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참으로 뜻 깊은 한해였습니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 스님을 모시고, 여러 출가인과 재가인 도반들과 함께 미국에서 한국으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선화상인으로부터 전해진 중국 전통 용맹정진 프로그램인 불칠과 선칠을 한국 수행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작년 처음으로 스승님인 영화 스님을 모시고 한국에 방문하였는데, 첫 방문 시 새벽 3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총 14시간 참선 정진하는 선칠 프로그램을 3일 씩 서울과 제주도에서 소개했습니다. 올 해 두 번째 한국 방문 동안 참선 정진인 선칠 뿐만 아니라 정토불교 수행의 정수인 아미타불 염불 정진 프로그램, 불칠도 함께 하였습니다.
영화 스님과 제자들 한국 방문단은 3월 말 서울 국제선센터에서 6박 7일 그리고 4월 초 전라남도 곡성 성륜사에서 6박 7일 총 2회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에 방문하는 동안 한국 문화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대승불교의 뿌리, 수행에 대한 목마름, 온 힘을 다 모아서 열심히 수행에 몰입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참석자들 서로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진심으로 독려하고, 도우려는 마음가짐을 보면서 감흥이 깊었습니다. 또한 좋은 스승님 아래에서 수행을 지도 받으면서, 순조롭게 수행에 진전을 경험하고, 또 자세히 배우는 것이 많은데, 내 스스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불칠과 선칠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러 수행자들 중 우리에게 인상을 깊게 남긴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러 참석한 분들 중 충남 당진시에서 전남 곡성 성륜사까지 오셔서 참석한 원영연이란 50대 후반의 남자 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분을 만났을 때 매우 반가웠습니다. 필자는 한국 방문하기 전에 수행 프로그램을 알리고자, 영화 스님의 가르침과 수행법에 대한 네이버 카페 https://cafe.naver.com/mastersunim를%20열었습니다.%20영연씨는%20우리가%20한국에%20입국하기 전에 질문도 적극적으로 했었고, 결가부좌 수행에 대한 관심도 많이 보였습니다. 성륜사에서 영연씨를 처음 만났는데, 저에게 네이버 카페에서 “하늘 물고기”라는 이름으로 질문을 올렸다고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그 분 말씀이 여러 수행에 관련된 온라인 카페들을 통해 글 들을 읽고, 모임들도 참석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수행에 대한 뚜렷한 결과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는 필자가 올린 영화 스님의 불칠과 선칠 안내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안내문을 보고 불칠과 선칠에 대한 단어도 익숙하지 않아 별 큰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행사 날짜가 가까워 질수록 꼭 한번 참석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합니다.
영연씨는 예전부터 청화큰스님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던 터라, 청화 스님이 창건하신 성륜사 방문도 할 겸, 수행 프로그램에 참석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성륜사로 2시간 반 걸려서 운전하여 도착했습니다. 영화 스님과 일행들이 한국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성륜사는 새로운 주지 스님을 맞이 했고, 종무소 직원들도 새로 다 바뀐 상황이었습니다. 종무소의 새 직원은 수행 참여자들에게 무료 수행 프로그램에 등록하신 분들의 숫자가 많아 잠자리가 모자를 것 같고, 숙소가 편하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영연씨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불끈 기분이 확 상하였지만 그래도 먼 길을 왔으니 저녁 개시 법문은 듣고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영화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중풍을 맞은 오른쪽 다리속에서 복숭아뼈까지 예리한 칼날이 파고 들어 뼈를 찢는 듯한 통증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는 마음도 불편한데 이런 통증까지 오니, 영화 스님이 법문을 마치며 “잠자리가 불편해도 참고 수련하라”는 말씀이 하셨지만, 그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그 때 저는 영연씨가 밤 늦게 떠난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영연씨가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밤 늦게 법문이 끝나고 영연씨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랴부랴 고속도로에 진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고속도로에 진입하고자 톨게이트를 지나는데, 고속도로 통행 카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통행 카드 기기의 호출 버튼을 눌렀는데, 안내원은 사진이 찍혔으니 걱정말고, 목적지 도착하면 고속도로 출구에서 정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목적지 톨게이트 출구에는 무인 자동 시설이라, 일부러 직전 고속도로 출구로 나오려 했습니다. 그런데 톨게이트 안내원이 어디에서 출발했냐고 물어봤는데, 그는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아 대답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렇게 영연씨는 안내원과 실갱이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운전대를 돌려 2시간 반 걸려 곡성 성륜사로 왔다고 합니다.
이 분이 수행하는 동안 경험한 여러가지 통증 증세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는데, 항상 웃는 표정으로 아픔이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비명이 나올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도 이야기를 하는 분이라,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상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분 말씀이 예전에 중풍을 맞아서 몸 한쪽의 감각이 정상 아니라 하였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수행하는 중 통증이 상당히 심했을 겁니다.
