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활동을 오래 하신 분들은 기억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래 야구 진다고 게시판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내고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팬들이 이렇게 이기고 싶은데 선수들은 오죽하겠냐. 우리가 힘이 되줘야 한다" 뭐 그런 얘기를 더 많이 했죠
제가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건 딱 한가지 경우밖에 없었습니다
투수를 무리하게 기용하거나 야수의 체력을 안배하지 않을 때
김응용이나 김성근 시절에도 송창식이나 박정진-권혁 이슈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지
'팀이 하위권이다' '연패를 한다' 이런 문제로는 화를 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요즘은 왜 화를 낼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jtbc 예능이 있었습니다
셰프들이 출연자의 냉장고를 열어 거기 있는 재료만 가지고 요리하는 프로그램이었죠
처음에는 좋은 재료 하나도 없는 자취생 냉장고를 가지고 셰프들이 고군분투 하는게 인상적이었는데
결국 시간이 좀 지나면서 출연자들의 재료는 점점 더 업그레이도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답은 뻔합니다.
없는 재료 가지고 고군분투 뭐라도 만들어 내는게 한두번이야 재밌었는데
그것만 가지고 하려니까 프로그램 운영이 안 되는거죠
좋은 요리 맛있는 요리 신기한 요리 흥미로운 요리가 계속 나와야 되는데
재료 없어 멘붕타는 셰프들 표정만 보여주는 재미로는 한계가 있었던 거죠
수베로를 영입하면서 구단은...그리고 팬들은 아마 과거 롯데 로이스터 시절을 생각했을겁니다
만년 꼴찌 이미지를 벗어나 가을야구에 진출하던 그 시절 롯데처럼
한화도 뭔가 확 달라지기를 기대했겠죠
그런데 우리는 3년 연속 10위가 눈앞입니다
왜 그럴까요
리빌딩이 아직 안 끝나서?
로이스터는 리빌딩을 했는데 수베로는 말로만 해서?
그게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롯데도 '꼴데' 소리 들으면서 모욕을 당했지만
로이스터 영입 직전 롯데 라인업은 최소한 지금 한화 같지는 않았거든요
안 믿기죠?
롯데는 로이스터 매직으로 선수들이 쭉쭉 큰거고
한화는 재료가 괜찮은데 조합이 이상해서 결과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로이스터 부임(08년) 당시 롯데에는 (06년에 이미 MVP급 활약한) 27살 이대호가 있었고
33살 (당시 10년차) 조성환이 로이스터 첫해에 커리어하이를 찍었습니다
5년차 강민호는 08년 기준 올림픽 국대 포수였고요
28살 김주찬이 로이스터 부임 이전에 이미 통산 도루 100개를 넘기고 있었죠
로이스터 첫해 외국인 타자는 30홈런-111타점의 가르시아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손아섭이 2년차 전준우가 1년차였는데 성장한거죠
로이스터 덕분에 이대호-조성환-강민호-김주찬-가르시아가 더 잘했을 수도 있고
로이스터 덕분에 손아섭-전준우가 더 잘했을 수도 있는데요
기본적인 선수 구성을 지금의 한화와 한번 비교해보세요.
당시 롯데가 주전 선수만 잘하고 벤치멤버는 허접했을까요?
유격수 자리에 박기혁도 있었고 백업에 이원석도 있었죠
그리고 롯데가 로이스터 2년차에 무슨 일 했는지 아십니까?
홍성흔 FA로 데려와서 '홍대갈 트리오' 만들어줬습니다
09홍성흔 .371 12홈런
10홍성흔 .350 26홈런 찍었죠
11홍성흔도 3할 넘게 쳤고
12홍성흔도 두자리수 홈런 쳤습니다
롯데는 '손아섭 전준우를 키우고 내부육성에 힘쓰겠다'고 한게 아니고
이대호 강민호 가르시아 김주찬 손아섭 전준우 있는데 거기다 홍성흔 데려와서 타격왕 다툼 했죠
혹시 당시 롯데는 타자들만 좀 괜찮고 투수력은 약했는데
로이스터와 외국인 스태프들이 끝내주는 용병술로 마법을 부려서 가을야구에 갔을까요
뭐 다른 팀 팬들 기억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34살 손민한. 그러니까 지금 장민재보다 1살 많은 손민한이 이미 90+승 투수였고
24살 장원준. 그러니까 지금 강재민보다 2살 어린 장원준이 이미 풀타임 4년차 선발이었죠
롯데는 로이스터 부임 1년전 MLB에서 뛰던 송승준을 복귀시켰고
로이스터 취임 기준으로 팀 투수진 로스터에 이용훈-조정훈도 있었습니다
08롯데와 (현재 기준) 22한화 모두 외국인 투수 덕을 별로 못 봤는데
롯데에는 '토종선발'이 3명 있었고
한화에는 '선발로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팬들이 기대하는 선수'들이 여러명 있죠
한화가 내야는 리빙딜이 끝난 상태인데, 롯데는 로이스터가 내야를 만들었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당시 롯데 유격수 박기혁(28세)은 로이스터 부임 기준으로 이미 풀타임유격수 5년차에
2루수로도 반시즌씩 3년+루키 1년까지 토탈 9년의 경험을 쌓은 키스톤이었죠 (2루수는 조성환)
사람들은 로이스터가 <마법>을 부렸다고 말합니다
맞아요 부렸습니다 마법
로이스터의 능력이 훌륭했고 마법같은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로이스터가 2할1푼치는 애들한테 무조건 'No Fear!!'만 외쳐서 롯데가 잘한 게 아닙니다
괜찮은 재료들이 이미 여럿 있었습니다.
