 20년째다. 서울시가 두 번 약속해놓고 모두 파기하는 사이 많은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죽거나 다쳤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21일 오전 9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약속 파기에 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관해 여론 공작을 꾀한 내부 문건이 드러나 충격을 주는 가운데, 장애계가 이번 사태의 원인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을 20년째 무책임하게 미뤄온 서울시에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서울시청으로 향하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그는 지하철 안에서 약속을 파기한 서울시를 규탄했다. 사진 하민지
- 약속만 무한 갱신한 서울시… 장애계 “김성범·오세훈·윤석열이 책임져라”
서울시 약속이 무산된 가운데 새로운 약속이 등장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비 650억 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지하철 1~8호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약속도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서울교통공사 관할 역사 중 엘리베이터 미설치역 21개 가운데 까치산역은 설계용역비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설계용역비는 공사비가 아니라 엘리베이터 공사를 어떻게, 언제까지, 얼마를 들여서 하면 되는지 등을 설계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까치산역을 제외한 모든 역은 현재 공사(예정) 중이거나 설계용역비가 편성된 상태다.
공사비가 편성된 시점부터 엘리베이터 완공까지는 평균 21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약 2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까치산역은 지금 공사비를 편성하고 공사를 시작해도 2024년까지 완공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내부구조 변경, 주변 상가 매입 등을 이유로 설계용역비도 편성하지 않고 까치산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재현 서울장차연 개인대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과 오세훈 시장에게 묻는다. 2024년까지 정말 엘리베이터 100% 설치 가능한가? 예산 편성도 안 해 놓고 또 약속만 하는가? 약속을 지키려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그럴 의지는 있는가? 답해 달라”고 따져 물었다.
박 대표는 “김 사장과 오 시장은 그동안 죽고 다친 장애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언제나 ‘돌아가신 것은 유감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만 했지 ‘잘못했다, 책임지겠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신길역에서 사망한 한경덕 씨 유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놓고도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다”고 규탄했다.
배재현 서울장차연 개인대의원은 “리프트를 타면 현기증이 난다. 리프트 아래를 내려다 보는 공포를 언제까지 느껴야 하나. 매일 아침 혜화역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고 성토했다. 이동권, 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위한 기획재정부 규탄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은 21일 기준 71일차다.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내부 문건을 통해 서울시의 두 차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을 “결코 유리하지 않은 공사의 약점” 중 하나로 지목했다.
박경석 대표는 “서울시의 약속 파기는 서울교통공사의 약점이 아니라 장애인 목숨을 앗아간 위협적 사기극이다. 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이 점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문건을 만든 직원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사가 져야 할) 모든 책임을 해당 직원 한 명이 지게 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김상범 사장, 오세훈 시장이 사과해야 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22일 오전 9시, 서울시 종로구 인수위 앞에서 차기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21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열린 지하철 출근 선전전에 참석했다. 그는 ‘장애인권리예산 기획재정부 책임촉구’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었다. 사진 하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