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테리 라이언 단장.(사진=이영미)>
12월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미국 미네소타 트윈스 타겟필드 스타디움의 프레스룸에 박병호가 나타났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테리 라이언 단장, 마이크 래드클리프 부사장, 그리고 박병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앨런 네로, 한재웅 씨가 박병호의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테리 라이언 단장은 기자회견 서두에 박병호와의 협상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11월 6일 포스팅에 입찰했으며, 12월 1일 최종적으로 계약을 맺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박병호가 KBO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에 대한 얘기도 곁들였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박병호는 상기된 표정으로 뒤를 돌아선 자신의 등번호를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달고 뛰었던 52번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기자회견을 통해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취재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히 답변해 나갔다.
기자들과 박병호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미국에서 야구하게 된 소감이 어떠한가.
“야구하는 건 어디서 하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90 마일 이상의 빠른 패스트볼과 한국에서 경험한 볼과 차이가 있을 텐데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해도 타자는 투수의 공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많은 공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하며 많은 연구를 해왔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좋은 움직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에 적응하려고 타격폼을 수정하기도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정호 선수의 조언처럼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워가는 것이다. 강정호 선수도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쳤고, 그 경험을 전해줬기 때문에 앞으로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 지명타자를 경험한 적이 있었나.
“한국에서는 한 시즌에 많으면 15경기 정도 지명타자로 섰었다. 그리고 수비를 병행했다. 만약 팀이 지명타자를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그게 이 팀과 계약하는 선수의 임무가 아닌가 싶다.”
한국 팬들은 미네소타 트윈스 입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팬들은 내가 미국에서 야구하는데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줬다. 다만 넥센 히어로즈 팬들은 분명 아쉬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꿈을 갖고 도전을 펼치는 데 대해선 축하와 격려를 보내줬다.”
<인터뷰하고 있는 박병호. 왼쪽은 에이전트사 옥타곤의 한재웅 씨.(사진=이영미)>
한국에서의 홈런 실력이 여기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강정호 선수가 말하길 타깃필드는 장타력을 발휘하는데 문제가 없는 구장이라고 하더라. 강정호 선수도 이곳에서 좋은 활약(원정 트윈스전에서 홈런)을 펼치지 않았나. 그 모습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한국 투수들과는 다른 빠른 볼이라든지, 공의 움직임 등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자연스레 적응해 나갈 것이다.”
강정호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건가.
“(강정호와는) 좋은 친구이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먼저 좋은 길을 제시해줬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계약 내용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크다.
“계약하면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엔 미네소타에서 충분히 도전적인 제시를 해줬다고 본다. 나 또한 금액에 만족했기 때문에 기분 좋게 사인할 수 있었다.”
미니애폴리스는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직접 와 보니까 어떠한가.
“나도 그렇게 듣고 왔는데 아직은 한국의 겨울 날씨와 비슷한 것 같다. 여기 와서 감명을 받은 건 구단 직원들이다.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병호는 한국 기자들과 마주했다. 기자회견 내내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그는 한국 기자들을 보고 비로소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병호는 스스로 연봉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냈다.
“한국의 많은 팬들이 연봉이 적다고 얘기하시는데 그 전에 포스팅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나도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한국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다 들었고, 왜 이런 연봉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기분 좋게 사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FA 선수들이 80억 원대 이상의 계약을 맺고 있는 데 비해 자신의 연봉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과 관련해선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어느 관점에선 한국의 FA 선수들에 비해 내가 손해 보는 계약을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난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야구선수로 살면서 미국에서 야구할 수 있는 기회가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내가 만약 돈만 추구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가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한다.”
박병호는 트윈스의 홈구장인 타깃필드에 대해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어제 구단측에서 야구장 투어를 해줬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더라. 야구장 보면서 굉장히 설레었다.”
박병호는 트윈스의 1루수이자 스타플레이어인 조 마우어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데 대해 “정말 신기했다. 진심으로 반겨줘서 고마웠다”면서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나를 환영해주기 위해 일부러 야구장에 나왔다고 해서 감동했을 정도이다”라고 설명했다.
52번 등번호를 달고 뛰게 된 것과 관련해서 박병호는 자신이 그 번호를 고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2번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어제 야구장을 방문했을 때 내 라커룸에 유니폼이 걸려있는데 등번호가 52번이었다. 솔직히 깜짝 놀랐고, 구단의 배려에 감사했다.”
박병호의 귀국 일정은 미정이다. 남아서 가족들이 살게 될 집을 구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이다. 집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뒤 1월 말 구단의 팬 페스트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애리조나의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다가 플로리다 트윈스 캠프에 합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강정호와의 만남은 플로리다 캠프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미니애폴리스=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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