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할 찬, 燦 / 빗새
황금찬 시인의 이름을 읽다가
문득 한 글자 앞에서
오래전 교복 입은 내가 멈춰 선다
黃金燦—
옥편도 없던 시절
나는 ‘燦’ 자를 들고 아버지께 갔다
아버지는 획을 하나씩 짚으며
불 화(火) 변에 찬란할 찬이라 하셨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나는 글자라고
그날 아버지는 글자 하나를
가르쳐 주셨을 뿐인데
내 마음에는 등불 하나가 켜졌다
나도 훗날 아들이 한자를 물으면
막힘없이 일러주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
낡은 책장을 넘기며 한자를 익혔다
세월이 흘러
수많은 글자를 읽고 쓰게 되었지만
아버지께 배운 그 한 자만큼
밝게 남아 있는 글자는 없다
오늘 다시 ‘燦’을 써 본다
왼쪽의 불꽃은 아버지의 가르침이고
오른쪽의 빛은 아들에게 건너간 마음이다
이제 물어볼 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모르는 글자 앞에 설 때마다
내 마음속 옥편을 펼치면
아버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따뜻한 손끝으로 획을 짚으시며
내 삶을 환하게 밝혀 주신다
찬란할 찬, 燦—
그 한 글자 속에서
오늘도 아버지가 빛나고 계신다
빗새
첫댓글 시도 좋고
효자이고 좋은 아빠로 느껴지는, 시이군요
가족 사랑이 느껴지는 참 좋은 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