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말복이다.
그까이꺼 간다 / 조명래
갑진년도 유난히 폭서로 삶아재끼는 여름이다. 폭서의 그 여정 8월 입추, 말복 지나고 이어서 오는 처서를 넘으면 자연의 순리 대로 그까이꺼 폭서는 간다.
가녀린 코스모스 꽃길에 잠자리 떼 날고 언뜻언뜻 파란하늘에 뭉개구름 흐르고 숲속 가득 풀벌레 하모니에 달라지니 시간의 온도차에 그까이꺼 폭염은 간다.
산야의 계곡 이끼도 돋아나는 버섯류도 자연의 모두는 시간으로 공전하는 지구라는 별의 몸짓이라 숙명을 살아 건너야하는 계절의 강 뿌리로 줄기로 씨앗으로 영양을 비축하는 결실로 그까이꺼 열대야도 간다.
잎새의 날들이 성장을 멈추어 가면 수기하강이라 남겨야할것과 버려야할것의 경계 저 질곡의 분기점에서 미소짓는 건들바람에 하늘은 높고 맑아지니 그까이꺼 혹서도 간다.
○ 유난히 무더운 날씨에...
폭염(暴炎)이란 말은 평년보다 기온이 매우 높아 심각한 더위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더위가 기슴을 부린다는 뜻으로, 열파(熱波), 혹서(酷暑), 혹서기(酷暑期)라고도 부른다.
폭염이 한밤중에도 지속되면 이를 열대야(熱帶夜)라고 부르는데 열대야는 여름에 18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C 이상인 밤을 지칭하는 것이다.
○ 더위의 종류
1. 혹서(酷暑)
혹서는 지독한 더위를 보이는 여름이란 뜻.
2. 혹염(酷炎)
혹염은 너무 무더워 견디기 힘든 여름이라는 뜻.
3. 혹열(酷熱)
역시 심한 더위가 닥친 여름이란 뜻.
습도가 매우 높으면서 찌는 듯한 더위가 닥친다면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 더위’ 라 부르고,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가 오면 ‘불볕더위’ ‘불더위’ ‘강더위’ 등으로 부른다.
‘무더위’는 ‘물’과 ‘더위’의 합성어에서 ‘물’의 받침 ‘ㄹ’이 탈락한 것으로,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이고 ‘찜통더위’는 몹시 습하면서도 온도도 매우 높아 마치 찜통 안에서 뜨거운 김을 쐬는 것 같은 더위이다.
‘가마솥 더위’는 가마솥을 달굴 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심한 더위를 이르는 말이고 ‘불볕더위’는 마치 불이 내리쬐는 것처럼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쬘 때의 더위를 나타내는 ‘불더위’와 같은 뜻이다.
‘된더위’나 ‘땡볕더위’도 마찬가지 의미이며 ‘강더위’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를 이르는데, 여기서 ‘강’은 ‘마른’ 또는 ‘물기가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또 가장 무더운 '삼복더위'가 있는데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켜 복날 혹은 삼복(三伏) 이라 부르고 이 삼복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이다.
따라서 '삼복더위'라는 말은 몹시 더운 날씨를 지칭하는 말로, 가장 더운 시기인 삼복기간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는 흔히 첫 번째 복날을 초복(初伏)이라 하고, 두 번째 복날을 중복(中伏), 세 번째 복날을 말복(末伏)이라 한다.
초복은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立秋)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다.
여기서 경일(庚日)이라 함은 십간 중 '庚'자가 들어가는 날을 의미하므로 복날(伏-) 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삼복(三伏)은 양력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들어가는 잡절(雜節)이지 24절기는 아니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통상 20일이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월복(越伏)이라고 하는데 금년이 바로 이 월복(越伏)해로 한국천문연구원이 1900~2100년의 삼복을 조사해보니 월복이 일어날 확률(월복률)은 71.39% 10번에 7번은 월복인 셈이다.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었는데 과거에는 개장국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으며, 현대에는 삼계탕을 잘 만들어 먹고 있다.
삼복더위가 오면 몸이 피로해지고 기운이 떨어질 수 있어서 닭과 인삼은 열을 내는 음식이므로, 삼계탕을 먹는 것이 더위로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에는 땀으로 인해 기력이 약해지는데, 삼계탕의 부재료인 인삼은 원기를 보충하고 땀을 줄여준다.
또한 삼계탕에 들어가는 대추와 마늘은 장기 기능을 보호하고 소화와 해독을 돕는데 도움을 준다.
닭과 인삼은 서로를 보완하는 환상적인 조합으로 누린내도 없애고 양기를 보충해주고 있서 복날에는 삼계탕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먹기도 했다.
아이들이나 여인(아낙)들은 참외나 수박을 먹었으며,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濯足 발을 씻음)을 하면서 더위를 피하기도 하였고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복날에 시냇가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러한 속신 때문에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복 날에 목욕을 하였다면, 중복 날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했다. 복날마다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것이 벼의 나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벼는 이렇게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피어나게 된다고 한다.
한편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靑山) 보은(報恩)의 큰애기가 운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충청북도 청산과 보은이 우리나라에서는 대추가 많이 생산되는 지방인 데서 유래한 속설이다.
대추나무는 복날마다 꽃이 핀다고 하는데, 그러므로 복날에 날씨가 맑아야 대추열매가 잘 열리게 된다.
그런데 이날 비가 오면 대추열매가 열리기 어렵고, 결국 대추농사는 흉년이 들게 된다.
따라서, 대추농사를 많이 하는 지방에서는 혼인비용과 생계에 있어서 차질이 생기므로 이를 풍자해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고, 35℃ 이상일 때에는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요즘은 거의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럴때는 열피로와 열경련, 열사병을 조심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시고 부족해진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생선이나 야채 등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특히 오렌지 키위 귤 등 칼륨이 풍부한 과일을 많이 먹으면 좋다.
아침에 더운 물로 샤워하면 혈액 순환이 촉진되고 자율신경도 자극돼 몸의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서늘할 때 20∼30분 산책하는 것도 좋다. 삼복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강에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