이미 잘 손질되서 요리하기 좋게 다듬어진 그런 재료들 말입니다
로이스터는 그 재료에 양념을 조합하고 간을 맞춰 테이블을 차렸죠
자 한화이글스는 어떻습니까?
당시 기준 이대호같은 27세 선수나 조성환 같은 33세 선수가 있나요?
최재훈은 좋은 포수지만 강민호는 24살 국가대표였고
터크먼은 라이언 힐리보다 훨씬 더 좋은 타자지만
30홈런-111타점 가르시아 만큼의 파괴력과 지배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했죠
우리에게 국대급 젊은 타자가 2명 있지만
당시 롯데에도 손아섭과 전준우가 있었고요
야구 잘하는 선수 여러명이 한꺼번에 팀에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없던 시스템 뒤늦게 만들었는데 갑자기 수베로에게 좋은 선수들을 데려다 줄 수는 없죠
하지만 지난 겨울에 어떤 기회가 있었죠?
올 시즌 현재 타격 WAR 2위인 나성범
이달 부상으로 빠졌지만 그 전까지 .331치던 박건우 데려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기회 치열하게 경쟁 붙어서 아쉽게 '졌잘싸'로 놓쳤나요?
아니죠. 그 기회를 잡을 아주 작은 노력조차 안하고 그냥 '언플'만 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냉장고 속 재료들의 질이 계속 좋아졌는데
<한화이글스를 부탁해>는 아직 그런 기미가 안 보이네요
터크먼이라는 괜찮은 외국인을 뽑아온 건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잘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외국인 투수 듀오는 어떻습니까
구단은 선수들의 몸상태 체크와 관리를 잘 했나요?
심지어 한명은 작년에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적이 있었죠
그때와 지금, 우리 구단이 자기 할 일을 제대로 잘 했을까요?
코로나 여파로 해외 전지훈련이 어려워지면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탓인지 팀마다 부상자가 넘쳐납니다
지금 한화도 부상이 많죠
선수 부상이 생기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대안, 그러니까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팀이 뭘 했습니까?
로이스터 부임 이후 전준우 손아섭이 국대급 골글러로 성장했지만
로이스터 이전에도 롯데에는 이대호-조성환-김주찬-강민호-박기혁-이원석 있었고
팀은 로이스터에게 가르시아를 데려다 줬습니다
한화이글스에는 누가 있고
한화이글스는 수베로에게 누구를 데려다 줬나요?
타격감 바닥 찍는 선수를 계속 중심에 두는 수베로도 문제인데
근본적으로 수베로에게 카드를 많이 넘겨주지 않은 구단이 더 큰 문제입니다
부정확한 송구도 멋지게 잡아주는 1루수가 칭찬 받겠지만
애초에 송구가 정확해야 1루수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처럼
구단이 해야 할 역할이 있고 그 바운더리 안에서 감독의 역량이 드러나는데
우리 구단은 그걸 하지 않았습니다
37년 역사에 한두번쯤 하고 나머지는 안 했죠
내년에는 할까요?
후년에는 할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나로호 스태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한화그룹 회장 기사를 보면서
그냥 좀 쓸쓸한 마음만 드는 아침입니다.
첫댓글 무슨 꿍꿍이 인지...팀이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그룹에 무슨 이득이 있는게 아닐까요? 우리가 모르는...그렇지 않고서야...
매각이 답입니다..
나성범 박건우 박병호 중 한명은 잡아서 클린업에 놨어야 한다고 봅니다.
맞습니다. 최하위권전력을 가지고 어떤 명장도 가을야구 끌고 갈 순 없습니다. 김성근의 쌍방울은 중위권전력을 가지고 쥐어짜서 플옵을 갔고 그 김성근조차 선수들 다 팔아버리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07년Sk왕조 또한 03년준우승 05년가을야구갔던 중상위권 전력의 팀이었죠. 이미 최하위권 전력의 팀에서 리빌딩 한답시고 고참급 선수들 다 방출하고 FA영입하나 없는데 꼴찌하는게 너무 당연합니다.
구구절절 공감 합니다
재료가 부족한데 어떻게 천하일미 요리가 나올까요?
매번 그깟 공놀이에 화내지 말자하시던 1번선발님인데 진짜 화나신게 느껴집니다. 저또한 그렇고 이런 꼴지이미지를 이용하는거같아 한화구단이 싫으네요. 암흑기 롯데처럼 무관중느낌나게 무관심으로 대해야하는데 팬들이 너무 착하네요.
올해는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는 올해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죠.
과거에 준비를 제대로 안 해서 올해 망했고,
올해도 제대로 안 했으니 내년, 내후년도 볼것도 없죠.
시즌 끝나고 FA 살 수도 있다고요? 맞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올해 나오는 상품은 작년에 비해 상급 제품이 별로 없군요.
하지만 지난해 보다 못한 자원이라도 질러야 한다고 봅니다.
한화는 성공 할 때까지 모든 포지션 fa, S급부터 B급까지 가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만큼 다 사야합니다.
퓨쳐스에서 평범한 수준으로 수비하는 선수도 못 키워내는 수준인데.
육성으로 뭘 한다? 불가능합니다.
김응용, 김성근시절 fa를 샀는데도 실패해서 투자를 안하다라고 하는데.
그건 덜 사서 실패한겁니다. 그때 지갑을 닫는 게 아니라 더 샀어야 해요.
사실 순위표만 보면 완전 실패라고 하기도 어렵죠
류현진 데리고도 8868했고,
이용규, 정근우 지르고 2014년 꼴찌 이후 이후 678, 그리고 가을야구 했습니다.
무지성으로 지른 fa빨로 5년간 최하위 한번이죠. 그리고 FA 빨 떨어질때쯤 하위권으로 추락해서 이꼴이죠.
결론? 그냥 될때까지 사서 써야됩니다.
아니면 지금 그대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