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처음 공원에서 참선 모임을 시작했을 때 찾아 왔던 사람들 중에 아직도 꾸준히 함께 수행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 청년의 이름은 “렘 Rem”이고, 렘은 멕시코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미국인입니다. 렘은 키가 엄청 크지만, 성격은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2019년 한국에 영화 스님과 제자들이 방문했을때, 렘은 비디오 제작을 돕기 위해 동행하였습니다. 무신론자로 시작한 미국 청년 렘에게 아미타불 염불이나 예불 등은 매우 새로운 일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렘은 성륜사에서도 불평하지 않았고, 성륜사의 기운이 너무 좋다면서 일주일 넘게 함께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렘은 필자가 시작한 “공원에서 참선” 모임에 처음 참석하였습니다. 렘은 필자의 모임에 오기 전에도 다른 명상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양 문화권에서 매우 잘 알려진 마인드풀니스 즉 마음 챙김으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렘이 경험한 마인드풀니스는 선생님에 따라 집중해야하는 대상이 일관되지 않아서, 어떤 선생님은 호흡에 집중하라고 하고, 마음에 집중하라는 경우도 있었고, 또 주변의 소리나 바닥의 느낌에 집중하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어김없이 참여자들에게 15달러의 수업료를 도네이션 즉 보시하라고 언급했습니다.
2019년 북가주 산호제 참선 워크샵
렘은 마인드풀니스 명상으로 집중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고, 마음도 더욱 안정되는 경험을 하였지만, 주기적인 수련으로 재빨리 정체기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렘이 이들 명상 선생님들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아무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습니다.
렘이 처음 공원에 찾아와 챤 메디테이션 즉 참선의 경우는 이와 달랐습니다. 필자는 영화 스님에게 배운 것과 같이 일단 초심자들에게 반가부좌나 결가부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결가부좌가 이미 되는 분들은 불편하더라도 앉을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래 앉도록 지시합니다. 그리고 초심자들의 목표는 매일 결가부좌로 한 시간 또는 그 이상 앉을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처음부터 요령을 알려주면 잘 할 수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첫 시도부터 결가부좌로 앉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고 수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결가부좌 수련한 분들은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가부좌로 앉으면 발목, 무릎, 허리 등 다양한 신체부위가 쑤시고 아픕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다리를 풀지 않는 것입니다. 결가부좌로 앉아있을 때 다리가 점점 더 아파서, 아픔의 정도가 점점 더 올라가면, 마음은 “그만 둬! 미친 짓이지, 다른 일을 해야 돼, 좀 쉬고 해야지”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목소리를 무시하고, 아픔을 직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효과적으로 선정력 즉 수행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렘은 처음 공원에서 참선에서 결가부좌의 이점에 대해 배운 후 매주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여했고, 집에서도 불편함과 아픔을 참으면서 진지하게 결가부좌 자세로 참선 수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렘은 단 몇 주 만에 “마인드풀니스”에서 얻은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진전과 향상을 경험했습니다.
렘의 직업은 영화 또는 비디오를 제작하는 필름 메이커입니다. 사진작업과는 달리 영화나 비디오 제작에 필요한 집필과 편집 작업은 홀로 해야 합니다. 몇 주 동안 혼자 계속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주 렘은 가장 어려운 적군인 스스로와 싸워야 합니다. 이렇게 홀로 일을 하다 보면 머리 속에서 “불공평한 것 같아. 해야하는 작업량에 비해서, 대가를 너무 적게 받았어, 사람들이 날 이용하는 것 같아”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참선 수행을 지속적으로 한 렘은 작업에 들어갔을 때 달라졌습니다. 렘은 스스로 이런 생각들로 부터 스스로 많이 덜 집착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런 번뇌들 즉 슬픔, 공포, 화 등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렘은 새로 정제된 집중 능력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필름 프로젝트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다른 많은 젊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렘은 무신론자였습니다. 하지만 렘은 주변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업”과 “인과응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렘은 영화 스님의 사찰은 노산사에서 불교에 귀의하고, 계율을 받아 정식으로 불교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스님이 구글 본사에 초청을 받아 참선 법문을 할 때, 필자의 권유도 렘도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어떤 구글의 엔지니어가 영화 스님에게 질문하였습니다. “마인드풀니스와 챤 메디테이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영화 스님은 구글 엔지니어들에게 되물었습니다. “마인드풀니스는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그러니 한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하든 방해 받지 않고 전적으로 그 순간에 있는 것입니다.” 이에 영화 스님은 “그것은 선정이며, 이를 마인드풀니스 (마음 챙김)이라 부를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설명했습니다. “마인드풀니스는 좋지 않게 번역되어진 개념입니다. 이는 “정념”이라는 불교 용어에서 유래되었고, 더 잘 번역하자면 “Proper thought”입니다.”
필자는 공원에서 참선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결가부좌와 챤 메디테이션 즉 참선을 알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수행하다가도 갑자기 모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과 연락을 해보니 꾸준히 집에서도 결가부좌 수행을 하고, 힘든 일이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인생의 발란스를 찾는데 참선 수행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렘도 또한 지난 1~2년 동안 모임에 오지 않았는데, 집에서 계속하여 결가부좌 수행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이런 학생들이 다시 모임에 찾아오면, 참선 수행으로 계속 더 많이 진전할 수 있음을 상기해 줍니다.
2015년 공원에서 참선 모임
2015년 공원에서 참선 모임
문의사항:
Shana Han: (562) 396-4805 / chanpurelan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