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숨은 일꾼 - 김기유(아우구스티노)
의사, 간호사만 병원에서 일하는 건 아니다. 환자들을 마주 대하고 직접 치료하는 그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만난 영통영덕본당 김기유(아우구스티노, 51세)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임상의학연구소 파트장인 그는 교수들의 연구에 필요한 물품, 장비, 자료들을 지원하고 연구소 내 4개 파트(중앙실험실, 임상실험센터, 조직은행, 조혈모세포은행)의 전반적 행정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매일 실험실과 모든 파트의 사무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김기유 씨 역시 의사와 같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이 하얀 가운은 생명을 돌보는 사람, 생명의 존엄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직접 환자들을 돌보진 않지만 제가 한 검사들이 환자 치유에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에 큰 기쁨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생명과 관계된 일을 하는 그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앞에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몇 년 간격으로 부모님을 모두 암으로 떠나보낸 것이다. 원래 무신론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폐암 환자로 호스피스를 받으면서 봉사자, 수녀님들의 돌봄에 차츰 마음이 열렸고 결국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인 김 씨로부터 대세를 받았다. 그는 죽음에 임박한 아버지를 목욕시켜 드린 날, 체내 분비물을 한 시간 가량 쏟아내시고 난 아버지의 너무나 맑고 평화로웠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꼭 예수님처럼 느껴져서 아직도 생생해요. 처음에는 부모님의 병과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오히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었던 귀한 계기였습니다.”
그런 체험 때문일까. 김기유 씨는 현재 병원 내 가톨릭 남직원회 부회장이면서 원목실 주관 미사의 전례봉사를 도맡으며 직장에서도 신앙생활을 놓지 않는다. 또 안산 빈센트의원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한편, 작년 교구 한마음 헌혈캠페인 때에는 황금 같은 휴일을 가장 많이 반납한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갖는 생명에 대한 갈망을 더 잘 압니다. 생명은 하느님이 주셨기에 존엄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잘 보존해나가야 하는데, 요즘은 자신의 생명조차 경시하는 사람이 많고 더군다나 타인의 생명에는 무관심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특히 업무상, 꼭 필요한 사람이 제때에 수혈을 받지 못해 겪는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는 김기유 씨에게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일, 곧 ‘고귀한 희생’이다. 한번은 희귀한 혈액을 가진 환자를 위해 전국을 다 뒤져서 적합한 피를 찾아준 적이 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그 환자의 가족들이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생명을 매개로 한 살아있는 선교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여러 사람이 삶을 얻고, 그 신비를 느낀다면 그 속에서 자연스레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김기유 씨는 오는 2월 24일부터 시작되는 교구 한마음 헌혈캠페인 봉사에도 어김없이 나설 예정이다. “헌혈 참여자들이 나눔을 통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한층 더 친절한 안내자로 임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힌다.
육체적 치료는 인간이 하지만, ‘참된 치유자는 하느님’이라고 믿는 김기유 씨에게 “병원은 직장이 아니라, 삶의 샘터”다. 이러한 그의 믿음과 넉넉한 웃음이라면, 올해 헌혈캠페인은 사랑의 풍년을 맞지 않을까.
● 2009 교구 한마음 헌혈 캠페인 기간 (2월 24일~ )
문의 : 교구 한마음운동본부 (268-3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