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하영이
살아 있으려면
채찍을 맞아야 해
때로는 누구로부터
때로는 나 자신에게
채찍을 맞고
사정없이 돌아야 팽이지
자칫 흔들리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채찍이 날아와
초점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더 빨리 돌아야 팽이지
중심 잃고 넘어지면
나는 팽이가 아니지
(하영이 시집, 『둥근 오후』사색의정원 시인선 13. 2021년)
[작가소개]
하영이 『문학공간』신인상 등단(1995).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대문학작가연대 회원.
김포문화원 이사.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부설 문예
대학장 역임. 한국예술총연합회 김포지회 이사 역임. 김포문학상 대상 수상, 경기문학
공로상 수상, 김포시문화상 수상(문화 예술부문), 김포문학상 작품집상 수상. 시집 『보
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둥근 오후』(가천 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공저『한강의 여명』,『겨울에 피는 해바라기』외 다수가 있다
[시향]
팽이는 ‘핑핑 돈다’는 의미에서 ‘핑이’로 불리다가 ‘팽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팽이보다 더 큰 인간이 빙빙 도는 모습을 표현한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빙빙 도니까 ‘빙이’라고 불리다가 ‘뱅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우겨도 무방할 것 같은 말들이 있다 ‘장돌뱅이’, ‘주정뱅이’, ‘비렁뱅이’, ‘가난뱅이’...... 우연찮게도 이 낱말들에는 빙빙 돌아다닌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빙빙 돌아야 살 수 있는, 채찍을 맞아야 그나마 존립할 수 있는 팽이처럼, 인간도 세파에 시달리고 말[言]의 채찍을 맞고 나서 오히려 온전히 살아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살아 있으려면/ 채찍을 맞아야 해” ......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나는 팽이가 아니지” 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팽이는 시인에게 활물화된 페르소나다 말 많고 까칠한 이 사회를 살아내기 위해 시인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음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누군가로부터 말[言]의 채찍을 맞고 사정없이 돌다보니 흔들리지 않았고 중심을 잃지 않았으며 팽이처럼 넘어지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본성 위에 팽이라는 페르소나를 의식하며, 거기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왔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라도 팽이처럼 얻어맞는 과정을 거뜬히 이겨냄으로써 사회적 인격체로 완성될 수 있다는 시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글 : 박정인(시인)
첫댓글 팽이가 시인의 페르소나였군요.
빙빙 돌아야 하는 뱅이에 담긴 의미가 애달프게 다가옵니다.
부지런하신 진사무국장님 ,
바쁘신 중에도 들리셨네요 팽이처럼 세게 얻어맞을수록 단단해진다는 것을 이즈음에 느낍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시인의 담금질과 시평이 아픕니다.
박소미 시인님 여기서 뵈니 더 반갑습니다
시인님의 한결같은 열정에 감사와 박수를 ...... 짝짝짝
박정인 시인님 부족한 제 작품에 날개를 달아 주시니 용기내어 봅니다
식어가는 감성에 채찍을 가해 보려합니다
감사한 마음도 담아 올립니다
고문님 다녀가셨네요 감사합니다
문협 발전을 위해 팽이처럼 스스로 채찍질하며 젊은 날들을 보내셨을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