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5.mp3 3.78MB 성령 강림 대축일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시는"
오늘이 교회의 생일이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통하여 당신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주님의 죽음 앞에서 두려움과 실망을 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승의 부활 후에 의심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사십 여일을 지내시고 하늘로 승천하셨지만 그들은 서성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두렵고 또 의심에 휩싸이고 주저하던 모습들이 성령을 받고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차원에서는 도저히 이해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니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요? 요한복음에서는 주님의 숨을 통하여 제자들이 성령을 받는 데 비해 사도행전에서는 좀더 상세하게 그 장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사도 2,2-3)
요한복음에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당신 수난의 모습과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그들에게 사랑을 숨을 불어 넣어 주시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두 번의 정답고 위로의 인사와 함께 당신 사랑과 생명을 불어 넣어 주신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성령을 통하여 제자와 주님의 일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도 행전에서는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혀 모양의 불꽃들이 갈라지면서 제자들 위로 내려 앉은 것입니다.
주님에서든 아니면 직접 성령으로부터 받은 제자들의 모습에서 변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받기 전에 제자들은 불안, 두려움, 폐쇄, 정적이었다면 받은 후에 제자들은 두려움은 사라지고 당당하고 사람들을 향하여 자신 있는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것만 보아도 성령께서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합니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도 성령께서 함께 하셨기에 세상을 향해 때로는 무서운 박해와 멸시 속에서도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개인으로 성령을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제게도 말 못할 사연이 있었습니다. 지난 그것도 아주 오래 전 저의 군종시절이니까요. 한 대대의 대대장에 관한 것입니다.
부활 대 축일을 맞아 세례성사 있었습니다. 남편은 육사 시절부터 천주교가 믿고 싶은데 선뜻 나머지를 못하고 부인 쪽은 어쩌다가 절을 찾는 불교 신자였습니다.
부부가 상의를 해서 세례를 받았는데 최전방이라 부대가 멀고 해서 제대로 교리도 못했습니다. 사실 세례를 집전하는 저도 찔리는 것 있지요.? 세례를 받고 몇 주 지났나요?
그만 그 부대에서 M16 소총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구에도 말 못하는 고 민이 있었습니다. 세례를 받기전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불교에서 개종을 하면 액이 따른다,'고 스님이 악담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부인이마 망설였던 것입니다. 저는 속이 타는 줄 알았습니다. 며칠 총을 찾지 못하고 결국 상급부대에 보고회에서 하는데 그 부대장은 문책으로 부대장은 직에서 해임이 되어야 할 위기에 있었습니다.
저는 사제관에서 매일 미사를 며칠 봉헌을 했습니다. 하도 열심히 봉헌하니까 유일하게 미사에 함께 하는 어머니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성인처럼 아주 열심히 미사를 봉헌하면 무슨 일이 있는지 아세요?
제가 놀란 것은 두 가지입니다. 그 부대를 방문하는 날 부대장은 사병들과 훈련 중이었습니다. 그 부대장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 부대장이 다가와 뭐라고 하였는지 알아요? ‘신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주님께서 세례를 너무 쉽게 받아서 시련을 주신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도 이 시련에서 제게 더 깊은 신앙을 주시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대장을 떠날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두 번 째 놀란 것은 그 날 저녁에 우역곡절이기는 해도 소총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그 부대장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 아주 성실하게 부대를 지휘해서 가장 모범적인 부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에서 성부와 성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 성령에 대해서는 낯선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내가 성령을 받았던가?’ 질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례 때 사실 성령을 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어디에다 비유할 수 있을까요? 사도 바오로께서는 그의 서간에서 이렇게 성령께 대한 은혜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성령께서도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 마음속까지 살펴보시는 분께서는 이러한 성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아십니다.”(로마 10,26-27)
연약하고 기도도 잘 못하는 우리에게 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말씀입니까?
지난번에 사제관에서 추워서 감기가 들리는 것 같아, 우리 교우 중에 한 분이 가스 벽난로를 와서 보았습니다. 그러더니 그 교우가 ‘불씨가 없네요.’하면서 밸브를 열고 해서 불씨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추우면 옆의 스위치를 올리니까 불이 커지고 따뜻해 지는 것입니다.
큰 식당 주방에 가도 가스로 요리를 하는 가스렌지가 여간 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쪽 켠에 불씨를 남겨 놓더라구요. 나중에 다시 요리를 할 때 밸브를 켜기만 하며 불씨에서 불이 붙어 금방 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다가 비유할 다 할수는 없지만 우리도 세례 때에 성령의 불씨를 갖게 된 것입니다. 복음 선포나 봉사의 기회가 오면 이 불씨가 불이 붙어 더 크고 뜨거운 불이 되는 것입니다.
무한하신 성령의 힘이 우리의 일을 도와 올바르고 좋은 결실을 낼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에게 붙여진 성령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작은 불씨라도 주님의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불을 붙여주시도록 기도합시다.
때로 없는 것 같고 때로 너무 미약한 것 같아도 오늘 성모님과 사도들에게 내리셔서 교회의 활력을 불러일으키신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에도 성령의 불씨에서 더욱 불타오르도록 기도합시다.
이제는 두려움과 안일함과 소극적인 모습이 아닌, 정말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복음선포에 앞장 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Rev. In-Joon Chung( Patr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