행선 (걷는 시간) 동안 잠시 저와 대화를 하였는데, 예를 들면, 어떨 때에는 기운이 등쪽에서 쟁기질 하듯이 오르기도 하고, 아랫배가 텅 비어 투명한 구슬이 척추를 때리기도 하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는 때로 기해혈에 둥그런 자리가 생겨 통증이 엄습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는 아주 좋은 것이니 법문 시간에 이런 경험들을 대중들과 나누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영화 스님은 이런 것들이 모두 좋은 증상이라 대답해 주셨습니다.
영연씨하고는 또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성륜사 수행 프로그램은 화요일에 시작해서 월요일에 끝나는 스케줄이었는데, 월요일에 출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요일 새벽 잠이 부족한 상태로 두 번째 탈출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저에게도 분명히 좋은 경험 했다면서 인사하고 집으로 떠난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법문 시간에 보니 영연씨가 성륜사에 있었습니다. 피곤함과 졸음을 참고 겨우 두 시간 반 걸려서 집에 돌아갔는데, 아내가 하는 말이 “선사님께 제대로 인사도 안하고 오면 어떻게 해요? 방이 불편하고 쉴 공간이 없는 것도 모두 공부에 좋은 것이니, 한 잠 자고 다시 성륜사로 돌아가세요!” 참 이상한 일은 보통 때 같으면 이런 이야기하는 아내에게 짜증을 내고, 노발대발하면서 싸웠을텐데, 그냥 알았다고 하고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후 5시쯤 일어나니, 그의 아내는 이미 회향에 올리라고 과일을 분비해 차에 실어주고, 떡은 성륜사 공양간에 물어봐서 주문하라고 배웅해 주었습니다.
영연씨는 일요일 저녁 이렇게 성륜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와서 “안 보이는 힘이 자꾸 나를 성륜사로 소환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날 법회 전 결가부좌로 앉아 수행하는데, 산채로 지옥에 들어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니 결가부좌로 한 시간을 꼭 채우자는 마음으로 앉아 있는데, 시계의 초침 움직이는 소리는 마치 작두로 다리를 절단하는 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거의 한 시간이 되었을 때 정수리에 뜨거운 땀이 솟아나면서, 회음혈 족에서 핸드볼 만한 덩어리가 아래 뱃속에 들어오는 느낌을 받으면서 결가부좌를 풀었습니다.
그는 다리를 풀자마자 도망치 듯 숙소로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겨우 잠이 들었는데, 중풍 맞은 오른쪽 팔다리에 첫 날 느꼈던 예리한 칼날이 파고 드는 통증으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너무 고통이 심해 수행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차장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마치 Automatic Clinic 같이 기운이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치유하고 있었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주차장을 서성거렸지만, 이 수행 경험으로 모든 바램이 성취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15년 전 안구 중풍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섯었지만, 복이 많아 병원치료 없이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신체의 오른쪽 반쪽은 중풍의 후유증으로 감각이 나무 토막 같은 상태로 지내왔습니다. 첫날 법문 말미에 오른쪽 서해부에서 복숭아뼈까지 칼날이 들어와 뼈를 찢는 듯한 경험을 한 후에는 결가부좌를 해도 허벅지 안쪽은 통증이 현저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외 부분은 아직도 통증이 많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결가부좌 시 하체부분에 통증이 있겠지만, 영연씨의 경우 오른쪽 팔과 어깨 특히 어깨관절의 통증이 상상을 초월하게 심했고, 하체는 하체대로 통증이 지속되었습니다. 또한 좌선하는 동안 비로자나 수인을 하라고 배웠는데, 엄지 손가락끼리 마주 붙이면 왼쪽 손가락이 예리한 칼날이 되어, 마치 오른쪽 엄지속가락을 파고 드는 통증을 경험하였고, 또한 고압 전류가 걸린 것처럼 오른팔과 어깨까지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행 프로그램을 마친 지금은 모두 편안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영연씨는 성륜사에서 불칠과 선칠을 마치고, 매일 결가부좌 수행을 하고 있는데, 1시간 이상을 앉아도 하체의 통증은 조금 있지만, 상체는 거의 통증이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수행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전에는 잠자다가 새벽에 깨면 오른쪽과 왼쪽 신체 감각이 크게 달랐지만, 지금은 온몸의 감각이 동일하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수행 후 심리적으로도 수행을 마친 후 마음 속의 생각과 출렁임이 작아지고,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밖으로 향했던 감각들이 안으로 향해진 것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한국 성륜사에서 함께 수행한 후에도 간혹 카카오톡과 네이버카페를 통해 안부를 전합니다. 영연씨는 지금도 매일 결가부좌 수행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수행 후 변한 남편을 위해, 아내도 남편이 매일 결가부좌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륜사 수행 프로그램 동안 그는 “중풍맨”이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수행정진으로 중풍을 크게 극복하여, 그는 본인 스스로를 당당하게 중풍맨이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