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골목길
10월에 두 번에 걸쳐 “대전 역세권 개발사업”으로 얼마 안가면 사라져 버릴 대전역 뒤편 신안동, 소제동, 삼성동 일대의 골목길들을 돌아보았다. 사라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하여 문화유산위원회( 백 남우, 안 여종, 박 은숙)가 제안하여 관심 있는 문화연대 회원들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을 누볐다. 대전역 밑으로 동서 관통로가 뚫리고 철도공사의 20층 쌍둥이 빌딩이 랜드마크로 우뚝 솟아, 그동안 철로로 가로막혀 소외되었던 대전역 뒤편지역은 벌써 경관이 바뀌고 주민들도 빨리 보상을 받고 떠나기를 원하는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아직도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일제시대에 지어진 큰 규모의 목조건물과 철도관사, 오래된 나무들, 대전에서 가장 큰 운동장이었던 철도운동장 등을 조망하며 철로변 판자촌 골목으로 들어섰다. 다닥다닥 붙은 이층 건물에 1층 지붕으로 튀어 나온 공간에 내다 놓은 화분들이 정겹다. 강아지 이름을 땄다는 복실이란 이름의 동내슈퍼에도 사람들이 나와 있고 낡고 오래된 커피집 아줌마는 레이저를 쏘여 얼굴이 흉하다고 부끄러워한다. 예전에는 꽤 번창했다는 솜틀집 시장거리와 원동 지하도 입구를 둘러보고 대동천을 건넜다.
옛 지도와 지형을 보며(계족산에서 내려온 지능선이 이곳 까지 이어진다) 원래 소제호가 있던 자리를 가늠해 보며(우암고택도 소제호 기슭에 있었다) 소제호가 메워지고 대동천 물길을 새로 뚫었다는 설명, 그리고 옛길들이 지금의 골목길로 남아 있다는 설명, 칠팔십 년 대 까지만 해도 이곳 골목길들을 걸어서 다녔다는 옛생돌(옛날을 생각하며 돌아보는 모임)의 백남우 씨의 향수어린 설명 등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사진 골목길을 올랐다. 오래된 개인주택들 사이에 미장원, 이발소, 목공소, 가게 등등이 오밀 조밀하게 어우러져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골목길에 들어서니 아 우리가 얼마 전까지 만해도 이렇게 살았지 하는 생각에 반갑다. 큰 골목은 다시 차가 다닐 수 없는 작은 골목으로 미로처럼 이어지고 인간적인 규모의 작은 골목길을 만나니 편안해진다. 골목은 숨 가쁜 도시의 속도를 늦춰 후미진 틈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흥동 관사촌과 퇴미고개 골목, 선화동 계단 위 고급주택가 골목과는 또 다른 경관을 지닌 이곳마저 사라지게 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흉물스런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를 허문일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구도심지역을 재개발한다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경제적 탐욕을 부추켜 골목길의 다채로운 조형성, 정서적 안정감, 삶의 작은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시간의 켜와 굴곡이 남아있는 골목길들까지 모두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가 넘쳐나는 대전에 그나마 남아있는 개인주택가 지역들을 어떻게 하면 보존하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들 것인가, 편리함과 경제적 부의 축적수단으로 전락한 주거문화를 어떻게 하면 이웃과 함께 사는 생활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소중한 골목길들이 사라지는 것을 방치하고서는 대전이 문화도시가 되기 어렵다. 시에서도 주민들이 원한다고 하여 대규모 아파트 건설위주의 도시 재개발정책을 추진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지개 프로젝트”와 같은 주택개량사업을 확대해 나가면서 주거문화의 다양화를 모색해야 한다, 획일화된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오도록. 문화연대에서는 남아있는 주택가 골목길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살고 싶은 골목길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첫댓글 뒤늦게 "좋은 코스 소개"에 똘까마귀님이 올린 함께한 대전역 주변의 골목길 답사 사진을 보고 지난 10월 문화연대 소식지 "문연소식'에 쓴 정책컬럼을 올립니다. 사라져 가는 골목길을 사무치는 마음으로 아쉬워 하며.
답사 후 문화연대 까페에 답사 사진들이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늦었지만 산행대장께서 대둘에 올린 내용을 문화연대 홈페이지에 올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번 걸어보고 싶은 길입니다.
옛것을 보존하고 지키려는 마음, 지자체에선 아직 감각이 없는듯 합니다.
우리것, 옛것을 지키려 하지 않아 우리것,우리만에 독특한것 이사라져가고있습니다.
획일적인 개발, 똑같은 개발,산성의 예로 봐도 쓸데없는 복원,똑같은복원(계족산성,보문산성등)
들리던 숨결마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도 골목길 사라짐에 안타까워요. 골목 언젠가는 사어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